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가을날 단풍구경하러 공룡의 등뼈를 넘었다.



산행 개요

 

- 산행일 : 2023.10.1

- 산행구간 : 소공원~비선대~마등령~희운각~비선대~소공원

- 거리 : 20.1km

- 소요시간 : 11시간 35분

 

 

구간 시간

 

02:23   소공원 설악동탐방지원센터

03:17   비선대   

06:03   마등령삼거리  

06:20   나한봉

07:10   큰새봉

08:20   1275봉

10:04   신선대

10:34   무너미재

10;42   희운각대피소

11:40   양폭대피소

13:13   비선대

13:58   소공원 설악동탐방지원센터

 

 

산행 후기

 

 

동네 칙바이칙에 가서 햄버거 하나를 사 와서 내일 아침 양식을 마련하고는 집을 나섰다. 서울고속터미널에 도착해서 내일 점심용으로 김밥 한 줄을 사서 배낭에 넣었다. 잠깐 졸다가 보니 속초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배낭을 메고 내렸다. 대부분 아침밥 먹을 곳을 찾아 나서고 있었지만 나는 배낭에 아침 점심을 넣어 두었기 때문에 바로 택시를 타고 소공원으로 갔다. 소공원 입구에서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택시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렸다. 소공원 입구에는 산객들로 붐볐다. 택시도 버스도 많이 있었고, 자가용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주차를 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승용차 주차장은 아직 텅 비어 있었다. 예전에 입장료를 받던 아직도 남아 있는 소박한 산문을 들어섰다. 갑자기 어둠이 다가들어서 이마의 불을 밝혔다. 급하지 않은 발걸음으로 비선대로 갔다. 저항령에서 내려오는 계곡의 다리까지는 잘 포장된 아스팔트 길이라서 밤길임에도 걷기 좋았다. 다리 중간쯤에서 하늘을 쳐다보니 스무사흘날 하현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달 주변에는 약간의 구름도 있었다. 별이 있나 살펴보았지만 밝은 별 몇 개만 보였다. 예전에 이 길을 혼자 걸을 때는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듯이 많이 보였었는데. 세월 따라 별의 개수도 줄어들었는가. 예전에 있던 와선대 상가 근처까지는 고운 흙으로 이루어진 길이었고, 그 이후 비선대까지는 돌로 길바닥을 만들어 놓았다. 비선대에 도착했더니 3시가 넘어서인지 기다리는 산객들이 별로 없었다. 아직 출발하지 않은 단체산객들이 수다를 떨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주에는 한계령에서 추석 보름달을 봤었는데, 오늘은 이 곳에서 반토막난 하현달을 보는구나.

 

산문을 들어서는 사람들

 

비선대를 지나자마자 깔딱 오르막이 나타났다. 덜 풀리 다리를 걱정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하기사 빨리 걸을 수도 없었다. 앞에 가는 사람 속도에 따라서 빨랐다가 늦어다가 할 뿐 내 의사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듣지 않아도 될 남들 얘기에 귀를 열어놓고 발을 올렸다가 내려놓을 뿐이었다. 한 동안 그렇게 걷다가 보니 길이 풀렸다. 발 빠른 사람들은 먼저 가 버렸고, 발 느린 사람들은 쳐졌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뒤돌아보니 속초시내의 불빛이 아련하게 다가들었다. 하늘을 살펴보니 별도 몇 개가 있는 걸 보니 잘하면 공룡능선에서 일출을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발걸음을 빨리 했다. 마등령삼거리에 도착했더니 속초 앞바다가 붉으스럼하게 보였다. 전망 좋은 곳 몇몇 곳에서는 일출을 기다리는 산객들이 있었고, 오세암 쪽으로 있는 너른 곳에서는 단체산객들이 아침 식사를 하느라고 분주해 보였다. 빠른 발걸음으로 나한봉 올라가는 돌길을 걸었다. 지금 해가 뜨면 안 되는데 하면서 나한봉 전망 좋은 곳에 올라갔더니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 구름이 걸려 있었다. 해는 그 구름 사이 조금 벌어진 곳으로 올라왔다. 완전히 동그란 모습을 보여주고는 위쪽 구름 속으로 들었갔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공룡능선에서 새로 뜨는 아침 해를 볼 수 있었다니. 한참 동안이나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단체 산객들의 사진 놀이를 구경하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큰새봉이 아침 햇살을 받아서 빛나고 있었다. 곧 비상하려는 모습이었다. 

 

올라가다가 뒤돌아보니 속초시내의 불빛이 아련했다.

 

거친 마등령 올라가는 길에는 정체와 풀림의 연속이 있었다.

 

마등령삼거리에서 속초앞바다를 내려다보니 일출이 시작되려는지 세존봉이 동녘 하늘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 끝에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비록 구름이 조금 간섭을 했었지만서도.

 

 

건너편 귀때기청봉은 구름머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마등봉 쪽을 돌아보고 속초도 내려다보고 내설악도 내려다 보고는 큰새봉을 바라보면서 걸었다. 큰새는 막 이륙하려는지 날개죽지에 힘을 가득 담고 있었다. 저 날개가 펴지면 구만리 창공을 날아서 남해로 날아 갈 것이다. 그 모습이 눈에 아련거리는 듯 했다. 물론 상상속이지만. 장자.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길을 걸었다. 빨간단풍나무는 몇 개 없었고 대부분이 꿀밤나무 종류의 키 작은 관목이었다. 나는 누리끼리한 단풍을 참으로 좋아 한다. 비록 말라비틀어진 단풍의 모습이지만. 물 없는 곳에서 핀 단풍이니 오죽하랴. 뒤돌아보니 일출을 보았던 거대한 나한봉이 돌아 앉아 있었다. 큰새봉 안부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큰새 부리 쪽을 기어 다니는 악어를 보면서 햄버거를 먹었다. 양파와 상추가 들어간 햄버거는 먹을만했다. 입안에는 은근이 피어 오른 숯불향 고기 맛이 가득했다. 1275봉은 한 발짝만 뛰면 닿을 듯이 가까이 보였다. 험한 길을 걷는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공룡길이 줄어드는 것 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한 걸음 걷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걸음 걷고 지나온 돌길을 돌아보았다. 단풍이 제대로 든 공룡을 걷는 것이 얼마만인가. 다행히도 일찍이 시작한 산행이라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지 않았다. 단풍길을 걸어서 1275봉에 도착했다. 1275봉 정상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야 고소공포증 때문에 엄두도 못 내었다. 옆에 있던 단체산객들 중 어느 여성분 하시는 말씀. 다들 인생샷 찍으로 올라가겠지만 나는 안 간다. 나도 속으로 나는 몬간다.

나한봉을 나섰더니 앞에는 큰새봉, 1275봉, 신선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 높은 곳에 있는 대청봉과 중청봉, 소청봉은 구름 머플러를 하고 있다.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저런 단풍길을 샤방샤방 걸었다.

 

 

 

가다가 뒤돌아본 나한봉의 위용

 

큰새봉 전망대 옆으로 산길이 열려 있었다.

 

내설악은 서북능선의 보호 아래 깊은 속살을 숨기고 있었다.

 

1275봉과 천화대

 

 

누가 하늘로 화살을 쏘아 보냈나.

 

손오공이 하계를 내려다 보는 것인가.

 

나한봉과 마등봉

 

 

새종봉과 울산바위

 

악어가 큰새부리를 넘어가고 있었다.

 

신선대가 빼꼼이 바라보면서 어서 오라고 한다.

 

1275봉과 신선대. 하늘은 구름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청봉에 비를 뿌릴 것인가.

 

큰새봉 여풀때기 바위의 웅장한 모습

 

마등봉 아래에 우뚝한 세존봉. 세존봉은 외설악 어느 곳에서도 그 고고한 자태를 볼 수 있다.

 

1275봉 가기 전에 있는 바람골

 

바람골을 지키는 킹콩

 

 

 

1275봉에서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신선대로 가는 길이다. 길은 천화대를 거느린 노인봉은 들리지 않고 내설악 쪽으로 한참을 떨어졌다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신선대로 나 있었다. 아기자기한 공룡의 등뼈 참 맛을 볼 수 있는 길이었다. 이쯤부터 길이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대청봉을 넘어서 오는 사람들과 만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약간의 즐거운 양보 요구로 실랑이를 벌이면서 걸었다. 가다가 보니 돌아 앉아 있는 노인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서 보면 뾰족한 봉우리인데 옆으로 지나가면서 보니 노인봉 작명이 어울린다는 것을 알았다. 가다가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아쉽다. 오늘은 천천히 걷는데도 공룡능선이 짧게만 느껴졌다. 노인봉을 지나가는 길은 아기자기하기도 하지만 험하기도 하였다. 신선대에 올라섰다. 많은 사람들이 공룡의 등뼈를 감상하고 있었다. 나도 그 속에 묻혀서 공룡능선을 감상했다. 왼쪽 내설악과 오른쪽 외설악이 그대로 다 보였고 천화대능선의 범봉과 마등봉 기슭의 세존봉이 그중 으뜸이었다. 때기 싫은 발길을 내 디뎠다. 무너미재로.

 

단풍이 있는 길

 

큰새봉에도 나한봉에도 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1275봉을 내려가는 사람들
앞에는 천화대를 거느리는 노인봉이 있다.

 

공룡능선의 명물 촛대봉

 

 

촛대봉 안쪽으로 들어서면 노인봉의 전설이 시작된다.

 

진정한 공룡의 등뼈를 느낄 수 있는 구간

 

이 경치에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범봉과 천화대. 속초앞바다는 푸르기만 하구나.

 

1275봉의 위용

 

 

숨이 막힐 듯한 모습

 

끄트머리에 있는 신선대. 보기에는 가깝게 보이지만 둘러둘러 가는 길을 따라서 가면 한참 걸린다.

 

천불동

 

노인봉을 지나간다.

 

복돼지와 공기돌.

 

신선대에서 오늘 지나온 공룡능선을 마지막으로 감상한다. 굿바이 공룡.

 

 

대청,중청,소청의 삼청을 둘러쌌던 구름도 옅어지고.

 

새로 지은 희운각대피소

 

 

 

험악한 신선대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곧바로 무너미재가 나왔다. 새로 지은 희운각대피소를 구경하려고 200미터 거리를 걸었다. 희운각 대피소는 아직 마무리가 덜 된 모습이었다. 대피소 마당과 근처 빈자리에는 산객들로 가득했다. 아침인지 점심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달 말에 숙박예약을 해놨는데, 그때까지 완공이 되려나. 다시 무너미재로 돌아와서 가파른 천불동 내려가는 길로 들어섰다. 천불동계곡 단풍은 아직 멀어 보였다. 한 2주쯤 지나야 제대로 된 단풍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양폭대피소 마당이 좁아서 계곡물이 못 들어오도록 막아놓은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서 점심용 김밥을 먹었다. 비싸게 주고 산 김밥인데, 영 아니올시다. 아침으로 먹은 햄버거가 김밥보다도 싼 거였는데, 더 맛있었다. 다음에는 무조건 햄버거로 점심을 준비해야 되겠다. 양폭을 지나면서부터 발바닥이 아파오고 다리도 뭉쳤는지 힘이 나지 않았다. 비선대에 도착했다. 깜깜한 밤에 올라가서 환한 낮에 내려왔다. 앱으로 속초에서 서울 가는 버스표를 바꿨다. 너무 빨리 내려와서이다. 비선대 데크에 앉아서 한참을 노닥거리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희운각 대피소는 호텔처럼 지어놨더라.

 

신선대

 

소청봉 올라가는 능선에도 단풍이 한창이다.

 

천불동에서 제일 위쪽에 있는 폭포

 

계곡 밖에 하계가 있다.

 

천불동계곡의 심장

 

천당폭포

 

양폭대피소

 

설악동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마쳤다.

 

 

소공원에서 산행을 마치고 버스승강장으로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C지구 상가주차장으로 가는 산객들이었다. 산악회에서 타고 온 버스들은 대부분이 C지구 상가에서 기다린다. 소공원에서 C자구 상가까지 걸어가 보았는데 굉장히 멀었다. 설악동으로 들어오는 차들이 많아서 버스를 한 삼십 분쯤 기다린 것 같았다. 가면서 보니 C지구에는 산악회에서 몰고 온 관광버스가 가득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내리고 난 뒤 한적한 시내버스를 타고 속초시내로 들어갔다. 속초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세수와 머리를 감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남은 시간이 한 시간쯤 되었다. 기사식당에 가보았는데, 여러 사람들이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 순번이 돌아올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나와서 순댓국집으로 들어갔다. 순대국집에 가서 만사천원 주고 순대국과 소주를 시켜서 홀로 하산주를 했다. 순대국 값이 만원으로 비쌌는데 먹어보니 냄새도 없고 괜찮았다. 오늘은 설악 공룡에서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