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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개요
- 산행일 : 2023.1.19
- 산행구간 : 입석분교~백악산~옥양교
- 거리 : 11.44km
- 소요시간 : 5시간 45분
구간 시간
09:33 화북초등학교 입석분교
10:33 수안재
11:46 대왕봉
12:25 덕봉
12:53 백악산 정상
13:39 헬기장(832봉)
15:18 옥양교
산행 후기
오늘 산행지는 A, B, C 3개의 코스로 나누어진다. 나는 C코스인 백악산 구간을 다녀오기 위해서 화북초등학교 입석분교에서 버스를 내려서 학교 옆으로 나 있는 포장길을 따라서 걸었다. 일행은 총 5명이었는데, 각자의 발걸음대로 걸어가니 금방 홀로 산행이 되어 버렸다. 수안재까지는 약 4킬로미터쯤 되는 모양인데, 포장장길이 반이고 걷기 좋은 산길이 반이었다. 기온은 영하였지만 걸으니 체온이 올라가서 기분 좋게 걸을만한 날씨였다. 바닥에는 언제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살짝 덮여 있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은 물안이골을 따라서 걷는 길이다. 일행 중 앞에 간 사람의 발자국만 있는 걸 보니 사람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는 아닌 모양이었다. 묵밭을 지나고 흙벽돌로 지은 폐가를 지났다. 시골집을 허물고 저렇게 흙집을 한 번 지어봐?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한 시간 만에 수안재에 도착했다. 오늘 걸을 거리가 13킬로미터쯤 된다고 했는데, 이런 속도로 가면 너무 빠른 게 아닐까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수안재 고개 바로 아래에 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복장을 정비한 후 다시 출발했다. 수안재를 지나고부터는 가파른 길이 계속되었다. 멋진 바위가 있는 전망이 좋은 곳으로 올라가 보니 경치 한 번 좋구나. 지도를 보니 부처바위(전망대)로 나와 있었다. 하늘도 파랗고 공기도 달고.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서 한참을 통화하면서 쉬었다. 계약일자를 약속하고 났는데 금방 계약금이 통장으로 날아왔다. 전망바위에서 올라온 쪽을 돌아보니 학골재 지나서 가무낙도가 멋있게 펼쳐져 있었다. 저기도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 할 텐데. 도명산은 갔다 왔지만 가령산 무영봉 낙영산 도명산 환종주는 못해봤다.
무영봉의 멋진 자태를 뒤돌아 보면서 가파르고 험한 길을 걸었다. 길이 이렇게 험해서야 시속 1킬로미터도 못 걷겠다. 아까전에 너무 빨리 하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여기서 취소해야 하겠다. 힘들게 한 고비를 올라섰더니 이정표가 나왔는데 백악산과 수안재 표시였다. 아무런 표시가 없는 길을 따라서 대왕봉으로 갔다. 대왕봉 올라가는 바윗길에는 줄이 매달려 있었다. 눈이 덮여 있는 바위가 미끄러워서 조심조심 올라갔다. 대왕봉 정상에 도착했다. 먼저 보이는 것은 아담한 돌탑이었고, 옆에는 삼각점을 알리는 안내표시가 서 있었지만 삼각점은 눈 속에 묻혔는지 보이지 않았다. 돌탑 뒤로 가서 속리산의 멋진 라인을 구경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오늘의 목적지인 백악산 정상이 멋들어지게 서 있었다. 먼저 올라오신 분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뒷따라 올라오시는 부부 일행에게 자리를 비켜드리고 하산했다. 이제부터는 쉬운 길이 나오나 하고 은근히 기대를 해보았지만 천만의 말씀. 길은 더 까칠해졌다. 간간이 나오는 바윗길은 눈이 덮여 있어서 미끄러웠다. 눈 덮인 산길이래 봐야 북한산 비봉능선에 눈이 왔을 때보다는 쉬운 길이겠지만, 그래도 북한산만큼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이라서 까칠했다. 괴산 상주산은 까칠함 빼고는 설명할 말이 없는 곳이다.
가는 길 앞에 둥그런 바위봉우리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였다. 돔형바위다. 우회할 길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만 길이 나올 모양이었다. 바위 밑둥에 가서 살펴보니 줄이 달려 있었고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눈이 살짝 덮인 곳과 얼은 곳이 보였지만 조심해서 올라가면 괜찮을 듯이 보였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가능한 개활된 절벽은 가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 같은 경우가 생기면 어쩔 수 없다. 어렵게 정상부에 도착했다. 커다란 크랙 너머에 덕봉 정상이 있었다. 먼저 간 일행도 여기는 올라가지 않은 모양인지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오금이 저려서 크랙을 넘어서 정상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한 손으로는 밧줄을 잡고 바위 끄트머리에 서서보니 정상석이 있었다. 밧줄을 놓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달래면서 두 손을 하늘로 들어서 정상석 사진을 찍었다. 봉우리를 내려가는 바위길에도 짧은 밧줄이 몇 개나 달려 있었다. 마지막 밧줄이 있는 곳은 피아노 구간인데 밧줄이 늘어져 있어서 한 참을 망설이다가 밧줄에 매달려서 내려갔다.
덕봉을 지나면서 부터는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간간히 눈도 날렸다. 덕봉에서 백악산 정상으로 가는 길도 까칠했다. 곳곳에 눈이 덮여 있어서 더 어려운 길이 된 모양이었다. 백악산 전위봉에는 철계단이 놓여 있었다. 철계단을 올라가서 뒤돌아보니 덕봉은 뾰족한 봉우리로 보였다. 올라가기 전에는 돔형으로 보였는데, 지나와서 돌아보니 까칠한 봉우리가 뾰족하게 서 있었다. 죽은 나무와 연결된 경치가 아름다웠다. 사의찬미. 전위봉을 내려서서 까칠한 구간을 조금 지나고 나니 백악산 정상부였다. 봉우리를 돌아서 가니 커다란 정상석이 놓여 있었다. 정상석 뒤쪽에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 서있었다. 정상석이 있는 곳 앞에 조그만 공터가 있길래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 겸 간식을 먹었다. 아래쪽 경치도 좋았다. 정상석 뒤쪽 바위가 바람을 막아주어서 춥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하산지점인 832봉 헬기장으로 갔다. 길은 이제까지 온 길보다 더 까칠했다. 조심조심 걸어서 헬기장에 도착했다. 이곳도 조망이 좋은 곳이었다. 좀 쉬었다가 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래도 천천히 내려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바로 가파른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헬기장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거칠었다. 눈이 있어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용을 섰더니 다리도 땡기고 팔도 아팠다. 그런 길을 한참을 내려가니 동네 뒷동산 같은 길이 나왔다. 바위봉우리가 나오면 우회해서 돌아내려 가는 길이 있어서 어렵지 않은 하산길이었다. 솥뚜껑바위가 나왔다. 시간을 기록하려고 볼펜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산길은 능선을 따라서 옥양폭포까지 가는 길이었는데 중간에 잠깐 실수해서 능선길을 놓치고 계곡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옥양골은 길이 있는 듯 없는 듯했지만 방향을 보고 가늠해 본 결과 계곡을 따라서 내려가면 옥양폭포가 나올 것 같아서 걱정은 되지 않았다. 지도에도 그렇게 나와 있고. 오히려 최근에 아무도 찾지 않은 묵은 길을 탐험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계곡물이 매우 맑았다. 조그만 폭포들이 연속해서 나왔고, 폭포에는 고드름이 만들어져 있었다. 길 같지 않은 길을 따라서 내려가니 석문사 절이 나왔다. 절 구경을 하고 능선길에서 옥양폭포 내려가는 길도 살펴보고는 석문사로 다시 내려가서 산문 아래에 있는 옥양폭포를 구경했다. 옥양폭포를 구경하고 내려오니 백악산 가는 등산로 안내표시가 서 있었다. 나는 정상적인 길이 아닌 계곡을 따라서 내려와서인지 거리는 많이 줄어든 듯했다.
날머리인 옥양교에 내려섰더니 산아래 매점이 있었다. 들어가 보니 청화산 조양산을 돌고 먼저 하산한 산객들 몇몇이 가게 안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들 라면을 주문하고 있어서 나도 라면과 막걸리를 시켰다. 따뜻한 국물이 속에 들어가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막걸리도 작은 게 없어서 큰 거 한 병을 냉장고에서 꺼내왔더니 양이 많았다. 김치를 리필해서 막걸리 한 병을 혼자서 다 마셨다. 뒤에 내려와서 음식을 시키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리를 비우려고 계산을 하려고 했지만 주인장이 바빠서 계산 불가다. 할 수 없이 주인장이 시간 날 때까지 난로 앞에서 기다렸다. 옆자리에 앉은 고양이는 나른한지 눈을 감고서 세상을 등지고 있었다. 누가 지나가면서 깨우면 짜증을 내면서. 고양이 팔자가 최고로구나.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저 고양이가 낮에는 항상 그 자리에 앉아서 졸고 있다고 했다. 밥 주지. 따뜻하지. 간섭도 하지 않지. 일하라고도 하지 않지.
<산길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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