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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 산행일자 : 2025.1.16
- 산행구간 : 영각사~남덕유산~황점
- 거리 : 9.1km
- 소요시간 : 5시간 21분
구간시간
10:18 영각사주차장
10:45 영각사탐방지원센터
12:13 영각재
13:05 남덕유산(봉황산)
14:00 월성재
15:39 황점마을주차장
산행후기
육십령에서 탑승객 삼분지 이를 내려주고. 남은 사람들은 영각사로 갔다. 버스가 일찍이 도착한 관계로 시간이 늘 늘 하다. 배낭을 뒤져서 다시 꾸렸다. 아이젠은 영각사탐방지원센터에서 하기로 하고. 스패츠만 장착했다.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아서 좋기는 했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많았다. 하봉에 올라설 때쯤에는 날씨가 맑아져서 파란 하늘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영각재로 올라가는 길은 고도를 급히 올리기 때문에 조금 가팔랐다. 천천히 걸었다. 걸음이 늦으니 영각재 올라가기 전에 꼴찌가 되어 버렸다. 맨 뒤에서 걸으니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겠다. 좋기는 했다. 온전히 자연에 상념을 맡겼다. 눈 덮인 산길을 홀로 걷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참으로 좋은 날이다. 땀이 나지 않도록 최대한 얇게 입고 올라 가는데. 영각재 데크계단쯤부터는 많이 추워졌다. 옷을 덧입을까 하다가 그냥 올라갔다. 영각재 쉼터에는 먼저 올라갔던 사람들 중에서 한 팀만 쉬고 있었다. 그님들도 금방 떠나가고. 하봉부터 세차게 불 바람준비를 했다. 두꺼운 우모복은 꺼내지 않았다. 여름용 바람막이 점퍼를 안에 입고 그 위에 오리털 조끼와 오리털 얇은 겉옷들을 받쳐 입었다. 모자도 털모자 귀막이를 내려서 꽉 조여 맸다. 영각재 올라오기 한참 전에 만났던 하산객들이 해주었던 말. 지금 올라가면 상고대가 대단하다고 했는데. 영각재 쉼터에서 하봉으로 올라가는 전위봉을 바라보니 상고대가 없었다. 그사이에 다 녹아버렸나?
하봉 전위봉을 지나고 나서 하봉 올라가는 계단에 도착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하봉 건너편 중봉 모습을 찍으려고 장갑을 벗었더니 손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사진 찍기도 힘들구먼. 하봉 정상에 올라섰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구름 속이고. 바람은 왜 그리 많이 부는지. 시린 손을 꺼내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났더니. 손가락과 손등이 아팠다. 멋진 경치는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데. 오늘은 포기하련다. 중봉 올라가는 계단에서 하봉을 돌아보니 멋지군. 중봉 계단 올라가는 길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날려갈 것만 같았다. 오른쪽은 절벽이라서 무서웠다. 왼쪽 철난간을 잡고 주변은 쳐다보지도 않고 발만 보면서 올라갔다. 중봉을 지나고 나서 남덕유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덕담을 나누면서 올라갔다. 다들 설레는 모습이었다. 오고 가는 인사도 밝을 수밖에. 이래서 산에 온다.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인사를 받고. 중봉을 지나서 남덕유산 정상 올라가는 짧은 깔딱 고개를 지나갔다. 그러고 나서. 철계단을 올라갔더니 남덕유산 정상석이 보였다. 남녀 한 쌍이 갖은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셀프 사진도 찍으면서. 내가 찍어줄 수도 있는데. 기다리고 있었더니 사진 부탁을 했다. 진작 그러시지. 덕분에 나도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정상에서 내려와서 서봉 전망대로 갔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간식을 할 생각이었는데. 추워서 포기하고 월성재로 내려가기로 했다. 눈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나무 키가 낮아졌다. 나뭇가지에 목이 잘릴까 봐 겁이 나서 자세를 낮추었다. 짚신아이젠을 신지 않고 발톱이 긴 아이젠을 신은 덕 분에 많이 미끄러지진 않았다. 문제는 한쪽발 아이젠이 눈에 박힌 상태에서 미끄러지는 상황인데. 한 번 대차게 꼬라박았다. 눈 위라서 다행이었다. 월성재까지는 고도를 많이 낮추었다. 바람이 진짜로 많이 불었다. 노출된 얼굴이 따가웠다. 나뭇가지가 하얐다 상고대는 아닌 것 같기는 했는데. 바닥에 쌓인 눈이 바람에 날려서 나무에 달라붙은 것 같기도 하고. 스틱이 말썽을 부려서 짜증이 났는데. 어느 순간 말짱해졌다. 나를 놀리나. 우여곡절 끝에 월성재에 도착했다,
월성재에서 좀 쉬어가려고 했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월성재에서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조심해서 걸었다.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면 붙지도 않을 텐데.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발에 신은 아이젠 성능이 너무 좋은지. 한 발은 가려고 하는데 한 발은 안 가려 했다. 가파른 길을 내려서서 한숨을 쉴만한 곳에 쉼터가 있었다. 월성재에서 300미터쯤 내려온 곳이었다. 연양갱 두 개를 먹었다. 모자라서 간식통을 꺼내서 아침에 준비했던 햄을 꺼냈다. 햄에는 소주지. 배낭 깊숙이 숨겨놨던 한라산 오리지널을 꺼내서 세 모금만 했다. 더 먹으면 위험할 것 같아서. 이후로는 평평한 눈길이었다. 지루할 때쯤에 황점마을로 가는 도로에 도착했다. 도로에는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을 것 같아서 도로가에 배낭을 내렸다. 아이젠, 스틱, 스패츠를 갈무리하고. 이제 것 입었던 옷을 갈아입고. 모자도 바꿨다. 깔끔한 모습을 하고 길을 나서다가 오른쪽을 보니 또랑 건너편에 서울 갈 버스가 보였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한 시간 반쯤 남았다. 황점마을에 하나 있는 가게로 가보니 문이 닫혀 있었다. 또랑 건너 캠핑장 가게로 가봤는데, 그곳도 문이 닫혀 있었다. 우짜면 좋을꼬. 마을 보호수로 갔다. 배낭에서 아까 먹다가 남은 소시지와 한라산을 꺼내서 홀로 하산주를 하고 있는데. 마을 개가 끊임없이 짖는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다가 보니 내가 이겼다.
연신내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맥주 사려고 한 정거장을 더 가서 한옥마을에서 내렸다. 하이네켄을 사서 배낭에 넣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생각해 보니. 아쉽다. 더 놀다가 왔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 시간만 되면 꼬박꼬박 집으로 돌아오는 인생이라..
<램블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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