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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고장 영동 황간에 갔다. 예전에. 그러니까. 70년대에 기차를 타고 고향 갈 때면 영동과 황간에서 번갈아 정차하던 곳이다. 80년대 명절에 식구들과 고향 갈 때 고속도로가 막히면 우회해서 지나가던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월류봉이 목적이다.
산행개요
- 산행일 : 2024.10.26
- 구간 : 반야사~월류봉징검다리~월류봉~월류봉광장
- 거리 : 11.6km
- 소요시간 : 5시간 17분
구간시간
10:39 반야사
11:15 풍경소리길 종점
12:06 산새소리길 종점
12:49 여울소리길 종점(월류봉 등산로 입구)
13:27 월류 1봉
13:46 월류 3봉
14:02 월류 4봉(월류봉 정상)
14:18 월류 5봉
15:56 월류봉광장
산행후기
늘 가보고 싶었던 월류봉인데. 다행히 산악회 예약이 되어서 오늘 드디어 갈 수 있게 되었다. 31승 버스 1번 좌석이라서 조금은 불편할 듯싶었다. 역시나 좌석이 좁았다. 그래도 도로 앞쪽이 보이니 괜찮은 건가. 원래 일정은 월류봉을 등정하고 난 후에 월류봉둘레길을 걷는 것이었는데, 산행대장이 반야사 쪽에는 가게도 씻을 곳도 없다는 이유로 역코스로 걷자고 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반야사 까지는 못 가고 반야사 직전에 있는 너른 공터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반야사까지는 석천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반야사는 제법 큰 도량이었다. 도량을 구경하고 호랑이 지형을 촬영하려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출입금지인 템플스테이 도량까지 가서도 호랑이 형상 너덜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사진은 도대체 어디에서 찍은 걸까. 문수암 경치가 좋다고 했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오늘 일정을 완료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서 문수암 방문은 포기했다. 지나고 보니. 오늘 일정을 다 마무리하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섰는데. 가 볼걸. 아쉽다.
반야사 경내를 둘러보고 램블러 기록을 시작했다. 반야사 입구에서 석천을 건너는 다리가 있었다. 월류봉둘레길이다. 천 바닥에 이끼가 끼어서인지 물이 시꺼멨다. 석천을 건너고 나니 숲길이 나왔다. 풍경소리길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산골의 길이였다. 요즘은 이런 길도 드물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는 것일지도. 오늘 걷는 길이 월류봉둘레길인데, 엄밀히 따지면 석천변길이다. 월류봉은 여기서 먼데. 아니면 백화산 자락길이 맞을지도. 여하튼 길은 좋았다. 관세음보살께서 흘려주시는 감로수도 보고. 풍경소리길은 산길 조금 하고 마실길 조금으로 이루어졌다. 원래 둘레길은 천천히 걸어야 맛이라서 진짜로 천천히 걸었다. 영동은 포도와 감이 유명한데. 둘레길 주변에는 포도밭이 보이지 않았다. 감나무는 가로수로 있을 만큼이 많았다. 감도 굵었다. 곶감으로 만들면 좋겠다. 샤인머스켓 포도 파는 곳도 한 곳 있기는 했다. 한참을 걷다가 보니 농가에서 표고버섯을 내놓은 곳이 있었다. 만원이라는데.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짐이 될 것 같아서 포기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안 사더라도 맛은 보고 가라고 했다. 먹어보니 표고버섯 맛이 진했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사 올 걸.
풍경소리길이 끝이 나고 산새소리길이 시작되었다. 샤인머스켓을 파는 농가를 지나고 비건 카페도 지났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석천을 따르는 데크길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긴 데크를 놓으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이렇게 투자를 하고 관광객들로부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역방향으로 걷는 길이라서 마주쳐 오는 사람들과 비껴가면서 걷는 게 조금 불편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산새소리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상도 쪽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지 진한 사투리가 많이 섞여 있었다. 데크길은 석천변 산비탈에 놓여 있었다. 어쩌면 숲길을 걷는 듯도 하고, 어쩌면 강변길을 걷는 듯도 했다. 아직 단풍이 일러서 그런지 파란색 천지여서 조금 아쉬웠다. 가던 길을 뒤돌아보면 백화산 산줄기 아래로 깊은 골이 따라오는 것 같았다. 테크길은 완정교까지 계속되었다. 완정교에 도착했다. 지도가 있었는데 산새소리길은 여기서 끝이 나고 완정교를 지나면 건너편에서 여울소리길이 이어지고 있단다.
완정교를 지나고 나면 여울소리길이 시작된다. 월류봉 광장에서 출발한 관관객 들은 대부분이 여기서 되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일부 사람들이 반야사까지 거리가 얼마냐고 물어왔다. 6.5KM 정도 된다고 했더니. 아이고야! 여울소리길은 데크로 이루어진 곳도 있었으나, 대부분 길은 흙길과 돌길이었다. 약간의 오르막 길과 내리막 길도 있었다. 원촌교에 도착하면서 월류봉 둘레길은 사실상 끝이 났다. 홍수로 인해서 데크길이 폐쇄되어서 마실길로 둘러서 가도록 되어 있었다. 월류봉 광장으로 가기 전에 월류봉 가는 이정표가 있었다. 월류봉 가는 길은 강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도록 되어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나서 자리를 잡았다. 이제껏 마시지 않았던 물도 먹고. 바나나를 두 개나 먹었다. 배고픔이 사라졌다. 짧은 둘레길을 잠시 걷고 이렇게 지칠 줄이야.
잠시 쉬면서 허기를 때우고 월류봉 오름길에 들어섰다. 통나무를 잘라서 만든 계단을 따라서 올라갔다. 발딱 선 산길에 힘이 부쳤다. 정방향으로 걸었으면 힘이 팔팔할 때 올라갔을 텐데. 통나무계단과 까칠한 바위길, 철계단을 올라가니 월류 1봉이 나왔다. 정상에는 테크가 놓여 있었고 테크 위로 올라가니 한반도 지형을 조망할 수가 있었다. 절벽에 놓인 널찍한 데크로 가보니 한반도지형이 더 잘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황간시내가 보였다. 주변을 살펴보다가 바로 앞에 있는 2봉으로 갔다. 그렇게 2봉과 3봉을 지나서 4봉에 올라서니 램블러에서 월류봉이라는 멘트가 나왔다. 4봉이 월류봉 정상인가 보다. 지도를 보니 4봉 정상석을 조금 지나면 나오는 삼각점봉이 월류봉 정상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5봉에서 보니 높이는 1봉 <2봉 <3봉 <4봉 <5봉으로 차례로 높아졌다. 5봉이 제일 높은 봉우리였지만 월류봉 정상은 4봉이었다. 4봉에서 내려다보니 강에 놓인 징검다리가 보였다. 5봉에서 하산하면 저리로 내려가나 보다.
강을 건너와서 시간을 헤아려보니 마감시간이 2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우선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몸도 닦았다. 발도 닦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개운해졌다. 강변 자갈밭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월류봉과 냇가를 바라보면서 늦은 점심을 천천히 먹었다. 강가에 있던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한 팀만 남아 있었다. 나도 슬슬 일어나 보자. 따뜻한 조끼를 입고 길을 나섰다. 월류봉광장은 금방 나왔다. 여러 각도에서 월류정 사진을 찍었다. 한천정사를 구경하고 주차장으로 갔다. 버스에다 가방을 실어 놓고 다시 나왔다. 가게로 가서 캔맥주 한 개를 2천5백 원 주고 샀다. 카드는 안 되고 현금만 된다고 했다. 월류봉과 월류봉둘레길을 걷는 숙제를 마무리하고 버스에 올라가서 잠을 청했다.
<램블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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