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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 겨울 설악의 잔재를 보고 싶어서 설악산 대청봉을 찾았는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죽음의 계곡으로 날려가려다가 줄 잡고 살아남았습니다. 하산은 봉정암을 거쳐서 백담사로 했습니다. 구곡담계곡, 수렴동계곡, 백담계곡을 지나서 용대리로 갔습니다.  늘 가던 중국집에 가서 짬뽕 안주에 이과두주 한 잔을 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산행개요

 

- 산행일자 : 2026.2.21

- 산행구간 : 오색~대청봉~봉정암~백담사

- 거리 : 17.9km

- 소요시간 : 11시간 16분

 

 

구간시간

 

04:05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   

08:00   대청봉

09:31   소청봉

09:46   소청대피소

10:10   봉정암

13:12   수렴동대피소

13:53   영시암

15:07   백담탐방지원센터

15:21   백담사

 

 

산행후기

 

새벽. 오색에 있는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앞에는 산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산객들로 붐볐다. 산문이 열리고 조금 있었더니 그 많던 산객들은 다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나도 설악의 품으로 들어가자. 날씨는 봄날 같았다. 하늘에는 별도 없고 달도 없었다. 첫 번째 나오는 쉼터에서 초콜릿 하나를 먹고 일어섰다. 아까는 안 보이던 산객들이 줄줄이 지나갔다. 배낭에 쓸데없는 짐을 많이 넣었는지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아서 오름길이 힘들었다. 오늘 따리 이 길이 왜 이렇게 가파른지. 설악폭포 구간에 갈 때까지는 가팔라도 너무 가파른 산길이었다. 설악폭포 가는 능선을 넘어가면 내리막길인데, 얼어붙은 곳이 나왔다. 아이젠을 신고 짧은 구간을 지나고 나니 얼음이 없어지고 돌삐길이 나왔다. 아이젠을 벗은 후 중청대피소까지 다시 아이젠을 신지 않고 버텼다. 하늘은 깜깜했고, 보이는 것도 없었다. 오로지 랜턴 불빛에만 의존하여 길바닥만 보고 걸었다.

오색.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산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산객들. 날씨는 춥지 않았다. 봄이 오려나.

 

산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모든 산객들이 산으로 들고 난 후에야 나는 천천히 설악의 품으로 들어섰다.

 

반이상을 올라왔다.

 

 

설악폭포 구간을 지나고 나서 가파른 길을 올라갔더니 대청봉으로 올라가는 능선에 들어섰다. 이정표를 보니 3분의 2를 올라왔다. 힘들었다. 다시 가보자. 보통은 이쯤 올라오면 날이 밝아오는데. 아직도 숲 속은 깜깜했다. 천천히 올라가자. 시간은 충분하니까. 너무 많이 놀면서 올라갔는지. 끝청전망대를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갔더니 동쪽 하늘이 나뭇가지 사이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일출이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아직 일곱 시도 안되었는데. 여명이 너무 짧았다. 날이 밝았지만 멀리는 희미하게 보였다. 요즘 미세먼지가 많아지는 모양이었다. 대청봉이 가까워지면서 바닥이 얼어 있어서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졌다. 바람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바람이 조금 부는 모양이다. 막상 대청봉에 올라가 보니 부는 바람이 조금 정도가 아니었다. 몸을 가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정상사진 겨우 한 장을 찍고 물러나려고 했는데. 바람이 밀어붙여서 옴짝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증명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보였다.

 

대청봉까지는 아직 멀었는데, 벌써 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험난한 산길은 마지막쯤에 다다른 것 같다.

 

대청봉이 가까워지면서 길바닥은 얼어붙었다.

 

요기서 단디 준비한다고 했는데, 바람에 대비한 준비는 못했다. 바람에 대한 준비를 한다고 준비가 될 수도 없긴 한데.

 

화채봉 가는 길을 막고 서있는 저 풍경이 보이면 대청봉은 바로 위다.

 

 

대청봉에 올라섰다.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정상 사진 겨우 한 장을 찍었다.

 

 

대청봉에서 중청대피소로 내려가기로 했다. 바람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간신히 몇 발자국 걷다가 포기하고 줄을 잡고 바람이 잦기를 기다렸다. 바람이 조금 덜 불면 몇 발자국 옮기고. 그러기를 하다가 보니 겁이 났다. 중청대피소까지 갈 수나 있을까. 다행히도 바람은 차갑지 않았다. 모자가 벗겨지고, 다시 쓰고. 우여곡절 끝에 대청봉사면을 내려왔다. 중청대피소 자리에 임시로 갇다 놓은 컨테이너 대피소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단체로 온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좁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서 어디 앉을 만한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시끄럽기는 왜 그리 시끄러운지. 그 사람들이 나가고 나서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으면서 쉬었다, 그 와중에 딸내미가 사 준 디카를 잃어먹은 모양이었다. 집에 와서 배낭을 정리하다가 보니 카메라가 없었다. 대피소에서 한참을 미적거렸다. 밖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중청대피소 공사장 한 켠에 만들어 놓은 컨테이너 임시대피소에서 바람도 피하고 아침을 먹었다. 가지고 다니던 커메라를 여기서 잃어버린 듯한데, 모르겠다.

 

중청봉 사면에는 아직도 눈이 많이 남았다.

 

 

중청대피소를 나와서 중청봉으로 갔다. 중청봉 사면에는 아직도 많은 눈이 남아 있어서 걷기 좋았다. 중청봉을 지나고, 소청봉으로 내려가는 산길에도 바람 때문에 힘이 들었다. 간혹 길바닥에 얼음도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 아이젠을 신었다.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손이 떨려서 카메라에 잡힌 풍경이 왔다 갔다 했다. 소청봉에서 희운각으로 내려갈 생각도 해봤는데. 소청봉 내리막길이 무서워서 포기했다. 소청봉부터는 바람이 잦아들었다. 소청대피소에 들릴까 하다가 그만뒀다. 봉정암에 가서 따끈한 미역국을 먹을 생각에. 막상 봉정암 공양간에 가보니 밥이 없었다. 미역국도 없었고. 처사님 말씀으로는 지금은 공양시간이 아니라고 했다. 밥그릇도 종이그릇인걸 보니 겨울에는 다른 계절처럼 항시 공양이 준비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배낭을 공양간에 내려두고 사리탑으로 올라갔다. 바람에 나간 정신 때문에 신발 벗는 것도 귀찮았다. 시주를 하고 서서 삼배를 올리고 전망대로 올라갔다. 날이 희뿌여서 경치가 선명하지 않았다. 그래도 주변이 보이는 게 어딘가. 사방을 둘러보면서 서성거리다가 내려갔다.

 

신선대와 천불동. 멀리는 울산바위도 보인다. 날씨가 흐려서 속초는 선명하지 못했다.

 

귀때기청봉을 지나서 안산까지 서북능선은 아직도 겨울이 한창이었다.

 

소청봉 지나서 공료능선과 마등봉, 황철봉이 보인다. 멀리는 금강산 제1봉 신선봉이다.

 

중청봉을 내려서면서. 골프공이여 안녕히.

 

소청봉을 내려서면서. 용아장성릉이 손에 잡힐듯 가깝다.

 

소청대피소는 지나쳤다.

 

봉정암을 지키는 칠선봉

 

봉정암 사리탑

 

봉정암

 

끝청 아래

 

공룡능선에는 눈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올해 설악산은 눈이 귀하다.

 

용아장성릉

 

소청봉과 중정봉을 지나서 서북능선까지

 

봉정암 사리탑. 오늘은 참배객이 없었다. 나홀로 상념에 들었다.

 

불두암

 

시간이 늦어서인지, 겨울이라서 그런지. 공양간에 밥이 없었다.

 

사자바위 건너에 있는 용아장성릉 초입

 

깔딱고개 내려가는 길이 얼어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다. 사자바위가 있는 깔딱고개 정상에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이젠을 신지 않고도 지나갈만해 보였다. 사자바위는 올라가지 않기로 했다. 사서 위험을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곡담계곡은 온통 얼어붙어 있었다. 길도 언 곳이 많아서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 했다. 쌍룡폭포는 얼어서 거대한 빙벽이 되었다. 아래에 있는 아들폭포와 손자폭포까지 얼어서 거대한 빙벽이 되어 있었다. 하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올라오는 사람들은 제법 많이 보였다. 봉정암에 들를 요량인 불자들 모습은 거의 없었고.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대피소에서 숙박할 사람들이지 싶었다. 여름에 굉장했던 관음폭포는 얼어서 초라하게 보였다.

 

깔딱고개(해탈고개)를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작년 크리스마스날 가마봉 가는 능선에서 다친 발목이 아직도 쉰찮다.

 

깔딱고개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기암을 살펴보면서

 

당겨서 보니 돌조각들이 동개져 있었다.

 

사랑바위가 있는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

 

깔딱고개

 

곳곳에 눈과 얼음이 있어서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 하느라고 힘이 들었다.

 

무슨 업을 지었길래 그렇소?

 

겨울이라서 나목 가지 사이로 화려한 용아장성릉이 보였다.

 

쌍룡폭포의 할아버지 폭포

 

얼어붙은 쌍룡폭포

 

용아장성릉을 배경으로 구곡담계곡을 넘나드는 철다리

 

관음폭포도 얼었다.

 

바위가 조가조각 나있는데,무너지지 않고 붙어 있는게 신기했다.

 

수시로 나타나는 첨봉들

 

구곡담계곡 등로는 잘 조성되어 있어서 편안한 길이 되었다.

 

수렴동대피소. 미니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지금부터 백담사까지는 걷기 좋은 길만 남았다.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했다. 날씨는 봄날이었다. 티 하나만 입었는데도 춥지 않고 오히려 땀이 흘렀다. 배낭을 내리고 미니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희운각대피소에서 백담사까지는 두 시간 정도면 간다. 놀면서 가더라도 세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푹 쉬다가 다시 일어났다. 걷기 좋은 길을 따라서 조금 걸으니 영시암이 나왔다. 영시암에서 봉지커피 공양을 했다. 당분을 보충하고 났더니 걸음이 가벼워졌다. 길도 좋았다. 설렁설렁. 주변을 구경하면서 하산했다. 수렴동계곡은 계곡이 느리다. 수렴동에서 백담사까지 고도차이는 50미터 정도밖에 안 될걸. 길바닥에 눈도 없고 얼음도 없으니 걷는데 무리가 없었다. 계곡을 내려다보니 얼음이 녹고 있었다. 얼음 위로 물기가 번지고 있었다. 여기는 이미 봄이 와 있었구나.

 

편안한 길. 수렴동계곡도 편안하게 흘러간다.

 

오세암과 봉정암이 갈리는 곳. 영시암 바로 위에 있다.

 

영시암. 믹스커피 한 잔으로 당분을 보충했다.

 

얼음이 녹고 있었다. 얼음판 위로 물기가 깔리기 시작했다. 봄은 기어이 오려고 한다.

 

설악산에는 멋진 소나무가 많다는 것을 오늘 새삼스럽게 알았다.

 

백담탐방지원센터

 

계곡 건너에 백담사가 나무 사이로 보였다. 수렴동계곡이 끝이 나고 백당계곡이 시작된다.

 

수 많은 소원이 담긴 돌탑군

 

용대리까지는 7킬로미터. 지난 여름에는 백담계곡을 따라서 용대리까지 걸어 갔었다.

 

내설악백담사. 셔틀버스를 타고 용대리로 내려가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다리만 건너가면 백담사다.

 

 

백담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용대리로 내려갔다. 용대리 화장실 옆에 있는 쉼터에서 배낭정리를 하고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었다. 양말도 갈아 신고. 땀이 난 옷은 배낭에 집어넣었다. 용대리에서 백담사로 하산할 때마다 들리는 중국집에 가서 짬뽕과 이과두주를 시켰다. 오늘 짬뽕은 너무 매웠다. 독한 술과 매운 짬뽕은 궁합이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설악산을 남에서 북으로 넘었다. 남설악과 내설악을 걸은 것이었다. 이제 산방이 끝나는 5월 말에나 설악산을 다시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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