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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 산행일자 : 2025.11.2
- 산행구간 : 삼천리골~청하동 원각사지~산성입구
- 거리 : 14.3km
- 소요시간 : 7시간 19분(점심&밭일 2시간 포함)
구간시간
08:26 집(은평뉴타운)
10:44 부왕동암문
12:29 산성입구
15:45 집(은평뉴타운)
산행후기
동네 산인 숨은벽 단풍도 못 봤다. 지방산을 다니느라고. 북한산은 육례를 올린 내 마누라보다는 조금 덜 사랑하는 산이다. 그렇다면 최고로 좋아하는 산이지. 북한산이 좋아서 이곳으로 이사한 지도 벌써 15년이 넘었다. 거실에서 내다보면 늘 보이는 산이지만.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산이다. 오늘은 부왕동암문 너머에 있는 원각사지 단풍을 보러 갈 예정이다. 늦지 않기를 바라며. 마누라는 새벽에 진관사에 갔는데,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새벽 예불에 참가했다가 도반들과 아침 먹고 카페에 가서 수다 떨고 있겠지. 어제 밭에서 뽑아 온 무청을 잘게 다져서 된장국을 끓여서 작은 햇반 반 개를 말아먹었다. 된장이 달았다. 오늘도 밭에 들러서 이파리만 먹으려고 늦게 심은 무청을 뽑아 와야지. 한옥마을 CU에 가서 제일 비싼 막걸리 한 병을 챙겨서 배낭에 넣었다. 홀로 산에 갈 때에는 술을 잘 가지고 가지 않는데. 오늘은 예외다. 단풍 아래에서 한 잔 해야지. 그게 단풍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삼천사로 올가 갔더니 노란 국화가 아직도 한창이었다. 국화 오래가네? 햇살이 비치는 용출봉을 바라보면서 삼천사를 떠났다. 삼천사를 지나자마자 곱게 치장한 단풍이 반겼다. 못 생긴 나를 반긴 건 아닐 거고. 이 시절에 이 산에 드는 모든 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거겠지. 삼천리골 단풍이 이렇게 이뻤나? 멀리서 보던 것과 속살은 달랐다. 발걸음은 가벼운데. 발목을 잡는 게 많았다. 단풍도 그렇고. 비딱하게 서서 늦은 꽃을 피운 꽃님도 그렇고. 그 새 계곡 물은 줄어들었다. 사모동계곡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부왕동계곡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부왕동암문 너머에 볼일이 있으니까.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문수동계곡 단풍도 장난이 아니었다. 문수동계곡으로 올라가서 청수동암문 깔딱 고개 단풍 구경하러. 가. 말아. 고민도 해봤다. 그래도. 싸나니 한 번 정한 산길을 바꾸면 안 되지. 부왕동암문 올라가는 산길은 꽤나 가팔라서 힘이 조금 드는 곳인데. 오늘은. 왜 이렇게 힘이 안 들지? 그 건 사람이 바라는 것이 있을 때 세상이 달라지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왕동암문을 들어섰다. 그냥. 말잇못. 찬란했다. 부왕동암문을 지나면 왼쪽에 원각사지가 있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나월봉이 나온다. 나월봉 아래는 자하동이고. 부왕동암문에서 바로 내려가면 청하동이고. 오늘은 원각사지 단풍과 자하동 단풍을 원 없이 보고 내려가서 청하동의 익은 단풍을 볼 것이다. 그런데요. 부왕동암문부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요. 붉은 단풍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이 세상 풍경이 아니고 저 세상 풍경이었으니까. 결국은 한옥마을에서 사서 배낭에 넣어 둔 막걸리를 꺼냈다. 맛을 보니 고량주 냄새가 났다. 고량막걸리다. 병을 살펴봤더니 중국에서 제조한 막걸리라는 설명이 있었다. 값은 5천 원쯤 준 것 같은데. 단풍에 취해서 병 째 나발 불다가 나중을 위해서 남겼다. 노래도 하고 싶고. 시도 읊고 싶은데. 음치고 짧은 학문이라서. 포기했다.






























하산하다가 부황사에 잠깐 들렀다. 부황사에서 보는 북한산 사령부가 궁금해서. 역시나. 잘 갔다. 단풍과 어우러진 하얀 돌삐가 역시나 저 세상 풍경이었다. 감사. 이런 풍경을 보여 주어서. 부황사 임시 절에서 키운 작물은 아직도 푸르네. 청하동문도 지나고 최송설당 암각도 지났다. 그런데. 단풍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단풍은 백운동 갈 때까지 붉었다. 중흥사계곡 단풍이 궁금했지만 가지 않기로 했다. 아마도. 지금. 산성 안 어디를 가도 단풍이 절정일 것이다. 북한산 하면 최고의 단풍코스를 지나왔으니. 그냥 하산하자. 산성입구 상가에서 허리띠 안 매는 등산복 바지를 살피다가 관뒀다. 다음 주 목요일 설악산 가는데. 필요한 게 있을까 싶어서 살펴봤지만 필요한 게 없었다. 소청대피소에 일박 예약을 했다. 소청대피소에 마지막으로 숙박한 것은 10년쯤 전인 것 같다. 예전에 20년도 전에. 소청산장 시절에. 평상에 앉아서 술 추렴하다가 용야장성릉에 덮인 어둠에 움찔했던 기억. 범봉의 늠름한 기상도. 마누라 하고도 몇 번을 소청산장에 머물렀다. 다음 주에 소청에 갈 계획이다. 차표, 산장 다 예약했다.


















산성입구로 하산했다.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막걸리 한 잔은 하고 가야지. 칼국수집들을 살피다가 생선구이가 생각나서 아래쪽으로 가봤는데. 생선구이집이 없어졌다. 이사 갔나? 살피다가 보니 순댓국집이 새로 생겼다. 순댓국 수육만을 시키고 막걸리 순희를 시켰다. 순댓국 국물이 시원해서 깔끔하게 비웠다. 점심은 먹었겠다.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밭에나 가자. 내시묘역길을 걸어서 여기소 마을에 있는 밭으로 갔다. 이웃이 계셨다. 인사를 하고. 무를 세 개 뽑고. 시금치도 좀 뽑고. 야들야들한 상추도 쏙우고. 쌈배추도 따고. 수확한 야채를 다듬다가 보니 시간이 하염없어 흘렀다. 윗집 아주머니(마누라 친구)가 나 보고 아줌마 같이 일한다고 핀잔을 줬다. 어쩔 수 없지 뭐.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나선 지 일곱 시간 만에.


<램블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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