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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개요
- 산행일 : 2023.7.13
- 구간 : 오색~대청봉~봉정암~백담사
- 거리 : 약 19.7km(이정표 기준)
- 소요시간 : 11시간 17분
구간 시간
03:03 오색탐방지원센터
07:09 대청봉
08:07 중청대피소 출발
09:20 봉정암 사리탑
12:25 수렴동대피소
13:06 영시암
14:20 백담탐방지원센터
산행 후기
오색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해서 까만 밤에 버스에서 내렸다. 탐방로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기다리는 산객들로 붐볐다. 정확하게 3시가 되어서야 산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간 뒤에 출발하려고 뒤쪽에서 기다렸다.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지 탐방로 입구에서 기다리는 산객들이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산문을 들어서자마자 느낀 것은 길이 골창이 되었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길바닥이 물바닥으로 변해 있었다. 기온은 제법 차갑지만 습도가 높아서 끈끈하고 차가운 느낌이 옷 속으로 스며들었다. 랜턴에 새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다 쓴 배터리를 새것으로 착각했나 보았다. 희미한 랜턴불에 의지하여 걸었다. 며칠 동안 더위에 지친 몸이어서 인지 어깨부터 다리까지 빠진 힘 때문에 걷는 게 힘이 들었다. 그냥 내 페이스대로 사부작사부작 걸을 수밖에. 설악폭포쯤 갔을 때 날이 밝아오려는지 하늘에 밝은 기운이 돌았다. 골창에는 누가 옥양목을 걸어놓은 듯이 하얗게 빛이 나고 있었다. 힘찬 물소리를 들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뒤따라 오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비켜주었다. 대청봉 본 능선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해가 떴는지 날이 완전히 밝아졌다. 가끔씩 뒤돌아서 점봉산 쪽 보면 구름이 산허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고산지역이라서 그런지 길섶의 풀은 원색으로 빛이 났다.
대청봉에 도착했다. 시간을 살펴보니 오색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한 지 4시간이 지났다. 힘들었다. 정상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우선 사방을 둘러보았다. 올라온 오색방향을 내려다보니 점봉산과 방태산 줄기 사이에 펼쳐진 구름바다는 여전했다. 동해 쪽은 아예 구름이 넘실거려서 바다 위에 바다가 하나 더 생긴 것처럼 보였다. 눈을 돌려 서쪽을 보았더니 가리봉과 귀때기청봉 안산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다시 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중청봉 뒤로 내설악이 깊었고 그 옆으로는 공룡능선과 황철봉이 아름다운 바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신선봉과 향로봉을 지나서 북쪽의 금강산이 줄기차게 달리고 있었다. 오른쪽은 구름이 넘실거리는 동해바다였고. 한참을 구경하다가 배가 고파서 중청대피소로 내려가기로 했다. 중청대피소 한쪽 여풀때기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꺼냈다. 밥은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콩밥이었는데, 꺼내서 보니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밥에 섞인 콩이 녹아서 팥고물처럼 변해 있었다. 반찬은 신김치와 고구마줄기장아찌가 다였지만 배가 고프니 이상한 밥이나 신김치로도 진수성찬이었다. 아침을 먹은 후 커피까지 한 잔 한 후 길을 나섰다. 햇살이 따가워서 선크림은 발랐지만 팔토시는 하지 않았다. 중청봉에서 소청봉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경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소청봉에서 이정표를 살펴보면서 어디로 갈까 잠시 망설였다. 컨디션이 좋았으면 공룡을 넘어도 되겠지만 이 나이에 그건 무리고. 천불동과 내설악을 놓고 고심을 했다. 이미 마음은 봉정암으로 내려갈 생각이었음에도 다시 망설였던 것은 어디로 내려가는 게 더위 덜 노출될지였다. 봉정암으로 내려가다가 소청대피소로 들어갔다. 관리하는 공단직원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였다. 소청대피소는 언제 다시 개관할지는 모른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로 숙박을 하지 않는 것은 작은 보수가 있어서라는데, 그건 믿어지질 않고, 그냥 문 닫아 논 것으로 이해했다. 희운각 소식을 물어보니 8월 오픈 예정인데, 공사진척이 느리다는 말을 들었다. 궁금했던 소식을 듣고 봉정암으로 내려갔다. 봉정암은 여느 때와는 달리 한적했다. 바로 사리탑으로 올라가서 시주를 하고 삼배를 드렸다. 사라탑에서 한참을 있으면서 사랑바위도 다시 보고, 용아장성의 빼어난 바위도 눈에 담았다. 뒤돌아보니 공룡능선도 우람하게 서 있었다. 오세암 가는 길로도 가서 철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사자바위를 지나서 봉정암을 떠났다. 계곡에서 올라오는 찬기운이 있어서 그렇게 덥지는 않았지만 습도가 있어서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찜찜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봉정암에서 수렴동대피소까지 가는 길은 풍경이 매우 좋은 길이지만 길어서 한참을 가다가 보면 경치도 그게 그런 거 같기도 하고해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두 시간쯤 걸어서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에 들어가서 물 한 병을 사서 배낭에 넣어두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마트에서 산 소고기죽과 아침에 먹다가 남기 반찬이다. 참기름을 넣은 죽은 고소하고 맛있었다. 산에서 하는 한 끼로는 조금 적은 듯했지만 영양으로 따지면 충분할 것 같았다. 죽을 먹고 나면 속이 편하다.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수렴동대피소에서 푹 쉬었다. 여기서 백담사까지는 길이 좋아서 거리가 4~5킬로쯤 남았지만 금방이다. 오늘은 날이 더워서 인지 올라오는 보살님들이 많지 않았다. 백담탐방지원센터를 지나서 버스 타러 가다가 왼쪽을 보니 물가에 그늘진 곳이 보였다. 백담계곡으로 내려가서 머리를 감고 수건에 물을 적셔서 수건샤워를 했다. 발을 씻고 양말도 갈아 신었다. 버스 타러 가는 짧은 길에 땀이 날까 봐서 조심해서 살금살금 걸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두 번째 버스에 탑승했다. 용대리 주차장에서 용대리시외버스 터미널로 가는 길은 짧은 길이지만 따가운 햇살 때문에 걷기 힘들었다. 자주 가던 중국집으로 가서 짬뽕을 시켰다. 주인장이 더우니까 콩국수를 먹으라고 했지만 하산주가 급한 나에게는 짝뽕이 최고다. 느긋하게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하산주도 하고 났더니 더위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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