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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부터 안산까지 뻗어나가는 서북능선이 운해를 배경으로 멋있게 펼쳐졌다.
황철봉도 운해로 인해 섬으로 변했다.
산행개요
- 산행일 : 2018.6.16
- 구간 : 미시령~한계령
- 거리 : 23.05km
- 소요시간 : 14시간50분
구간시간
02:50 미시령
04:43 황철북봉(1,318m)
05:15 황철봉(1,381m)
06:12 저항령(1,100m)
06:50 저항봉(걸레봉,아침식사)
08:40 마등봉
08:57 마등령(1,320m)
09:20 나한봉
10:25 1275봉
11:46 신선대
12:15 희운각(1,050m)
13:25 소청봉(1,550m)
14:01 중청봉(1,676m)
14:32 끝청(1,610m)
16:22 한계령갈림길
17:40 한계령
산행후기
새벽에 만나는 미시령 날씨는 음산한 분위기였다. 안개가 자욱했고 바람따라 스며드는 공기가 차가웠다. 험한 비탈옆으로 해서 숲으로 숨어들었다. 비가 내렸는지 풀숲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고 길바닥은 질퍽거렸다. 사람들이 많이 다녔던 모양인지 길은 어느 정도 나 있었지만 수풀 때문에 걷기가 힘들었다. 능선길에 접어들면서 길은 좀 좋아졌는데 몇 개로 나누어지는 갈림길이 나올때마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느라고 우왕좌왕 하기도 했다. 랜턴 불빛이 약해져서 밧데리를 갈아끼고났더니 맨 후미가 되었다. 이 때 부터는 계속 후미에서 걸었다. 후미에서 걸으면 좋은 점이 많은데 그 중 최고는 다른 사람들과 속도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시 무렵부터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기는 했지만 아직 한참후의 일이고. 물에 젖은 풀과 축축한 땅과의 씨름을 하고 났더니 거대한 바위 덩어리들이 길을 막았다. 이게 황철봉 너덜길의 시작이었다. 너덜길을 지나고 나면 또 너덜길 이런 길이 마등봉 까지 이어졌다. 처음에 만난 너덜길은 공포감 마저 들게했다. 이마에 달린 불빛에 의지해서 바위사위에 난 구멍에 빠질까봐 조심조심 걸었다. 스틱이 부담스러웠지만 접기도 그래서 그냥 들고 다녔다. 하나의 너덜이 끝나고 나면 또 너덜이 나타나곤 했다. 큰 너덜 몇 개를 지나고 났더니 황철봉이 갑자기 나타났다. 날도 밝아져서 랜턴을 꺼도 되었다. 수풀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황철봉은 높다랗고 전망이 트이는 봉우리로 생각했었는데 숲속에 가려진 조그만 공터였다. 누군가가 스텐으로 황청봉이라는 표시를 만들어놓았는데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황철봉 부터는 새소리도 들리고 풀숲 사이에 핀 야생화가 아름답게 다가왔다. 등로에 핀 꽃들 색깔은 원색으로 진했다.
황철봉에서 내림길을 걷다가 왼쪽을 바라보았더니 거대한 구름 더미가 보였다. 뭔가하고 낭떠러지쪽으로 살짝 나가봤더니 구름바다위로 높은 산 봉우리들만 둥둥 떠 있었다. 아. 아. 감탄사가 절로 났다. 위치상으로 황철봉 남봉인듯 했는데 조망이 기가막혔다. 왼쪽으로는 동해 바다쪽인듯 했다. 오른쪽으로 시야를 돌리니까 화채봉이 삼각형 꼬깔 모양을 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대청봉 중청봉이 쌍봉으로 보이면서 끝청 귀때기청을 지나서 안산까지 거대한 파노라마를 보여주고 있었다. 중간은 운해가 펼쳐져 있었는데 운해는 좌에서 우로 흐르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황청봉에서 구름바다를 보면서 한참을 놀았다.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길도 너덜이었는데 너덜길은 올라가는 것 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어려웠다. 엉덩이를 깔면서 내려갔다. 숲이 나오고 저항령이 나왔다. 저항령은 넓은 공터였는데 좌우로 길이 나 있는지는 살펴보지 못했다. 저항봉 올라가는 길도 쉬운 길은 아니었다. 중간쯤 올라가다가 온 길을 뒤돌아보니 황철봉 풍경이 대단했다. 저항령은 구름속에 머물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고 황철봉만 구름 위에 떠 있었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일행들과 아침을 먹었다. 원래는 마등령에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배가 고파서 안되겠더라. 경치를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으면서 옆 사람에게 이 봉우리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걸레봉이라고 한단다. 이렇게 아름다운 봉우리를 걸레봉이라고 이름 지었다니 작명 실력이 부족한 건지... 아침을 먹고 걸레봉 정상으로 올라갔더니 저 쪽에 서북능선이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구름에 덮혀서 공룡능선은 보이지도 않았다. 화채봉만 저 멀리서 혼자 외롭게 서 있었고 그 옆으로 기다란 서북능선이 늘어져 있었다. 저항봉에서 마등봉으로 가는 길도 군데군데 너덜이 있었다.
걸레봉에서 바라볼때에는 마등봉이 지척에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가도가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 너덜을 힘겹게 올라갔더니 마등봉이 나타났다. 온 길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걸어야 될 공룡능선을 살펴보기도 했다. 공룡능선은 나한봉 큰새봉 1275봉 신선봉만 보였다. 낮은 곳은 구름에 가려져서 그 중 높은 곳만 구름 위에 섬 처럼 떠 있었다. 저 멀리 대청봉 부터 안산까지 서북능선은 장쾌하게 흐르고 있었다. 언제 저기를 다 지나가지 한 숨만 나왔다. 마등봉에서 조금 내려가니 마등령이 나타났는데 설악동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부럽다. 황철봉 너덜길에서 용을 너무 썼는지 종아리 근육에 당기고 아파서 내림길 걷기가 두려웠다. 마등령 삼거리를 지나서 나한봉에 올라섰다. 이제부터는 아는 길이라서 좋기는 했는데 아름다운 능선길이 구름에 가려서 뭐가 보여야지. 그냥 아무런 감흥없이 걷기만 했다. 큰새봉을 지나서 1275봉 안부에 올라섰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해서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지고 간 빵을 꺼내서 요기를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한 참을 쉬었다. 젊은 이들이 많았다. 단체로 산행을 온 팀들이었는데 속도가 늦어서 뒤 따르기가 불편해서 새치기를 하면서 지나갔다. 신선봉 가는 길도 멀게만 느껴졌다. 조망이 있었더라면 덜 심심했을텐데. 신선봉에 올라섰지만 공룡의 멋진 풍경이 보이지 않아서 답답했다. 드디어 희운각에 도착했다. 매점에서 스프레이 파스를 사서 종아리에 뿌리고 한 쪽 귀퉁이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생각보다는 파리가 적어서 좋았다. 전에는 올 적 마다 그 놈의 파리 때문에 신경이 쓰였는데.
희운각에서 소청봉 올라가는 길은 죽음의 길이었다. 지친 다리를 끌고 올라가는 길이라서 더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12시가 넘어서니 햇살도 따가워졌다.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고 몇 번이나 쉬면서 올라갔다. 소청봉 정상에는 쉴만한 그늘이 없었다. 중청봉 쪽으로 조금 진행하다가 그늘이 나오길래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오랜지쥬스를 마시고 났더니 힘이 좀 났다. 그늘 없는 길을 걸어서 중청봉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대청봉을 다녀올지말지를 한참 고민했다. 다리도 아프고 시간도 늦었다는 핑계를 대고 오늘은 대청봉 등정을 생략하기로 했다. 한계령 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었다. 대부분이 내림길이었지만 지친 다리는 오름길보다는 더 힘든 모양이었다. 끝청을 지나면서 부터는 그늘이 많아서 좋았다. 중청에서부터 두시간이 넘게 걸려서 한계령삼거리에 도착했다. 물 한모금을 마시고 한계령으로 출발했다. 젊은 여성분과 동행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으니 덜 심심했다. 이 분은 오래전에 백두대간을 마쳤다고 했다. 옛날 생각을 하면서 미시령부터 한계령 까지 걷기로 하면서 열시간 정도를 예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 했다. 하기사.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 한계령에 도착했다. 14시간50분이나 걸렸다. 오색령이라고 커다랗게 서 있는 빗돌을 증명으로 남기고 화장실에서 대충 땀을 씻고는 매점에 들려서 맥주 한 캔을 샀다. 시원한 목넘김을 하면서 어려운 대간 한 구간을 마침을 자축했다. 연신내 할매순대국집에서 홀로 하산주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산행사진
황철봉 가는 너덜길에서 만난 대포
꼭 서리가 내린것 같은 나무가 랜턴 불빛에 하얗게 빛났다
황철북봉에는 삼각점만 있었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길을 막았다.
수풀 사이로 아침해가 떠올랐다. 새소리도 들리기 시작하고 나뭇잎이 싱그러워지고 있었다. 길섶의 꽃들도 한창 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색깔이 고왔다.
황청봉에서 증명사진을 남겼다. 물기에 젖은 바지는 걸레가 되었다.
길 왼쪽에 갑자기 나타난 운해. 감탄에 감탄을 했다. 앞서간 사람들의 감탄 소리에 내가 많이 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햇살을 받은 암봉과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 모습이 아름답다.
내설악은 구름바다에 잠겼고 서북능선이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햇살이 환하다.
보고 또 보아도 실증이 나지 않는 풍경
걸레봉 올라가는 길
황철봉은 한 폭의 그림이다.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땅인지. 운해의 수평선
걸레봉의 암벽. 저리로는 못 가고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야 지날갈수 있다.
내설악쪽 구름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지만 이 또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서북능선과 그 아래로 내설악의 속살이 보이기 시작했다.
걸레봉에서 마등봉 가는 길에도 너덜이 있었다.
저기를 올라가면 마등봉이 나온다.
뒤 돌아본 걸레봉과 황철봉 풍경
공룡의 주요 봉우리들... 신선봉 1275봉 큰새봉 나한봉. 그 뒤로는 대청봉과 중청봉이 서 있다.
나한봉과 삼각뿔처럼 보이는 화채봉
귀때기청봉과 우람한 근육질. 저기까지 가야 한계령 가는 길이 나온다.
큰새봉에서 1275봉을 바라보면서...
공룡에는 솜다리(에델바이스)도 살고 있었다.
잠깐 나타나는 풍경. 곧 없어졌다.
전망 좋은 곳인데 오늘은 다 숨어버린다.
큰새봉의 왼쪽 날개
1275봉 안부
공깃돌을 가지고 놀고 있다.
희운각이 있는 가야동계곡이 보인다. 희운각이 멀지 않았다.
희운각 대피소. 여기서 스프레이파스도 사고 점심도 먹었다.
지나온 황철봉과 공룡능선
용아장성과 공룡
돌삐가 서로 사랑을 하고 있는듯 해서리...
다왔다. 시원한 맥주 한캔으로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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