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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개요
- 산행일 : 2023.3.9
- 구간 : 신기역~소망의탑
- 거리 : 26.34km
- 소요시간 : 7시간 16분
구간 시간
10:17 신기역
15:52 천기리, 환기리 입구
11:00 천기리
11:38 하점리 기차건널목
14:13 미로면사무소
14:31 무사리
14:57 마평교
15:23 오사동 마을회관
16:01 삼척시립박물관
16:34 장미공원 정문
16:45 교동각(중국집, 식사)
17:33 소망의탑
산행후기
짙은 해무로 대관령에서 강릉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는 안개로 하얬다. 버스 왼쪽 좌석에 앉았기 때문에 동해바다는 잘 볼 수 없었지만 가끔씩 보이는 바다는 '바다는 하늘을 닮는다'는 말처럼 우중충했다. 동해안으로 들어서면서 본 산은 민둥산으로 변해 있었다. 멋있던 소나무는 화재로 다 없어진 모양이었다. 세월이 지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생이나 자연이나 변화의 수레바퀴는 못 벗어나는 게 이치일 테니까. 신기역에서 철길을 건너면서부터 운탄고도 1330 마지막 구간인 9길이 시작되었다. 신기면 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를 지나면서부터는 국도를 따라 걷는 길이었다. 차량이 적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새로운 걷는 길 조성사업이 더딘 것이 조금은 아쉬워 보였다. 오늘 걷는 길은 38번 국도와 철길, 그리고 오십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오십천에서 멀리 벗어나지만 않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20여 명이 몰려서 걷는 게 신기한지 지역민 한 분이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으면서 포즈를 요구했다. 요즘 이길로 외지인들이 많이 온다면서. 삼척시에서도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여 마무리되지 못한 운탄고도 1330 삼척구간을 잘 정비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 온 게 맞는지 곳곳에 매화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거름냄새도 가끔씩 나고. 7길부터 함께 걷고 있는 CABIN님이 점심 때는 꼭 따라붙어라고 했다. 좋은 먹거리를 일행분이 가져오셨다고. 그러마 하고 부지런히 걸었다. 날씨가 맑지 않아서 뿌옇게 흐렸지만 봄이 어디 간 것은 아니니까.
천기리부터는 국도옆으로 데크길을 간혹 조성해 놓는 등 운탄고도 걷는 길 조성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비록 찻길을 걸을지라도 운치 있는 시골마을과 오십천이 있어서 눈 호강을 하였다. 천기리를 지나고 또 하정리를 지나갈 때까지 농촌마을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집 앞 밭에다 무언가를 심는 한세월 사신 할머니의 모습이 정겨웠고, 밭을 가는 농부의 모습이 생기를 머금고 있었다. 지나가다 만나는 분들과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그렇게 걸었다. 오래 묵은 마을길을 걸으니 국도를 지나가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좋았다.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 시골에 살 적에는 이 시절의 들판에는 온통 보리밭이었는데, 지금은 간간이 보이는 보리밭이 그때를 생각나게 해서 반갑기만 하였다. 울타리 너머 마당가에 잘 가꾸어 놓은 매화 한 그루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봄은 남쪽부터 온다는데 삼척의 봄은 시골 골짜기부터 오는 모양이었다. 좋은 시절이다.
걷다가 넓은 길 한쪽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CABIN님의 일행인 현대님이 가지고 오신 와인과 골뱅이, 김밥, 떡으로 배불리 먹었더니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다. 아까 전에 잘못된 이정표 때문에 신발을 벗고 오십천을 건너던 한 무리까지 지나가고서도 한참이나 더 있었다. 아직 반도 못 걸었는데... 미로면소재지에 도착했다. 옛적 미로면사무소에서 근무하시던 동료 부인이 자주 우리 집에 전화를 하곤 했었다. 그때는 핸드폰이 없었을 시절이었고 집전화도 귀한 시절이었다. 자기네 집에 전화를 해서 남편이 없으면 우리집에 전화를 걸어보고 나도 집에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심을 하곤 했었다고 들었다. 둘이 같이 집에 없으면 어디 가서 코 삐뚤어지게 술이나 마시고 있을 것이라는 게 안심을 하는 이유였다. 그때도 내가 술을 엄청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었던 모양이었다.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묘한 말이 돌던 시절이었다. 미로면소재지를 지나서 무사리 다리 앞에서 CABIN님과 현대님과는 헤어졌다. 두 분은 시간 관계상 버스를 타고 날머리로 가겠다고 했다. 나 홀로 걷는 길이라 걸음을 빨리 했다. 그렇게 걷다가 보니 저 멀리에 아파트가 보였다. 삼척시내가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시내로 들어서면서부터는 핸드폰을 들고서 걸었다. 길이 헷갈리는 곳마다 지도앱을 보기 위해서였다.
삼척시내로 들어서면서 만난 경찰에게 길을 다시 물어서 확인하고 죽서루가 보이는 곳까지 오십천을 따라서 걸었다. 죽서루까지는 바로 가면 금방인데 길을 돌아서 가서 그런지 한참을 걸어야 했다. 삼척시 외곽의 산만데이 집들이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다. 여행객 눈에는 아름답게 보일지 몰라도 저기 사시는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할는지는 모르겠다. 터미널을 지나서 천변에 조성된 장미공원으로 내려갔다.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바다가 가까워져서 그런지 오십천 흐름이 느려졌다. 강 건너 시멘트공장은 이름표를 바꿔 달고 있었다. 오랜 역사의 동양시멘트가 망하고 이를 인수한 삼표레미콘에서 삼표시멘트란 이름으로 바꾼 모양이었다. 흐르는 역사에서 누가 미래를 알 수 있을까마는 동양시멘트의 부침이 아쉽기만 했다. 동해안 3대 시멘트 회사가 모두 주인이 바뀌었다. 한때는 나라의 기간산업이었다는 이름만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져 가고 말았다. 그 곳 중 한 곳에서 근무했던 나에게는 아쉽기만한 세월의 흐름이다.
장미공원을 나오니 삼거리집이 보였다. 값싼 맛에 자주 다녔던 소고기집이다. 삼거리집을 지나서 삼척항으로 갔다. 항구 가기 전에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 안주로 이과두주 한 병을 하고 났더니 알딸딸해졌다. 삼척항과 음식점 거리를 지나고 나니 동해바다가 나왔다. 새천년도로를 따라서 조금만 더 걸으면 날머리인 소망의탑이 나온다. 운탄고도 삼척구간 날머리를 소망의탑으로 정한 이유가 이곳 상가에 있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객들을 꼬여서 돈을 쓰게할 목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철썩이는 바다를 구경하면서 소망의탑으로 가다가 보니 예전에 몇 번을 들렸던 횟집이 아직도 그자리에 있었다. 그 때 함께한 사람들은 오늘 이시간에 무얼 하고 있을까. 소망의탑 일대는 공사 중인지 막아 놓았다. 산악회버스에 가보니 내가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산행대장의 요구로 얼른 버스에 올라탔더니 버스가 바로 출발했다. 추억이 깃든 아름다운 삼척 바닷가에서 운탄고도 1330 길을 마무리했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진 기약할 수 없어서 더 아름다운 곳이었다. 안녕. 삼척.
<산길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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