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청봉은 아직 멀었는데 일출 조짐이 있었다.

 

산행개요

 

- 산행일 : 2022.9.23

- 구간 : 오색~대청봉~봉정암~백담사

- 거리 : 19.7km

- 소요시간 : 11시간 20분(관광모드)

 

 

구간시간

 

03:00   오색

06:20   대청봉

14:20   백담사

 

 

산행후기

 

설악산 대청봉과 중청봉 일대에 단풍이 들었는지 보고 싶어서 산악회를 따라서 오색에 도착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인지 산문은 닫혀 있었다.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얇은 바람막이만 입고도 충분히 견딜만했다. 3시가 되니 산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다들 서성거리면서 움직지 않고 있었다. 내가 먼저 나서지 뭐.  바로 이어지는 계단길 때문에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종아리에 신호가 왔다. 천천히 걷자. 시간은 많으니까. 오늘은 공룡을 넘지 않고, 소청봉에서 백담사로 하산하기로 작정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다. 오늘 계획한 코스는 내 체력에 가장 알맞는 거리다. 한 30분 쯤 걷고 났더니 내 뒤로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추월하고 만 것이다. 첫 번째 능선에 도착해서 잠깐 쉬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별들이 하늘 한 가득했다. 후미인지 다른 팀인지는 몰라도 또 몇 명의 산객들이 지나가고 또 맨 뒤에서 걷게 되었다. 숲길이 잠간 트이는 곳에서 하늘을 쳐다 보았더니 스무여드래 하현달이 빼꼼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 밤에 산길을 다니는 자에게 무언의 응원을 보내는 것 같았다. 가느다란 눈썹처럼 생긴 그믐달이 온 누리를 홀로 밝히고 있었다. 숲은 고요했고, 바람소리만 들렸다. 간혹 나뭇닢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걷기 시작한지 한 시간쯤 지나면서 부터 오른쪽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설악폭포를 지나고, 산길을 반도 더 걸었는데도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다. 대청봉 올라가는 주능선에 들어섰다. 산길은 여전히 가팔랐고 계단은 하늘을 뚧을 듯 했다. 가파른 돌계단에 주저 앉아서 사과 한 조각을 베어 물었다. 잠깐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산길 분위기가 변하는 듯한 모습이 느껴졌다. 날이 밝아오려나.

 

스무여드래 하현달은 저렇게 생겼다. 맨 눈으로 볼 때에는 달 주변이 포르스름했는데, 사진으로 찍어놨더니 요렇게 표현되었다.

 

 

날이 밝아오면서 주변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청봉 주위는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첫 단풍은 아니더라도 10프로쯤은 물이 들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영 아니올시다. 산 길 오른쪽으로는 일출이 시작되고 있는지 불그스름하게 하늘이 물들고 있었다. 밤이 물러나고 날이 밝는다는 것은 밤새 음기에 움추렸던 대지를 양기로 깨우는 것이다. 우주는 이렇게 변화하면서 돌고 있는 것이다. 그 안에서 한 줌도 안되는 삶을 살고 있는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바둥거리는지 몰라. 어쨋든 동쪽 하늘이 물들고 있으니, 빨리 올라가야 할텐데. 발걸음은 늘어지기만 했다.

 

 

 

 

결국은 대청봉 바로 아래에서 일출을 보게 되었다. 동쪽의 따뜻한 기운이 사방을 감싸 안으니 천지는 일순간에 깨어났다. 공기가 청정한지 사방의 산봉우리들은 말끔하게 단장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 낮은 곳에서는 구름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고, 동해바다는 어디 까지가 제 땅인지 구분도 못하고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참으로 좋은 아침이다. 대청봉 정상에는 인증하는 사람들과 주변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다. 나도 젊은이에게 부탁해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오랜만에 인증사진 한 장을 남겨 보았다. 늙어 빠진 모습이지만. 바람이 불어서 몹씨도 추웠다. 주변을 살펴 보니 아래쪽 산하는 푸른 빛만이 넘실거렸다. 가을은 아직 이른 모양이었다. 그래도 점봉산 부터 이어지는 남쪽의 백두대간과 장쾌하게 흐르는 서북능선이 아름다웠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 아래를 내려다보니 공룡능선을 지나서 황철봉까지 이어지는 북설악이 늠름했다. 그 뒤로는 신선봉 부터 시작되는 금강산이 쭉 늘어서서 북쪽 땅의 금강산 까지 보였다. 좋은 날, 좋은 곳에 서 있는 내가 대견스러웠다. 

 

 

 

조양

 

 

점봉산에도 햇살이 비췄고, 그 뒤에 인제 마을은 구름이 덮고 있었다.

 

 

화채봉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초소가 아련한 그리움의 중심이 되었다.

 

 

대청봉의 사람 들

 

 

동해바다를 비추는 일출... 꿈 같은 모습이다.

 

 

늙은이 하나가 추위에 떨면서 모처럼 대청봉에서 사진 한 장을 남겨 보려고 한다.

 

 

한계령에서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까칠한 능선도 보이고... 저 길을 밤에 걸은지도 오래다.

 

 

끝청봉과 중청봉 뒤로는 가리봉과 귀때기청봉, 안산이 늘어서 있었다.

 

 

 

중청봉과 소청봉 주변은 누렇게 색깔이 변하고 있었다. 용대리 방면은 구름이 인간 땅을 덮고 있었고...

 

 

울산바위, 속초시내, 동해바다

 

 

중청봉과 소청봉은 가을빛과 햇빛에 물들고...

 

 

대청봉을 내려서면서 뒤돌아 보니...

 

 

향로봉 뒤로는 북쪽의 금강산이 늘어서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용아장성릉과 칠선봉...그 사이에는 봉정암과 사리탑이 내려다 보였다.

 

 

소청대피소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밖은 추워서 밥 먹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봉정암 뒤의 기기묘묘한 봉우리. 칠선봉.

 

 

용대리에 17시30분에 산악회 버스가 오기 때문에 봉정암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 법당에 들어가려다가 문을 잘 못 열었다고 보살님께 지청구를 듣고 법당에 들어갈 마음이 사라졌다. 법당 통유리창 너머에 보이는 사리탑에 눈길을 주고만 나왔다. 그래도 무인 시주함에 만원을 넣고 양초 하나는 챙겼다. 법당 바깥에 있는 촛불 켜는 곳에다 양초에 불을 붙혀서 세워 놓았다. 딸,아들이 지들 몫을 하면서 살아가면 좋겠다는 소원을 마음속으로 빌면서...  사리탑으로 올라 갔다. 사리탑에 삼배를 올리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년만에 다시 온 것이다. 인적이 없는 사리탑에서 나홀로만의 정취를 오랜만에 느껴 보았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그 많던 보살님들이 보이지 않았다. 사리탑 뒤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곰바위는 그대로 있었고, 봉정골 건너편 사랑바위는 오늘도 사랑하고 있었다. 오세암 가는 길이 있는 가야동계곡은 깊었다. 몇 번 지나갔던 시절을 되새겨 보았다. 오래 전이다. 참 힘든 길이었다는 것과 가야동계곡 합수점의 맑은 물과 풍경들이 생각났다. 다래순을 따던 사람들도 생각이 났고. 뒤로는 공룡능선이 기걸찼다. 공룡능선은 나한봉 그룹, 1275봉 그룹, 신선봉 그룹으로 크게 나누어져 보였다. 중간에 있는 큰 새봉과 노인봉은 그 속에 속한 듯이 보였다.

 

 

오른쪽 첫 줄에 있는 촛불이 내가 공양한 촛불이다.

 

 

사리탑

 

 

불두암

 

 

사랑바위는 지금도 깊이 포옹하면서 사랑하고 있었다. 오래전 새벽에 사리탑 전망대에서 이쁜 보살님이 알려주셔서 "사랑바위"란 걸 처음 알았다.

 

 

공룡의 등뼈, 뒤로는 푸른 동해바다가 하늘과 애무를 하고 있었다.

 

 

용아장성릉

 

 

곰바위

 

 

항상 그리움으로 남는 봉정암 사리탑

 

 

소청봉 대청봉 중청봉이 삼각편대를 이루고...

 

 

봉정암을 지키는 봉정골의 사자바위

 

 

 

봉정암에서 이 곳 저 곳을 구경하다가 하산을 시작했다. 무릎이 시큰거려서 무릎보호대를 해봤지만 더 불편해서 벗어 버렸다. 봉정암 부터는 산행이 아닌 관광 모드로 바꾸었다. 구곡담의 기기묘묘한 폭포와 담이 푸른 산빛과 물빛에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가끔씩 올라오시는 보살님들이 얼마나 남았냐고 대뜸 물어오신다. 봉정암 까지의 남은 거리와 시간을 물으시는 것이다. 대답은 '천천히 올라가세요.'  산에서 하는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거짓말을 하기가 그래서였다. 작년에도 구곡담과 수렴동 단풍이 일러서 즐기지 못했는데, 올 해는 푸른 빛만 넘설거렸다. 시월 하순에 오세암을 가려고 한다. 그 때는 단풍이 들었겠지. 조금 가다가 쉬고, 조금 걷다가 구경하고, 그렇게 걷다가 보니 수렴동대피소가 나타났다. 여기서 영시암 지나서 백담사 까지는 길이 좋아서 금방이다. 시간을 보니 아직도 이른 시간이었다. 대피소 들어가는 계단에 주저 앉아서 간식을 먹으면서 하염없이 시간을 죽였다. 쉬기도 지겨울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배낭을 매고 다시 길을 나섰다. 한 시쯤이 되니까 그 파랗던 하늘이 어두워졌다. 전망이 기가막히게 좋은 너럭바위에 앉아서 쉬려고 방석을 찾았는데 없었다. 수렴동 대피소에서 깔고 앉았다가 챙기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배낭카바를 하고, 각반도 차고, 우의를 입고 나서 다시 길을 나섰다. 백담공원지킴터 바로 직전에 계곡으로 내려가서 머리도 감고 발도 씻었다. 상의를 갈아입고 양말만 갈아 신었는데도 기분이 좋아졌다.

 

 

 

쌍룡폭포. 우측의 폭포는 매우 높았다.

 

 

 

폭포가 줄을 이어서 나타났다.

 

 

옛 기록에 영시암은 작은 나무집이었다는데...

 

 

백담사 들어가는 새길

 

 

 

 

용대리로 하산해서 점심으로 황태정식을 먹었다. 동동주 한 병을 곁들였더니 만팔천원이 나왔다. 맛은 그다지. 다음에는 절대로 황태집에는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다다음주에 하산주 먹을 집을 찾다가 보니 중국집이 보였다. 그래 하산주는 짬뽕에 빼갈이지...  시간도 많이 남고 해서리 동네 구경을 했다.  정말로 추웠다. 패딩잠바를 바람막이 안에 입었는데도 추웠다. 역시 강원도는 춥다니까. 동네 곳곳에는 대추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미시령 방면에서 흘러 내리는 계곡

 

 

용대리 마을을 둘러보다가...대추가 실하게 달렸다.

 

'산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추산 우중산행  (0) 2022.10.09
방태산, 그 가을에 산길을 걸었다  (0) 2022.10.01
변산에서 하루를 보내다  (0) 2022.09.04
설악산 서북능선 대승령을 넘다  (0) 2022.08.27
덕적도 트레킹  (0) 2022.07.17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