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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 산행일자 : 2025.2.13
- 산행구간 : 고항치~자구산~석묘리 정류장
- 거리 : 10.4km
- 소요시간 : 5시간 21분
구간시간
09:42 고항치 영주방향 동물이동통로
10:21 옥녀봉
11:11 달밭산 정상석
11:19 달밭산 정상
11:37 소목재
12:28 임도
12:47 자구산 정상석
13:04 자구산 정상
13:47 지르메기
14:01 부춘산
14:17 임도
15:03 석묘리 정류장
산행후기
자구지맥 일부구간을 걸으려고 부항치에 왔다. 백두대간 할 때 두 번 지나간 곳이라고 반가웠다. 영주 쪽 동물이동통로 쪽에서 고항치로 올라가는 임도에는 눈이 가득 쌓여 있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새하얀 눈밭이었다. 스패츠와 아이젠을 신고 스틱을 늘려서 산행준비를 완료하고 램블러를 켰다. 다들 올라가고 내가 맨 꼴찌다. 부항치로 올라갔더니 산행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정거리다가 또 꼴찌로 출발했다. 오랜만에 산다운 산길을 걸어서 그런지. 아니면. 눈이 많아서 그런지. 힘이 들었다. 중간에 산행대장을 만나서 몰이당하면서 올라갔다. 눈이 발목을 덮었다. 선두가 러셀을 하면서 올라갔는데. 뒤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선두 발자국만을 밟았는지. 꼴찌로 올라가는데도 발자국은 하나밖에 없었다. 대단들 해. 옥녀봉 정상에는 돌탑과 이쁜 정상석이 있었다.
옥녀봉 정상을 지나고 나면서부터는 정리 안 된 산길이 나타났다. 관목들이 얼굴을 때렸다. 추운 겨울에 나뭇가지로 얼굴을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안 맞아 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렇게. 눈 쌓인 정리 안 된 길을 한참 걸었더니 문곡재가 나왔다. 반바지님이 걸어둔 명찰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문곡재에서 가파른 길을 올라갔더니 달밭산 정상석과 이정목이 있었다. 오는 길에 지자체에서 세워둔 이정표에는 문필봉이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달밭산 정상석이 있는 곳을 말하는지. 진짜 달밭산 정상을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어느 곳에도 문필봉이라는 정상석은 없었으니까.
달밭산을 지나고서부터는 산길이 더 까칠해졌다. 소백산을 완전히 뒤로 두고 걸었다. 왼쪽은 영주땅이고 오른쪽은 예천땅이다. 묘적령에서 저수령으로 흘러가는 백두대간은 하얀 눈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다. 저기를 걸을 때. 화살처럼 생긴 이능선이 매우 궁금했다. 결국 그 궁금증 때문에 오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먼저 간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아침을 소홀히 했더니 배가 고팠다. 김밥 한 줄을 먹고 일어섰다. 소목재와 임도를 지나고 자구산으로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도솔봉과 연화봉이 잘 보였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자구산도 정상석이 있는 곳과 진짜 정상은 달랐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일대가 자구산이니.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 어디에 정상석이 있더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자구산에서 지르메기로 고도를 많이 낮추었다. 앞에 조금 놉데데 한 산을 올라가야 한다. 부춘산이라고. 부춘산에서 우리는 자구지맥을 버리고 석묘리로 내려가야 한다. 부춘산은 봄을 노래한 시부를 지은 곳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부춘산에서 임도로 내려가는 길은 매우 가팔랐다. 다행히 발톱이 긴 아이젠을 신은 덕분에 미끄러지지는 않았다. 간혹 나오는 돌부리에서 발목이 휘청거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임도에서 내려가는 길도 가팔랐다. 가파른 지역을 다 내려갔더니 V자로 생긴 갈림길이 나왔다. 나는 그 길이 의심스러워서 직진으로 잘 나있는 길을 따라갔다. 램블러에서 길 잘 못 들었다고 계속 성가시게 했지만. 감을 믿고 무시했다. 죽은 나무가 길을 막고 있었는데도. 죽은 나무를 넘어갔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보니 길이 막혔다. 아뿔싸. 내 고집 때문에 사서 고생을 하는구나. 약초밭을 만든다고 잘 나있는 산길을 막아놓은 것이었다. 이리저리 살피다가 발자국이 있길래 따라서 내려갔다. 험한 길이었다. 농로가 있는 곳으로 나갔다. 농로길은 멀리 둘러가는 길이었다. 같이 걸었던 분은 농로길을 따라서 가고, 나는 산비탈을 타고 동네로 내려갔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해서 배낭을 정리하고 있는데. 뒤를 이어서 나머지 후미들이 도착했다. 산행대장이 시간 없다고 빨리 버스를 타라고 독촉했다. 버스를 타고 10여분 정도 풍기 쪽으로 가다가 길옆에 있는 주치골사람들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다. 이침에 주문한 데로 식사가 나올 모양이었다. 처음 참석하는 것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우물쭈물하다가. 닭개장 시킨 분들이 앉을자리라고 판단되는 곳으로 가서 먼저 자리를 잡은 분에게 음식, 술, 값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각자 먹은 것에 대한 값을 각자가 치르면 된다고 했다. 이 팀에는 스무 명쯤이 서로 아는 사이라고 했다. 나와 몇몇이 그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그래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닭개장도 맛이었고, 소백산 막걸리도 맛있었다. 함께한 사람들도 좋았고.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이 일행이 끼어들고 싶었다.
<램블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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