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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노추산 우중산행

정바우 2022. 10. 9. 21:04

 

 

 

 

산행개요

 

- 산행일 : 2022.10.9

- 구간 : 절골~노추산~모정탑군

- 거리 : 11.61km

- 소요시간 : 5시간 32분

 

 

구간시간

 

10:18   절골

12:00   이성대

12:36   아리랑산

12:55   노추산

14:23   늑막골/모정탑군 갈림길

15:50   모정탑군 주차장

 

 

산행후기

 

오장폭포를 구경하고, 구절리 절골로 가서 산행을 시작했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지만 아직 하늘은 밝았다. 산행길 초입은 거치른 너덜길이었다. 물에 젖은 돌삐가 미끄럽고 고르지 못한 산길에 발목이 고생을 했다. 갑자기 흙 내음을 품은 공기가 훅 밀려 왔다. 젖은 산길에 낙옆과 흙이 섞인 내음이 바람을 타고 날려 온 것이다. 그 공기가 영 싫은 것이 아니었던 것은 잇따라 다가 온 청량하고 상큼한 맑은 공기 때문이었다. 등로 오른쪽을 세차게 흐르는 물에서 발생한 청량한 공기와 원시림으로 우거진 나무에서 나오는 상큼한 공기였다. 너덜길을 조금 걷고 났더니 임도길이 나왔다. 임도길이라도 가파른 오름길이었다. 그런 길을 올라갔더니 조주선관 가는 길이 나왔다. 산자락을 빙 둘러서 오는 임도길과 만나는 곳이었다. 조주선관 가는 길 갈림길 부터는 본격적인 상그라븐 산길이 계속 되었다. 몸이 무거웠다. 그 동안 관리 못한 잘못도 있었겠지만 코알러지 때문에 먹은 약 영향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오장폭포

 

 

절골은 오장폭포에서 0.9KM 떨어진 곳인데, 걷지 않고 버스를 타고 왔다. 이 곳이 노추산등산로2코스 인 모양이다.

 

 

조주선관 갈림길

 

 

조주선관 갈림길 부터는 정말로 상그라븐 길이 나왔다. 가끔씩 좋은 길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체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너덜길이라고 보면 된다. 샘터 물 맛도 못 보고 올라가기가 바빴는데 그 와중에 길을 놓쳐서 너덜로 덮여 있는 계곡으로 올라가고 말았다. 처음에 이상하다고 느꼈을 적에 바로 잡아서야 했는데..  그래도 한참을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올라오는 제대로된 산길을 찾았다. 산길은 험했지만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과 저 멀리 가리왕산 청옥산 등등 산그리메를 구경하는 재미로 걸었다. 산길샘 앱을 손보는 사이에 잠깐 함께한 일행들과 헤어지고 끝까지 홀로하는 산행이 되었다.

 

샘도 있고 장의자도 있는 쉼터였지만 우연히 같이 한 일행이 계속 올라가는 바람에 쉬지도 못하고 물맛도 못 봤다.

 

 

노추산 이정표는 색다른 모습이었다.

 

 

어리버리하게 정신줄 놓았다가 제대로 된 산길을 놓쳐서 이런 너널 계곡을 따라서 올라갔다.

 

 

며느리밥풀꽃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

 

 

 

 

이성대에 도착했다. 노추산 아래 경치 좋은 곳인데 설총과 율곡이 공부했다는 곳이다. 노추산은 공자의 조국 노나라와 맹자의 조국 추나라의 나라명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성대는 공자와 맹자 두 분 성인을 모신 사당이라고 하기도 하고, 설총과 율곡을 기리는 사당이라고도 하는데, 어느 것이 맞든지 옛 사람들은 경치 좋은 곳에서 공부도 하고 먼저 공부한 선생을 기리기도 했구나. 오늘 산행을 함께한 산행대장은 차안에서 오늘 산행을 돌아보면서 노추산이라는 산이름에 불만을 표시했다. 일제의 잔재는 정리하고 있지만, 중국의 잔재는 정리하지 않는다는 불만이었다. 노추산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는데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일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유학이 모든 사상을 지배하고 있던 때 살았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은 불교나 기독교에서 파생된 지명도 마찬가지일테니까. 과거에는 과거 나름대로 그 시대의 시대정신이 있기도 했을 것이므로 역사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상고시대 부터 우리나라는 갈라지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했다. 커지기도 했고 작아지기도 했다. 그런 과정과 사정이 있었던 과거의 역사를 지금에 비추어서 '우리 것' 또는 '우리 것이 아닌 것'이라고 어떻게 나누어 주장할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좀 해봤다. 

 

가리왕산이 산맥으로 길게 누워서 작은 산들을 호령하고 있었다.

 

 

 

 

오늘 산행길에 있는 최고봉 아리랑산을 만나기 위해서 노추산으로 바로가는 길을 포기하고 종량동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아리랑산 가는 길은 이성대에서 종량동 가는 능선으로 트래버스해서 가야 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인지 산길은 거칠었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에 반했다. 곳곳에 있는 바위도 멋있었고. 한 참을 옆길로 가다가 능선을 만났고, 조금 더 올라갔더니 아리랑산 정상석이 있었다. 정상주변에는 키 큰 나무들로 인해서 조망은 없었지만 최고봉이라는 위용은 느껴졌다. 뒤 따라 올라온 부부 산객에게 부탁해서 인증사진 한 장을 남겼다.

 

자연스러운 산길

 

 

이름 모를 이쁜 꽃들도 바위틈에서 새색시 처럼 수줍어 했다.

 

 

 

돌길도 예뻤지만 이런 기도처도 한 풍경했다.

 

 

떨어진 단풍을 조심스럽게 즈려 밟고 지나갔다.

 

 

늠름하고 웅장한 바위가 보였는데 그게 병풍바위였던 모양이다..

 

 

어떻게든 살아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최고봉의 정상석은 소박했다.

 

 

아리랑산을 내려가다가 본 노추산

 

 

운치있는 산길.이런 길이라면 며칠이라도 걷겠다.

 

 

 

 

노추산 정상석은 너무 컸다.

 

 

산행 시작한지 2시간 37분만에 노추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이 너무 커서 위압감이 들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먼저 올라온 산객이 자리를 차지하고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보지 못하고 겨우 나무들 사이로 빈틈을 찾아서 주변을 구경했다. 정상 한 모퉁이에 마련된 데크에는 많은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한 쪽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까 먹었다. 도시락을 까먹었다는 말이 맞는 것이 양은 도시락통에 한 쪽에는 밥, 한 쪽에는 반찬을 같이 넣어서 만든 도시락이기 때문이다. 국민학교 다닐 때에는 벤또라고 하면서 가지고 다녔던 생각이 나기도 한다. 도시락이 반 쯤 비어갈 때 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예상한 비이기 때문에 당황할 일도 없다. 느긋하게 점심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했다. 조금 내려가다가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사달산은 가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바로 모정탑군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 보았다. 늑막골이라는 이정표를 따르는 길이 좋아 보였지만 모정의탑 이정표가 아니어서 잠깐 망설이다가 조그만 봉우리를 돌아서 넘어가는 희미한 길을 따라 갔는데, 아까 잠시 함께 걷던 분이 올라오고 있었다. 어디를 가시느냐고 물어보니 사달산을 다녀온다고 했다. 아뿔싸 길을 잘 못 들었네.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 참을 내려왔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사달산을 다녀올까 잠깐 망설이다가 빽했다. 비도 오고 해서리. 다시 갈림길로 올라가서 늑막골 이정표를 따라 내려갔다. 비 가 오기 때문에 우의를 벗지 못하니 아까 알바하면서 흘린 땀 때문에 찝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고봉 올라가는 사거리에 가보니 이정표에 있던 늑막골은 모정탑군 반대 쪽 골이었다.

 

 

흐린 날씨에도 넘실거리는 산그리메

 

 

 

 

모정의돌탑으로 가는 길

 

모정의돌탑으로 가는 길은 처음에는 임도였는데, 조금 내려가는 임도와 갈려져 내려가는 길이 나왔다. 풀섶에 맺힌 물방울을 스틱으로 헤치면서 내려갔다. 잡풀이 가득한 운치있는 길이었다. 조금 더 내려가다가보니 왼쪽으로 개울이 나왔다. 개울가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정상에도 없던 단풍이 계곡을 따라서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발걸음이 늘어졌다. 단풍과 물,바람이 어우러진 경치가 산객의 넋을 빼 놓기에 충분했다. 

 

 

 

 

 

단풍이 끝나면서 돌탑군이 나타났다. 모정탑군이다. 어마어마했다. 집안의 우환을 끝내고자 26년간 3,000개의 돌탑을 쌓았고, 돌탑을 다 쌓고는 66세의 나이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지금의 내 나이 쯤이다. 한 사람의 집념은 위대했다. 사람은 가고 남겨진 탑은 관광지로 변해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인생지사..

 

이름과 생년월일이 쓰여진 탑도 있었다.

 

 

산행길 날머리가 가까워지자 큰 개울이 나타났다. 누런 황토흙물이 넘실거렸다. 고랭지 배추밭을 쓸고 내려온 물인가?

 

 

 

 

 

날머리에는 율곡선생 구도장원비도 있었다. 오늘은 이야기가 있는 산길을 걸었다.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에서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까지..  옛 이야기와 지금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산꼭대기와 계곡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날머리에서 씻을만한 곳이 없어서 캠핑장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적씬 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아내고 윗도리만 갈아 입었다. 매점에서 캔맥주 하나를 사면서 화장실 사용에 대해서 양해를 구했다.

 

 

 

 

 

산길샘 산행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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