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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 산행일 : 2024.11.24
- 구간 : 반야교~주행봉~반야사 문수암~반야교
- 거리 : 9.4km
- 소요시간 : 5시간 37분
구간시간
09:46 반야교
11:37 주행봉
12:42 부들재
13:53 편백숲
15:25 반야교
산행후기
충북 영동군에 있는 반야교에 왔다. 지난번 월류봉둘레길을 걸을 때 기걸차 보이던 산을 오르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백화산은 주행봉과 한성봉으로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좋은사람들산악회 버스를 타고 출발지점인 반야교에서 내렸다. 산행대장이 이쪽으로 오라면서 임도길로 가고 있었다. 주행봉을 직접 올라가는 길이 아니고 둘러서 가는 길로.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저질 체력을 알기 때문에. 주행봉만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로 했다. 칼바위 능선을 걸은 후 하산은 부들재에서 하기로 했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산객들이 다 먼저 가기를 기다리면서 천천히 걸었다. 결국은. 오늘 산행팀 모두를 보내고 맨 꼴찌애서 천천히 걸었다. 첫 번째 나오는 능선까지 올라가는 길은 제법 힘들었다. 한성봉은 오른쪽 나목 사이로 아득하게 멀리에 서있었다. 다시. 다짐했다. 저기는 안 갈 거야. 산길은 능선을 따라서 올라가면서 지그재그로 나있었다. 능선에 올라설 때까지 한 시간쯤 걸렸나? 길이 잠깐 쉬워지나 했는데. 다시 은근한 오름길이 이어졌다. 주행봉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올라갔더니 정상석이 안 보였다. 어라. 앞을 바라보니 저 멀리에 봉우리가 하나 더 있었다. 그곳에서부터 주행봉까지는 제법 까칠한 길이 이어졌다. 쇠구조물로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뒤따라 오던 산객이 짜증을 내고 있었다. 밧줄 정도만 있으면 되었지 이렇게 아름다운 암벽구간을 철구조물로 범벅해 놓으면 되겠냐고. 나는. 그 생각에 반댑니다. 속으로 생각했다. 영동군청에서 잘하는 것 같은데요.라고. 이런 내 생각이 전달되었으면 하면서 아무 말 잔치를 했다. 이렇게 안전시설을 해놔야 백대명산에 들지도 않고 오지에 있는 이 산에 사람들이 올 거 아닌가요. 그 낙수효과로 지역경제도 좀 살리고.
주행봉에 도착했다. 주변이 일망주제였다. 아름답구나. 영동땅이여. 저 멀리는 상주땅도 있겠지. 여기서 일행이 생겼다. 그분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부들재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하산하기로. 굳이 한성봉까지 가려면 못 갈 것도 없겠지만. 그러려면 좀 서둘렀어야 하긴 했었다. 부들재에서 주차장이라고 되어 있는 길을 따라서 내려갔다. 처음에는 길이 괜찮아 보였는데. 내려 갈수록 길이 험해졌다. 가파른 길, 마사토, 낙엽이 어우러져서 매우 미끄러웠다. 죽을 둥 살 둥 조심조심해서 내려가는 길은 공포 수준이었다. 길을 잘 못 잡았나. 얇은 잠바 하나만 입었는데도 땀투성이가 되었다. 오늘 무릎 작살나는 날인가? 그래도. 시간이 지나가니 하산이 완료되었다. 편백나무숲이 있는 곳에서 길이 아삼무삼했다. 월류봉 둘레길을 걸을 때 지나간 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내려가서 반야사만 나오면 되니까. 가보자. 오늘은 문수전까지 가보기로 했으니까 길을 잘 잡아야 하는데.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어쩌다가 보니 길을 제대로 잡은 모양이었다. 잘 나있는 길을 따라서 내려가니 새로 지은 절간으로 내려갔다. 안면이 있는 암자였다. 관음상이 있는 걸 보니 나중에 관음전이나 자재암으로 이름이 정해지려나.
월류봉둘레길을 따라서 걷다가 반야사 가는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 석천을 따라서 계속 올라갔다. 석천을 돌아가는 길에는 반야사에서 볼 때 호랑이로 보이는 커다란 너덜이 있었다.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홍수가 크게 났던 모양이다. 석천옆에 있는 나무들에는 떠내려 온 비닐 같은 이물질들이 매달려 있었다. 문수전이 보이는 곳까지 갔는데. 징검다리가 떠내려 갔는지 제대로 된 징검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되돌아 나와서 내려가다가 보니 징검다리 비슷하게 생긴 게 있었다. 이곳에도 돌다리 몇 개가 떠내려가고 없었다. 할 수 없이 등산화를 벗고 석천을 건너가기로 했다. 이끼가 낀 강바닥이라서 미끄러울 줄 알았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물을 건너고 났더니 가리 늦게 발이 시렸다. 수건으로 발을 닦고 새양말을 갈아 신었다. 세조대왕이 목욕을 했다는 곳에 갔더니 젊은 연인 두 팀이 있었다. 좋을 때다. 문수전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돌계단이었다. 숨을 헉헉거리면서 올라갔더니 반야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났다. 문수전에서 보는 풍경은 전해 들은 명성만큼이나 대단했다. 오늘은 올라가지 않았던 한성봉이 정면으로 보였다. 한성봉에서 내려오는 우람찬 능선도 기걸 차게 보였다. 문수암 문밖에서 반절을 올리고 내려오니 함께했던 분이 이제야 올라와서 문수전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래. 그러면. 나도 지혜 제일 문수보살을 다시 만나 뵙고 가야지. 문수전에 들어가서 나름 시주를 하고. 삼배를 올렸다. 자식 놈들 지들 앞가림 좀 하게 해 주시고. 마누라 건강하게 해 주십시오. 다른 소원을 없습니다.
반야사에서 포장길을 따라서 털래털래 내려오니 반야교가 나왔다. 오늘 산행은 여기서 마무리. 주차장 앞에 있는 가게에 들아가 보니 아수라장이었다. 술판이었다. 돌아 나오는데. 노랫가락도 흘러나왔다. 포기하고. 석천변 으슥한 곳에서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양말도 다시 갈아 신었다. 개운한 모습으로 주차되어 있는 버스로 가다가 보니 가게가 보였다. 막걸리 한 병과 어묵값으로 만원을 선불하고. 주행봉에서부터 같이 걸었던 분과 막걸리 한잔씩 했다.
<램블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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