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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이 오랬동안 요양원에 계시는데 코로나 핑계로 문안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음이 쓰여서 대구로 내려갔다. 가는 김에 영남알프스 산행을 하기로 하고 운문산휴양림에 예약을 했다. 이틀을 예약했는데, 시골에 계시는 둘째 처형댁에서 하루는 댁에서 자고 가야한다고 하셔서 이틀간 예약한 휴양림예약을 하루 해지했다. 목요일 대구로 내려가는데 음성휴게소를 지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졸리기도하고해서 휴게소를 몇 군데나 들렸다가 가창에 있는 요양원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요양원의 배려로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면회를 허락받았다. 장모님은 97세다. 연세가 많은신건 맞는데... 장모님은 정신이 없어서 막내딸도 못 알아보셨다. 아내는 눈물바람을 하고.. 사위인 나도 당연히 못 알아보신다. 참으로 세월이 야속하다. 토요일 다시 면회하기로 하고 요양원을 나섰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어지럽다. 비는 계속 내린다. 운문산휴양림 가는 길에 시골집을 들렸다. 마당에는 잡초와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또 울컥해진다. 엄마가 살아계실때 애지중지 가꾸시던 꽃들이 화분을 벗어나서 우물가 여풀때기로 뻗어나가서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랫채는 문짝이 다 날라가버리고... 안채에 들어갔더니 벽에는 곰팡이가 펴서 어지럽다. 하, 세월이여... 같은 동네에 새집을 지어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오늘은 대구집에서 지내는 모양이었다. 울적한 마음에 얼른 동네를 벗어났다. 동곡장에 들려서 소고기를 샀다. 동곡막걸리도 두 병을 사서 차에 싣고 운문산휴양림으로 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문사 아침예불에 참석하려고 했는데, 비가 내려서 포기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날 듯 하길래 도시락을 준비해서 운문령으로 올라갔다. 평일이라서 차들이 없었다. 주차히기 좋은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임도를 따라서 가지산으로 올라갔다. 평일이고 이른 시간이라서 등산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아내와 둘이서 오붓하게 걸었다. 임도만을 따라서 걷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아내가 산길이 싫다는데야... 임도를 따라서 올라가다가 상운산 여풀때기에서 산아래를 내려다보니 경치 한 번 좋구먼. 언양과 울산이 바로 앞이고, 건너편 신불산쪽 능선과 제약산쪽 능선이 아래로 보였다. 상운산과 귀바위는 바라만보고 쌀바위로 갔다. 쌀바위휴게소앞 바위에서 간식을 먹고 충분히 쉬었다가 가지산으로 올라갔다. 쌀바위부터 가지산까지는 조금은 거칠은 산길인데, 어젯밤 내린 비로 바위들이 미끄러워서 조심스러웠다. 가지산에 올라가니 우리가 올라온 곳과는 다른 곳에서 올라온 산님들이 많았다. 옛날 정상석 말고 커다란 정상석이 또 생겼다. 가지산은 청도군 밀양시 울주군 경계에 있기 때문에 정상석도 경쟁을 하는 모양이었다. 가지산장 앞마당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바람이 불어서 뙤약볕에 자리를 잡았는데도 덥지가 않았다. 하산은 원점회기로 하여 다시 운문령으로 내려갔다. 둘째 처형댁으로 가는 길에 처가집 대추밭에서 큰처남을 만났다. 처남도 연세가 들어서인지 많이 늙어 보였다. 칠십중반이니 그럴 때도 된거다. 둘째 처형댁에서 완두콩을 따서 가져오기로 했다. 서툰 일솜씨 좀 부리고, 무공해 산나물과 불고기 반찬으로 맛난 저녁을 먹고, 따로 비워주신 아랫채에 짐을 풀었다. 동서 형님이 군불을 넣어주셔서 방이 따뜻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잘 잤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딸이 집을 계약한다고 해서 판교에 들렸다가 저녁을 잘 얻어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며칠간 비워뒀다고 집안에 눅눅한 냄새가 났다. 환기를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금방 아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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