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단풍구경하러 설악산 공룡능선에 가기로 했다.
산행개요
- 산행일 : 2024.10.9
- 구간 : 소공원~비선대~마등령~무너미재~비선대~소공원
- 거리 : 19.8km
- 소요시간 : 14시간 12분
구간시간
01:52 소공원(설악동탐방지원센터)
02:45 비선대
06:49 마등령삼거리
07:32 나한봉
08:27 큰새봉
09:35 1275봉
10:45 노인봉
11:42 신선봉
12:11 무너미재
13:30 양폭
15:13 비선대
16:04 소공원(설악동탐방지원센터)
산행후기
속초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설악동 소공원으로 갔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비 예보가 있어서 비가림 장비를 잔뜩 준비했더니 배낭 무게를 올리는데 일조를 했다. 비선대에서 산문을 여는 시간이 새벽 3시이기 때문에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소공원 입구에서 하릴없이 서성이다가 2시가 되기 전에 이마에 불을 밝히고 출발했다. 몇몇 산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소공원에서 볼 때에는 하늘에 별이 두 개나 보였었는데, 랜턴 불빛에 비가 몇 방울씩 떨어지는 게 보였다. 옷이 젖을만한 비는 아니었다. 비선대 통제소에 도착했더니 먼저 온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스틱을 꺼내서 길이를 맞추고 몸도 풀면서 기다렸더니 3시 2분 전에 산문이 열렸다. 천천히 걸을 생각으로 꼴찌로 출발했다. 속초에서 서울 가는 버스표 시간이 오후 6시 50분이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해서 아주 천천히 걷기로 했다.
걱정했던 초반 컨디션은 괜찮았다. 발가락 상처에 세균이 침입해서 한 동안 산행을 못한 탓으로 몸이 산행감각을 잊었을 것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던 것이다. 금강굴 입구까지는 쉽게 올라섰다. 뒤를 돌아보니 많은 랜튼 불빛이 따라오고 있었다. 장군봉 아래를 다 지났는지 오른쪽으로 속초시내의 불빛이 들어왔다. 하늘이 시꺼메진걸 보니 오늘 일출 보는 것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였다. 뒤따라 오는 단체 산객들에게 길을 내주다가 보니 점점 걸음이 늘어졌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구름 속으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랜튼 불빛이 희미해졌다. 오늘은 다이소에서 산 건전지를 랜턴에 넣었다. 어느 정도인지 실험 삼아서 사용해 보기로 했던 것이다. 건전지를 사용한 지 3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불빛이 희미해져서 길바닥이 잘 보이지 않았다. 건전지를 갈아 끼우려고 금강문 한 구석에 앉아서 랜턴을 벗었다. 그러나. 이미 날이 밝아오는지 랜턴이 없어도 걸을만해졌다. 또 다른 단체 산객들을 보내고 나서 금강문을 나섰다. 철계단이 나왔다. 철계단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과 천불동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인데. 오늘은 구름 속이라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상상으로만 경치를 구경하고 가파른 길을 다시 걸었다. 마지막 철계단을 올라섰다. 마등령에 도착했다. 마등령에서 잠깐 서성거리다가 마등령삼거리로 내려갔다. 마등령삼거리 공터에는 단체산객들이 아침식사로 분주했다. 오세암 가는 길로 조금 내려가면 있는 다른 공터에 혼자서 자리를 잡았다. 준비해 간 주먹밥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멸치고추다대기와 불고기로 만든 주먹밥인데, 좀 싱거웠다. 맛을 보고 가지고 올 걸. 잠깐 후회했다.
나한봉 올라가는 길은 많이 미끄러웠다. 구름 속이라서 가는 이슬비가 내리는 모양이었다. 조심해서 걸었다. 속도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미끄러운 나한봉을 내려오면 있는 큰새봉 전망대에 도착했다. 큰새봉은 상상만으로 보았다. 저 구름 속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큰새봉 전망대를 지나고 까칠한 내리막길을 내려왔다. 간혹 단풍이 보였지만 황홀할 만큼은 아니었다. 큰새봉으로 올라가면서 뒤돌아보니 허연 구름만 보였다. 나한봉의 위대함도 상상으로만 그려보았다. 큰새봉에 올라섰다. 많은 사람들이 앉을만한 자리마다 자리를 찾이하고 있었다. 발걸음 빠른 단체산객들은 이미 다 지나가버렸는지 보이지 않고 이제껏 앞서거니 뒤서거니한 사람들이었다. 나도 조금 앉았다가 일어섰다. 큰새봉 하산길도 어려웠다. 바위가 미끄러워서였다. 속초전망대에 도착했다. 하계를 내려다보니 하얬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고릴라바위도 구름 속에서 희미했다. 먼 경치는 없고 가까이에 있는 바위만 보였다.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기도 해서 바로 출발했다. 1275봉 올라가는 긴 오름길이 시작되었다. 중간중간에 보이는 단풍이 꽤나 아름다웠다. 햇살에 비치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아까워라. 1275봉 안부에 도착했다. 구름 속에서도 1275봉 정상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단하다. 안부 한쪽에 앉아서 빠다코코넛 과자를 먹었다. 달콤한 맛에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1275봉을 내려서니 촛대봉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그나마 촛대봉은 구름 속에서도 잘 보였다.
1275봉을 떠나면서 촛대봉도 보았으니, 이제는 노인봉 품속으로 들어가자. 노인봉은 천화대를 거느리는 대장봉이다. 날등은 바위꾼들만 다니는 곳이므로 우리 같은 뚜벅이들은 노인봉을 에둘러가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1275봉을 지나서 나오는 노인봉 둘레길은 단풍 천지였다. 구름 속인데도 불구하고 왜 그리 고운지 눈물이 났다. 홀로 고고하게. 단체로 화려하게. 나들이 가려고 예쁘게 치장한 소녀와 같았다. 오늘은 이 단풍이 다했다. 경치를 보지 못하니 공룡의 세포들과 대화를. 영적인 영역에 들어선 거지. 노인봉에 올라섰다. 뒤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볼일 보려고 잠깐 등로를 이탈했더니 천화대와 범봉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가 감추곤 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꺼내고 났더니 완전히 구름 속으로. 또, 아까비. 노인봉 영역을 지나는 마지막 봉우리로 들어서니 서북능선 아래쪽 내설악에 구름이 벗겨지고 있었다. 서북능선 자락은 멀리에서 보아도 단풍 속임을 알 수 있었다. 신선봉 가는 길에는 바위와 단풍, 구름이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산객들의 감탄소리가 높았다. 나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시계를 보고 시간을 가늠해 보았더니 이렇게 진행하다가는 속초에 가서 사우나 갈 시간이 없을 듯했다. 속도를 내보자. 신선봉에서는 소청봉 아랫자락이 잘 보였다. 그렇지만. 공룡능선은 하얬다. 미끄러운 철줄지대를 지나서 무너미재에 도착했다. 가을은 여기까지. 아래쪽 천불동 방향을 내려다보니 파란 잎이 더 많았다.
무너미재를 내려서서 가파른 길을 한참이나 진행했다. 다리가 무거웠다. 나이가 드니 아쉬운 게 체력이다. 예전에는 희운각에서 라면 끌여서 소주 한 병을 마시고 하산해도 괜찮았는데. 무명폭포 상단쯤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도 주먹밥. 천불동은 구름에서 해방되어 있었다. 깎아지른 첨봉과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이 좋았다. 비가 많이 왔던 모양인지 계곡에 물이 많았다. 폭포는 많은 수량을 뒷배로 두어선지 웅장했다. 무명폭포, 천당폭포, 양폭을 지나서 양폭대피소에 도착했다. 볼일이 없어서 양폭대피소는 그냥 지나쳤다. 뭉친 허벅지 때문에 쉬엄쉬엄 걸었다. 드디어 비선대에 도착했다. 비선대도 물이 많아서 대단했다. 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속초에 가서 사우나하고 순대국밥에 소주 한 잔 할 시간이 충분했다. 잘 닦인 길을 따라서 다시 소공원으로 돌아왔다.
<램블러 기록>
'산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류봉&월류봉둘레길 (2) | 2024.10.26 |
---|---|
부왕동암문에 가다 (2) | 2024.10.13 |
서울 서북 4산(북한산, 인왕산, 안산, 백련산)을 연계하여 걷다 (0) | 2024.08.09 |
설악산 서북능선 끝자락을 걷다 (0) | 2024.08.02 |
금대봉-대덕산 야생화 탐방 (0) | 2024.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