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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 산행일 : 2018.7.7

- 구간 : 조침령~구룡령

- 거리 : 22.1km(대간20.9km, 접속1.2km)

- 소요시간 : 8시간20분(대간7시간55분,접속25분)





구간시간


03:10   조침령터널

03:35   조침령

08:05   왕승골삼거리

09:55   갈전곡봉

11:30   구룡령




산행후기


내린천휴게소에서 잠시 쉬기 위해서 산악회 버스가 정차했다. 밖으로 나오니 쌀쌀한 날씨였다. 오늘 산행하기 참으로 좋은 날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만하면 가칠봉과 점봉산 조망도 숲사이로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그 꿈은 서양양IC를 빠져나오면서 접어야 했다. 서양양IC를 빠져나오자마자 버스 앞 유리창 와이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가 아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기예보상 비 예보는 없었는데? 하지만 비가 내리는 것은 실제상황이었다. 조침령터널 지나서 공터에서 버스가 멈추었지만 다들 준비만하고 내릴 생각을 않는다. 나도 배낭을 꺼내와서 이런저런 준비를 했지만 막상 중요한 비옷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에 준비할 것도 없었다. 다들 출발하고 난 뒤에 우산을 쓰고 조침령 접속구간을 올라가는데 길은 비로 인해서 개골창이 되어 버렸다. 몇 번은 잘 피했는데 아차하는 순간 물길을 밟아서 등산화에 물이 들어가고 말았다. 젖은 발로 열시간쯤 걷는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가능하면 등산화에 물이 더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은 해보았다.


지난 구간을 마치면서 살펴보았던 지점에서 여산과 할께 산길로 들어섰다. 조금 걸으니 뒤따라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길을 양보하고 그 분들 뒤를 따랐다. 비올 때는 앞서 걷는 사람보다는 뒤에서 걷는 사람이 유리하다. 조금이라도 나뭇잎에 묻은 물을 덜 덮어 쓸 수 있으니까. 깜깜한 밤길이라서 앞 사람을 따라 가지만 조금만 떨어지면 앞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앞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걸었다. 우산은 잡목에 부닥치면서 가지말자고 하는데 우산을 벗자니 우의도 없는 상태에서 비를 홀딱맞으니 그럴수도 없고 한참을 우산과 실갱이를 하다가 접어서 배낭에 넣었다. 가는 길에는 바람불이,쇠나드리로 가는 이정표도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포기했다. 사진도 찍을 수 없는게 버스에서 사진기,스마트폰,지갑을 비닐에 꽁꽁 싸서 배낭에다 깊숙이 넣어버렸기 때문이다. 여산이 가끔 사진을 찍고 있어서 나중에 부탁할 요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사진을 한장도 찍지 않았다. 길가에는 산죽.미역줄기,싸리나무,국수나무가 잔뜩 자라나 있어서 바지춤을 적셨다. 비에 젖은 바지는 늘어나서 등산화를 감으려고 했다. 다섯시가 다되어 가는데도 날은 밝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딘지 모르지만 조그만 봉우리를 넘다넘다 만난 안부 공터에서 여산이 가지고 온 떡을 물과 함께 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여산은 저 앞으로 달아나버리고 혼자서 그냥그냥 걷기만 했다. 어느 순간 부터는 속옷도 젖어버렸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는 한걸음 올라서면 한걸음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올라갔다. 내리막길은 더 했다. 아예 빙판길보다 더 미끄러웠다. 무슨 업보인지.


얇은 바람막이만 입고 걷는데 비는 그칠줄을 몰랐다. 손가락이 먼저 시렵기 시작하더니 어깨도 떨리기 시작했다. 비만 오던지. 바람도 거칠게 불어서 더 추웠다. 잠깐이라도 쉴 수가 없었다. 젖은 길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쉬엄쉬엄 걷기만 했다. 가다가보니 진흑동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었고, 연가리골로 내려가는 길도 나왔다. 오늘 걷는 이 길은 숲길이라서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이라고 했는데 비가 오고 추워서 아무 생각도 없다. 단지 동태탕에 쇠주 한잔만 생각이 났다. 오늘 산행을 마치고 건대입구에 가면 반드시 동태탕에 쇠주 한잔 하기로 여산과 약속까지 했다. 배가 고파서 배낭에서 빵을 담은 비닐 주머니를 꺼내서 하나씩 먹으면서 가고 있는데 앞서 간 여산을 만났다. 빵 하나 건네고 물병을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한 팀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산에게 우리도 여기서 아침을 먹자고 했더니 여산은 비도 오고 추워서 도저히 밥은 못 먹겠다고 하면서 가버린다. 할 수 없이 나도 따라갈 수 밖에. 놉데데한 봉우리를 지나서 조금 내려가니 왕승골삼거리가 나왔다. 사진을 찍고 잠시 쉬었다가 한 팀을 앞세우고 뒤따라 걸었다.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가 나타났다. 삼각점 주위로는 키가 낮은 싸리나무만 있었다. 비도 잠시 잦아들고 내리던 비도 가늘어져서 여산에게 아침 먹고 가자고 했더니 싫다고 한다. 어쩔수없이 여산을 먼저 보내고 배낭에서 유부초밥을 꺼내서 혼자서 아침을 먹었다. 꿀맛이었다. 밥을 먹고나니 추위도 가시는 듯 했다.


왕승골삼거리 부터 갈전곡봉 까지는 잠간씩의 내리막을 빼고는 계속되는 오르막길이었다. 가도 가도 갈전곡봉은 나타나질 않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건 아닌지 약간 겁도 났다. 그래도 걷고 걷다가 보니 갈전곡봉이 나타났다. 다 왔다. 이제부터는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건 잠간의 착각이라는 것을 곳 알게 되었다. 갈전곡봉에는 정상석이 없었다. 다만 부산낙동산악회에서 붙여 놓은 갈전곡봉 표시판이 나무에 메달려 있었다. 다음에 이리로 올라와서 가칠봉을 가는 산악회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와봐야겠다. 비는 그친 듯 했지만 바람이 계속 불고 나뭇잎에 맺힌 물방이 떨어져서 비오는 것과 매 한가지였다. 구룡령 가는 길은 갈전곡봉에서 왼쪽에 난 길인데 길이 크게 나 있지 않아서 잘못하면 가칠봉으로 가는 실수를 범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행이 들은 말이 있어서 왼쪽 길을 따라서 걸었다. 이정표에 구룡령옛길정상 표시가 있어서 따라가기는 했는데 표시된 거리가 지나도 구룡령옛길정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알바를 한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산길은 조금 내려가면 더 많이 올라가는 길이 계속 되었다. 갈전곡봉 보다 더 높은 봉우리가 계속 나타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 안되는데. 알반데. 그럭저럭 구룡영옛길정상에 도착했다. 안심을 하고 한참을 어정거리면서 쉬었다.


대간길은 구룡령옛길정상에서도 계속 오름짓을 했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보니 이정표가 나타났다. 진고개22km라고. 조금 걸었갔더니 기다란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은 가파르게 놓여져 있었다. 한꺼번에 고도를 낮추는 듯 했다. 구룡령 고갯길에 도착하면서 왼쪽으로 보니 물이 흐르고 있었다. 대간길을 약간 비틀어 놓은 모양이었다. 어쨋던 씻을 수 있다는 게 반가웠다. 버스에 올라가서 보조가방을 들고 내려와서 씻으러 갔다. 머리도 감고, 윗통을 벗고 땀을 씻어내고 속옷까지 갈아입고 났더니 개운했다. 구룡령 정상에 있는 난전에서  오뎅안주로 막걸리 한잔을 했다. 여산이 가지고 온 과일과 유부초밥도 먹었다. 이만하면 세상 부러울게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버스는 가평휴게소에서 한 번 쉬었는데 다들 햇볕에서 몸을 말렸다. 우리 빼고 다른 사람들은 그늘을 찾았는데도. 휴게소 앞마당에서 장락선 능선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햇볕에 한참을 서 있었다. 고속도로도 막히지 않아서 서울에 너무 일찍이 도착했다. 여산과 약속한 동태탕에 쇠주 한잔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불광동에 도착해서 혼자서 흑염소탕과 쇠주 한병으로 하산주를 하고 집에 왔더니 내 뒤를 바로 따라서 딸내미가 들어왔다.몇 주만에 만난 딸내미가 반가웠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다. 




  

산행사진(여산으로 부터 공수 받음)


참을 힘들게 걸었는데도 아직 가야할 길은 한참 남았다.  비는 조금씩 잦아드는 듯 했지만 바람이 불어서 빗소린지 바람소린지를 구별할 수도 없었다. 춥기는 왜 그렇게 추운지. 여름에 손가락이 마비될 정도로 춥기는 처음이었다. 이러다가 저체온으로 사고가 날까봐서 두려웠다. 어제 신문에 보니 58년 개띠는 낙상에 주의하라고 했는데.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용을 섰더니 종아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목적지 까지는 무사히 가야하지 싶어서 걸음 속도를 줄였다. 추워서 쉴 수도 없었지만 쉴 만한 곳도 없었다. 오로지 동태탕에 쇠주 한 잔만이 그리웠다.






여산과 나.  표정에서 보는 것 처럼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생쥐꼴이다. 여산은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꽃은 이쁘네. 이런 사진도 찍고. 여산은 아직도 여유가 있구만.






 

이 삼각점에서 여산을 먼저 보내고 유부초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목이 말랐지만 꾸역꾸역 먹다가 보니 추위도 가시는 듯 했다. 역시 산길을 제대로 걸으려면 먹어야 된다. 산길은 먹은 많큼 걸을 수 있다고 했으니. 뒤에 따라온 분이 삼각점 사진을 찍으려고 하기에 얼른 배낭을 꾸려서 길을 나섰다. 얼마가지 않아서 먼저 간 여산을 만나서 하산때 까지 같이 걸었다. 비가 잦아들어서인지 배를 채워서인지 추위는 조금 가셨다. 이정표 거리상으로는 갈전곡봉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길은 계속 오름길만 나왔다.






오늘 걷는 길중에 유일하게 이름 있는 갈전곡봉에 도착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어서 증명사진 한 장 남겼다. 아직도 어리벙벙한 표정이 가관이다. 서 있는 뒤로는 가칠봉 가는 길이 있었지만 오늘은 대간을 걷는 날이기 때문에 사진 왼쪽에 나 있는 길을 따라 구룡령으로 가야 한다. 비만 안 왔으면 여기서 한참을 노닥거렸을텐데 아쉬웠다.








오늘은 여산의 요구로 셀카를 여러번 찍었다. 정상석이 없는 봉우리에 부천낙동산악회에서 만들어 붙인 정상 표지판이 나무에 메달려 있었다. 이런분들 때문에 산행길이 즐거워지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올 기회가 생기면 정상석이 만들어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모습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룡령옛길정상이다. 옛날에는 지게나 지고 다녔을법한 고개로 보였다. 지도를 보면 지금의 구룡령 보다는 낮은 지대인걸로 보였다. 차마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찾다가보니 새로운 길을 만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정표에는 진고개로 나와 있지만 이 길로 한참을 가면 구룡령이 나온다. 오늘 대간길 종점인 구룡령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룡령 내려가는 계단길인데 경사가 심했다. 계단 끄트머리쯤에서 왼쪽에 물소리가 나길래 봤더니 고무다라이에 호스로 물을 받는 장치를 마련해 놓은 곳이 있었다. 대간길을 걷는 분들은 이 곳에서 땀을 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여기서 샤워 비슷한 땀 훔치기를 했다. 만들어 놓은 분께 감사를 드린다. 






 

 

백두대간 구룡령. 오늘은 여기서 대간길을 마친다. 다음 대간길은 이 곳에서 진고개 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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