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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기재로 가는 길에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았더니 주흘산이 희미하게 보였다. 주흘산은 문경의 진산인데. 오래전 가을날에 주봉으로 올라가서 상봉을 거쳐서 부봉을 넘어서 내려온 산이기에 멀리서 바라보니 옛 생각이 절로 났다. 그 날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속에서 홀로 걸었던 생각이 새롭다. 단풍속에서 홀로 길을 걸으면서 MP3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나긴 하는데 무슨 음악인지는 모르겠다. 오랫동안 친구였던 그 MP3 또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지금은 수중에 없다.
산행개요
- 산행일 : 2018.6.20
- 구간 : 하늘재~부리기재
- 거리 : 15.2km(대간12.0km, 접속3.2km)
- 소요시간 : 6시간05분(대간5시간07분,접속58분)
구간시간
09:50 하늘재
10:40 포암산(961.8m)
11:37 마골치
13:20 꼭두바위봉(838m)
14:57 부리기재
15:55 중평리 경로당
산행후기
하늘재라. 가슴 떨리는 지명이다. 오래전에 TV채널마다 사극이 대 유행이던 시절에 하늘재가 배경으로 많이 나왔던 드라마가 있었다. 몇 해 전에 만수봉을 등산할 때 하늘재로 하산하려다가 경방기간으로 포기한 적이 있기도 한 그 하늘재에서 오늘 백두대간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은 하늘재 부터 부리기재 까지 북진을 하는 날이지만 반대편 조령3관문으로 가는 길로 조금 올라가면 있는 하늘재 정상석을 보고 가기로 했다. 하늘재 정상석은 언덕위에 있었는데 길쭉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하늘에 닿으려고 했나? 사진도 찍고 조금 어정거리다가 하늘재로 다시 내려가서 포암산쪽 산길로 들어섰다. 조금 올라가니 하늘샘이 있었고, 하늘샘은 물이 졸졸 흐르는 조그만 샘이었다. 목추김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지나갔다. 하늘샘 부터는 가파른 오르막 길이었다. 중간중간에 철계단이 놓인 곳도 있었다. 아직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되지않아서 체력이 충분한지 별 어려움 없이 포암산 정상에 도착했다. 포암산 정상석은 커다란 돌삐로 만들어져 있었다. 주흘산쪽을 바라보니 희미했고 진행할 방향을 보아도 연무가 심해서 만수봉이나 월악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포암산 부터는 대체로 내림길이 주를 이루었는데 숲이 울창해서 시원했다. 바람도 살랑거리고 길가에 꽃들도 싱싱했다. 걷는 동안 간간히 뒤돌아보면 주흘산이 멋드러지게 서 있었지만 희미한 실루엣 처럼 보였다. 등로는 특이한 점이 없어서 그냥 걷기만 했다. 등로의 이정표도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길을 잊어먹을만한 염려는 없었다.
마골치에 도착했다. 이정표에는 만수봉 가는 길과 걸어온 하늘재/포암산 가는 길만 표시되어 있었고 대간길은 막아놨더라. 막아놓은 이유를 뭐라뭐라고 써놓았지만 가슴에 다가오지는 않았다. 마골치 부터는 이정표는 없었지만 길이 잘 나 있었다. 누가 그러기를 고만고만한 봉우리 스무개를 넘어가면 부리기재가 나온다고 했는데... 꼭두바위봉 직전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지고 간 유부초밥이 좀 많기는 했지만 체력확보를 위해 꾸역구역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렀다. 점심 먹고 쉬엄쉬엄 걷다가보니 꼭두바위봉을 모르고 지나쳤는데 밧줄 구간이 나타나서 꼭두바위봉을 지나친 것을 알았다. 바로 위가 꼭두바위봉이었나보다. 다시 올라가기도 뭐해서 그냥 밧줄 구간을 내려왔다. 밧줄 구간이라 해봤자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니었다. 그 이후에도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넘고넘다가 높데데한 큰 봉우리가 나타났다. 대미산인가? 대미산은 아니었다. 부리기재 직전에 있는 높은 봉우리를 숨을 할딱거리면서 올라가서 좀 쉬었다가 길을 다시 나섰는데 쭉 진행하는 어렵지 않는 능선길이었다. 오후 세시쯤에 부리기재에 도착했다. 지난번 대미산 구간을 할 때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오늘 백두대간은 여기서 마치게 되었다. 중평리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역시나 가팔랐다. 지그재그로 나 있는 가파른 길을 내려가면서 같이 걸었던 분의 우리문화유산 얘기에 정신을 팔다가보니 중평리로 도착했다. 잘 정리된 시골마을 풍경을 보면서 경로당에 도착하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님이 추천한 수로에서 찌든 땀을 씻고 오늘 대간 산행을 마무리했다.
양재역에 내려서 오늘 산행을 같이한 분들 일부와 삼겹살 집에서 친목도모가 있었다. 삼겹살이 맛 있어서 소주도 술술 넘어갔다. 적당히 마신 술에 기분이 좋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즐거웠지만 땀 냄새를 풍기기 싫어서 한 쪽 귀퉁이에 조용히 서서 연신내 까지 와서는 내일 어머니 제사에 필요한 제주도 사고 싸게 파는 사과가 있기에 사과도 좀 사고, 하여튼 이것저것 좀 사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 이 번 주말에는 울진금강소나무숲길을 걷기로 했기 때문에 백두대간은 한 주 쉬기로 했다.
산행사진
백두대간 산행기에 많이 나오는 하늘재산장 모습이다. 여기서 박주 한 잔을 하고 싶은 꿈도 있었는데 단체 산행이고 이제 산행이 시작되는데 그럴수도 없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하늘재 통제소가 있고 뒷 쪽에는 화장실도 있었다. 사람들이 서 있는 곳 오른쪽에 포암산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열려 있었다.
하늘재 정상석은 기다란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날렵한 모습이 특이했다. 다음에 갈 구간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오늘 보고가지않아도 다음에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오늘 보고 가는 것은 그만큼 하늘재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것이겠지.
바위산인 포암산을 한 번 올려다보고
저 쪽은 아마도 운달산쪽일 것이다.
문경에서 하늘재 까지는 차량통행이 가능하지만 하늘재에서 충주쪽으로 가는 길은 차량통행이 안되는 길이었다. 저 흙길을 걷는 재미도 솔솔하겠다. 신라에서 고구려로 넘어다녔던 저 길에는 옛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있을 것이다. 아스라한 꿈 처럼,
이름도 아름다운 하늘샘
포암산 올라가는 길에 뒤돌아보았더니 주흘산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박쥐봉도 희뿌연 연무가 덮고 있었다.
포함산 올라가는 길은 매우 가팔랐고 이런 철계단이 몇 개나 있었다.
포암산 정상석은 고저넉한 모습이 없고 새로 만든 느낌이 났다.
미역줄기에 핀 꽃이 이뻤다.
싸리꽃도 피었고...
저 쪽이 아마도 만수봉 쪽일 텐데...
마골치. 만수봉과 포암산/하늘재 가는 길만 표시되어 있고, 대미산 가는 길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지나온 포암산이 아스라하다.
또, 주흘산이...
철쭉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요 위가 꼭두바위봉인데 무심코 걷다가 지나버렸다.
등로는 이런 숲길이 대부분이었다.
대미산인가?
오늘 백두대간은 여기서 짧은 여정을 마쳐야 했다.
통금줄
담배밭
중평리
담배골. 산행종점 날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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