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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개요

 

- 산행일 : 2023.9.30

- 산행구간 : 한계령~중청대피소~봉정암~백담사

- 거리 : 20.0km

- 소요시간 : 11시간 59분

 

 

구간 시간

 

03:03   한계령

04:35   한계령삼거리   

07:05   끝청  

07:50   중청대피소

09:50   봉정암

13:31   수렴동대피소

14:00   영시암

15:02   백담사

 

 

산행 후기

 

한계령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려 배낭을 정리하는데 비가 내린다. 이러면 안 되는데. 화장실처마 아래에서 산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보니 비는 그쳤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떴다. 구름이 살짝 덮인 달이라서 밝지는 않았다. 3시가 되니 산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발걸음 빠른 사람들이 먼저 나서고 나처럼 발걸음 느린 사람들은 선두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아 있던 사람들은 쭈뼛쭈뼛 망설이고 있었다. 먼저 갈 사람들이 다 간 모양이다 생각하고 백팔계단을 올라섰다. 한계령 코스는 백팔계단 올라가는 게 가장 어렵다. 숨을 몰아쉬면서 백팔계단을 올라갔다. 정자 여풀때기에서 산행준비를 제대로 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길이라서 먼저 올라 선 사람들이 정체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쉬엄쉬엄 올라가도 되어서 좋았다. 이마에 밝힌 불이 너무 밝아서 한 단계 낮추고 올라가다가 보니 정체되었던 사람들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없어지고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준족들이다. 어느새 홀로 산객이 되었다. 먼저 간 준족들은 없어지고 뒤따르던 사람들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서 더 어두웠다. 랜턴에 비치는 단풍이 있나 살펴보았지만 아직도 파란 잎을 달고 있었다. 한계령에서 한참을 올라갔다가 다시 긴 내림을 하고 두어 번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올라가니 한계령삼거리였다. 오늘은 한계령삼거리에서 쉬고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나도 물만 한 모금만 하고 서북능선 탐방을 시작했다.

 

산문은 잠겨 있고

 

한계령삼거리 가는 길에 있는 멋진 나무가 랜턴불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계령삼거리. 5.4km만 더 가면 중청대피소가 나온다.

 

한계령삼거리에서 조금 더 진행하고 났더니 서북능선 특유의 돌길이 나타났다. 잘 못 빠지면 다리를 다치기 싶상이어서 랜턴불 밝기를 높였다. 바람이 불어서 추웠다. 바람막이를 꺼내서 입기도 그래서 조끼를 덧 입고는 산행을 계속했다. 간간히 붉게 물든 단풍이 보이기는 했지만 성질머리 급한 놈들 뿐이었다. 속도가 비슷한 몇 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다가 보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랜턴을 끄고 발걸음 소리에 귀를 맞추었다. 하늘은 구름이 가득했다. 오늘 해 뜨는 걸 보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끝청에 도착했다. 하늘이 흐렸지만 조망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온 길을 뒤돌아보니 한계령삼거리 너머 귀때기청봉이 보이고 안산이 멀리에서 보였다 말았다 했다. 점봉산과 가리산은 구름 속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내설악쪽을 보니 백담계곡 쪽이 아름답게 보였다. 봉정암과 공룡능선 너머로 황철봉과 동해 쪽도 보였다.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발길을 재촉했다. 끝청을 지나고 나서 바로 나오는 전망봉우리에 올라가서 다시 360도 삥 둘러보았다. 중청봉과 대청봉 라인이 엄청 이쁘게 다가섰다. 나지막한 관목이 반기는 중청봉 여풀때기를 지나서 중청대피소로 갔다. 중청대피소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보는 중청대피소가 아마도 마지막으로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점봉산쪽은 이랬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너머 황철봉과 금강산 신선봉 쪽

 

간혹 성질머리 급한 단풍이 반겨주었다.

 

 

 

중청대피소에서 볼일을 보고 가지고 간 찬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말라붙은 밥을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넘겼다. 먹어야 남은 길을 갈 수 있겠다 싶어서 턱이 아프도록 씹었다. 아름다운 소청가는 길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소청봉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인제군 북면에는 오후에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다. 어쩔까 망설이다가 비 오면 비를 맞지 하면서 봉정암으로 내려갔다. 장사를 하지 않는 소청대피소를 흘낏 쳐다보고는 봉정암으로 내렸갔다. 사리탑에 올라갔다. 일단은 사리탑에 9배를 올리고 구경을 나섰다. 사리탑 위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서 장엄하게 흐르는 귀때기청봉 쪽 풍경을 살펴보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용아장성의 날카로운 바위들을 보면서 어디로 해서 저 봉우리를 넘을까 마음속으로 상상을 해보았다. 역시나 나는 아니다 싶었다. 오른쪽으로 더 돌아서니 공룡능선이 늠름하고 백두대간이 북쪽의 금강산을 바라보면서 달리고 있었다. 그 너머에는 고성과 속초의 바다와 마을이 보였다. 

 

소청 가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

 

언제쯤 문을 여실 계획인가요?

 

공룡과 황철봉

 

봉정암 가는 길. 조만간 단풍이 절정을 이룰 모양이다.

 

정성으로 올린 돌맹이들이 어떤 복락을 가져다 줄 것인지.

 

봉정암을 지키는 칠선봉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리탑. 9배를 올렸다.

 

 

사리탑에서 내려와서 봉정암 마당에서 쉬고 있으니 점심공양이 시작되었다. 11시도 안되었는데.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봉정암 공양은 하고 가야지. 미지근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단무지 몇 쪽을 반찬 삼아서 점심 공양을 했다. 봉정암 미역국과 오세암 미역국을 비교하면 오세암 미역국 승. 봉정암 미역국은 간만 맞춘 멀건 미역국이고 오세암 미역국은 된장을 푼 미역이 많이 들어간 구수한 미역국이다. 갑자기 오세암에 가고 싶어졌다. 봉정암 산문인 사자바위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가서 용아장성의 멋진 바위들을 구경하다가 내려왔다. 깔딱고개를 내려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부분이 봉정암에서 일박하면서 기도할 분들이었다. 발바닥이 아프고 종아리가 당겨왔다. 나이가 들 수로 점점 심해지는 현상이니 그러려니 할 뿐이다. 두 시간이 넘게 걸려서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 길은 오솔길 수준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무의자에 앉아서 세월을 보내다가 영시암으로 갔다.

 

봉정암을 지키는 사자와 그를 지키는 용아장성의 바위벽

 

 

영시암에서 영시암 법당에 들어갔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돌아나오니 끄트머리에 비로전이 있었는데 방문하지는 않았다. 다음에 다시 올 때에는 비로전에도 들어가서 비로자나부처님께 인사를 드려야겠다. 좋은 길을 따라서 한 시간쯤 걸었더니 백담사에 도착했다. 절에는 들어가지 않고 버스를 타고 용대리로 갔다.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수와 머리를 감고 용대리로 하산하면 가끔 가던 중국집으로 갔더니 손님이 많아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시간은 많으니까. 짬뽕을 시키고 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짬뽕 안주에 소주 일병을 들이키고 길었던 하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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