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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8월19일 오전 6시경에 집을 나섰다. 엄중한 시기이지만 집에만 있기에는 여름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숙소는 덕유산자연휴양림에 예약을 했다. 식사는 휴양림에서 아침과 저녁을 먹고 점심은 산위에서 핫앤쿡 비빔밥과 라면애밥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숙식계획을 미리 준비해둔 덕택에 어렵지 않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틀리길 하늘에 기원하고 외곽순환고속도에 진입했다. 구름이 반쯤 덮힌 하늘이 멋있었다. 흰구름과 파란하늘의 조합이 아름다웠다.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구름이 짙어져서 곧 비가 내릴것 같은 분위기였다. 대둔산케이블카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10시쯤 되었다. 10시20분에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하차장에 도착해서 숨고르고나서 바로 계단길로 올라가니 출렁다리가는 이정표가 보였다. 출렁다리는 조금 짧은 느낌이 들었지만 고도가 있어서 나름 운치가 있었다. 출렁다리를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가니 삼선계단이 앞을 막았다. 붉은색이 칠해진 계단을 올려다보니 아찔했다. 전망대에서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철계단을 올라갔다. 중간쯤에서 위로 쳐다보니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돌아서서 내려다보니 별로인 것 같았는데... 아래쪽 보다는 윗쪽을 쳐다보니 더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삼선계단을 지나서 가파른 돌길을 올라가니 휴게소가 있었고, 조금 더 올라가니 안부가 나왔다. 정상인 마천대는 안부에서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나왔다. 사방 구경을 하고 능선쪽으로 조금 내려가서 쉬기 좋은 암반에 앉아서 한앤쿡 비빔밤을 먹었다. 산에서 먹는 거라서 그런지 맛이 꽤나 괜찮았다. 덕유산리조트 들어가는 마을에 있는 하나로마트에서 소고기 등심과 돼지고기 목살을 샀다. 아내의 지청구를 들어면서도 우겨서 막걸리도 두병을 샀다. 휴양림에 도착해서 이른 저녁을 먹고 휴양림 시설 구경을 나섰다. 캠핑장에는 빈 곳이 없을정도로 캠퍼들로 붐볐다. 어둑한 임도길을 따라서 올라가다가 출입제한지역에서 시멘포장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도없이 비를 맞고 걸었다. 차가운 빗방울이지만 운치는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찌뿌둥했다. 어젯방에 보일러를 틀지않고 자서 추웠던 모양이었다. 콧물도 나고 목도 뻑뻑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곤도라를 타러갔다. 10시에 운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9시30분 부터 운행을 한다고 했다. 기온은 높지 않은 것 같았는데 햇살이 따가웠다.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에 올라갔다. 비시즌이고 평일이라서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바람도 불어서 선듯한게 가을에 들어선듯 했다. 여름꽃에 한창인 데크와 돌계단길을 따라서 쉬엄쉬엄 올라가니 향적봉에 도착했다. 정상에도 몇몇의 사람들만 있었다. 주변 구경을 조금하고 중봉으로 걸음을 옮겼다.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서 장쾌한 덕유능선을 볼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하고 숲길을 따라서 중봉으로 갔다. 여름꽃이 지천이었다. 특히 산오이풀꽃은 신비로웠다. 중봉가는 길에서 서너팀이 앞서거나 뒤서면서 걸었고, 마주오는 사람들은 없었다. 내가 하도 해찰거리면서 걸으니 앞서 간 아내가 늘상 기다리기 일쑤였다. 중봉에서 백암봉까지의 덕유평전에는 구름이 없어서 조망이 좋았다. 온 세상을 산오이풀꽃이 점령하고 있었다. 구절초,금마타리,물봉선,참취꽃 등등의 꽃들도 있긴 했었다. 아! 참, 동자꽃이 참 많이도 보였다. 중봉에서 백암봉으로 내려섰다. 중봉에서 백암봉 바로 아래까지 가는 길에는 키가 큰 나무가 없어서 산길 주변에는 여름꽃과 또 다른 작은 풀과 관목들이 장식하고 있었다. 백암봉에서 전세를 내고 자리를 깔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없는 오롯이 아내와 나만 있는 별유천지에서 라면애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주변은 안개구름으로 사위가 막혔지만 오히려 그게 더 운치가 있었다. 이제껏 온 길을 되짚어가는 길에서 올 때는 몰랐던 경치를 다시 보았다. 중봉 올라가는 길섶을 차지한 산오이풀과 작은 갈대꽃이 바위와 어우러져서 환상의 정원을 만들고 있었다.
덕유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내일 가보기로 한 적상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적상산을 향적봉에서 내려다 볼 때에는 가까이 있는 듯 했는데 네비를 찍어보니 상당한 거리에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적상산이 높다보니 꼬불꼬불 돌아가는 길이라서 그랬던 것 같았다. 상부댐인 적상호 가는 길에는 폭포도 있었고, 길가에는 물이 나오는 곳이 있었는데, 아내는 그 걸 보고는 적상호에서 내려오는 물인가보다 라고 했다. 한참을 올라가니 댐이 나타났고, 꼬불꼬불 더 올라가니 댐상부에 도착했다. 호숫가를 둘러싼 길을 조금 따라가다가 안국사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오른쪽으로 나타났다. 안국사는 적상호 개발로 수몰이 되어서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다고 했다. 사고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안국사를 구경하고 향로봉으로 가다가 들머리에서 아내가 가지말자고 했다. 비도 올 것 같고... 등등... 더 이상은 걷기가 싫다는 표현이었다. 할 수 없이 향로봉을 다녀올 기회를 포기했다. 휴양림으로 가는 길에 하나로마트에 들려서 소기기 등심하고 막걸리 두병을 사고 된장국도 샀다. 어젯밤에 추위에 고생한 생각이 들어서 보일러를 켰다. 밤에 자다가 더워서 보일러를 끄고 창문도 열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이 달아나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빗물과 섞이 숲내음을 맡았다. 비 소리외에는 참으로 한가하고 적막한 밤이었다. 마지막 날 늦게 자리를 정리하고 늦은 아침을 먹고 휴양림을 나섰다. 비가 많이 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곳곳에서 막혀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오래간만에 다녀온 여행이라서 그런지 피곤한줄을 모르겠다. 3일동안 외식 한 번 안한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진 들
1. 대둔산
2. 덕유산
3. 적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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