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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꽃이 너무나 여렸는데...
군락을 이루니 그 힘이 달라 보이더라
산행개요
- 산행일 : 2019.04.21
- 구간 : 덕동마을~배실재~블랫재~도일리
- 거리 : 17.5km(정맥12.5km ,접속2.6km+2.4km)
- 소요시간 : 6시간28분(정맥5시간30분,접근36+22=58분)
구간시간
11:04 덕동마을 표지석
11:40 배실재
11:50 492.4봉
12:23 막실재
13:03 침곡산(725m)
13:33 송전탑
13:37 서당골재
14:20 태화산(768m)
15:10 먹재
15:21 삼각봉
15:40 한티재
16:25 문수봉(545봉)
17:10 블랫재
17:32 도일리
산행후기
버스 적재함에서 배낭을 꺼내면서 보니 배낭 아랫 부분이 젖어 있었다. 먹던 물병 뚜껑이 덜 닫힌 모양이었다. 그러면 남은 물이 두 병밖에 없는데 괜찮을까? 걱정을 하면서 덕동마을길로 들어섰다. 덕동숲에서 왼쪽 길을 따랐다. 지난 번 하산할 때에는 오른쪽 길로 내려 왔었다. 날씨가 더운 느낌이 들고 금방 땀이 흘렀다. 30분이 더 걸려서 낙동정맥 마루금인 배실재에 도착했다. 물 한 모금 마시고는 바로 출발했다. 몸이 덜 풀린 탓인지, 아니면 부실한 체력 때문인지, 첫 봉우리인 492.4봉 오름길이 힘이 들었다. 산길은 지난번 구간을 할 때 보다 많이 변해 있었다. 지난 번에는 진달래 천지였는데, 이 번에는 철쭉으로 꽃이 바뀌었다. 20대의 발랄한 모습에서 30대의 환한 모습으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철쭉을 바라보면 슬픈 느낌이 든다. 세상을 제대로 알아가는 시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나무들은 신록으로 바뀌고 있었다. 연두색 파릇파릇한 새옷을 입은 모양이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산행대장의 말로는 오늘 코스는 어려운 구간이 없기 때문에 "일단 6시간30분을 주겠지만 그 만큼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걸어보니 오르막 내리막이 너무 많고 날씨도 더워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침곡산에 도착해서 좀 쉬었다가 저 멀리 태화산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를 따라 힘겹게 걸었다. 목이 말랐지만 물을 아끼느라고 조금씩 먹었더니 더 힘이 드는 것 같았다. 일부 구간은 진달래와 철쭉이 같이 피어 있었다. 계절이 하도 순식간에 지나가니 꽃들도 자기가 머리를 언제 내밀지 헷갈리는 모양이었다. 재는 왜 그렇게 많은지... 재가 많다는 건 봉우리도 많다는 것이다. 고로 오르내림이 많아서 힘이 든다는 것이다. 태화산 정상은 산불감시초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산불감시인도 상주하고 있었다. 태화산은 주변 조망이 나름 괜찮은 곳이었다. 한바퀴 둘러보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산불감시초소 올라가는 길을 정비한 모양이었다. 먹재에 도착했디. 거리상 한티재는 멀지 않아 보였는데... 앞쪽에 산봉우리가 발딱 서 있었다. 끙끙거리면서 올라갔더니 삼각점이 있었고, 이후로는 순탄한 길이 계속되었다.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등로 앞쪽에 깍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터널이 지나고 있었다. 겁나게시리. 뭔 굴을 저렇게 아찔하게 뚫었을까나?
터널을 지나서 조금 더 가면 나타나는 한티재는 옛날 고개였는데 승용차도 한 대 올라와서 있있다. 고개를 넘어서 한동안을 임도를 따르다가 임도를 버리고 산으로 올라섰다. 내심으로는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가고 싶었지만, 등로를 잃어버릴까봐서 산길로 들어섰더니 원래 정맥길이 나타났다. 태화산 부터는 계속 혼자서 걷는 길이다. 한티재에서 앞선 사람들을 멀리서 보았지만 금방 달아나버렸다. 혼자서 산길을 걸을 때에는 신경을 바짝서야 한다. 길을 한 번 놓치면 대형 알바를 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조금 헷갈리는 곳이 나올 때마다 지도를 꺼내서 보고 손목시계에 달려 있는 나침판으로 가늠해 본다. 다른 사람들은 앱을 깔아서 다니는 모양인데 나는 아직 아날로그 인간이라서 그게 쉽지 않다. 나이 들어서 최근에 출근하기 시작한 곳이 통신장비 회사인데... 앞으로는 디지털과 친해지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하려나? 등산지도와 시계를 보면서 주어진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용을 써 보았지만 지친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렇게 가다가 보니 블랫재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블랫재에서 뒤 따라 오는 두분을 보니 앞서 갔던 분들이다. 어떻게 된건냐고 물어보니 545봉에서 좌틀하지 않고 직진하는 바람에 알바를 했다고 한다. 안그래도 545봉에서 힘들어서 퍼질러 앉아서 한참을 쉬고 있는데 뒷 따라 오시던 한 분이 직진하려는 걸 바로잡아 줬는데...
블랫재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다섯시가 넘었다. 버스가 도일리 입구에 있을텐데... 여기서도 2,30분은 더 가야 한다. 포장된 길을 따라서 세명이 터덜터덜 걸었다. 길이 좋으니 걷는 속도는 빠르다. 상도일 갈림길 삼거리에서 도일리 입구 방향으로 내려 갔다. 아름다운 느티나무가 있는 중도일이 나왔다. 마을 안 복숭아 밭에는 도화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마을은 낮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아름다웠다. 다리를 지나서 한참을 더 걸어가니 도일리가 나왔다. 버스가 있었고... 길바닥에는 역시나 원장님이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얼른 한 자리 차지하고 라면 국물을 떠서 마시니 온 세상이 다 내 것이었다. 고량주를 꺼내서 반주를 했다. 역시 라면 안주에는 꼬랑주가 최고라니깐. 버스에 올라가서 보조가방에 두었던 고량주를 더 가지고 왔다. 얼큰한 기분으로 또랑에 내려가서 대충 씻고 난 뒤에도 후미는 오지 않는다. 약속한 시간 보다 한시간반이 더 지나서 후미를 이끌고 산행대장이 나타났다. 명산을 다니던 분들이 버스를 놓치고 우리 버스에 탔는데, 그 분들이 힘들어 해서 늦어졌다고 했다. 산을 잘 타시는 분들이라지만, 단 산을 오르는 것하고 대간이나 정맥 같은 종주길을 걷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다들 산꾼들이라 짜증을 내지 않고 미안해 하는 후미를 박수로 맞이했다. 산꾼은 기본적으로 양보를 미덕으로 아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이렇게 한 구간을 또 마쳤다. 좋은 날.
산행사진
버스에서 내려 덕동리로 들어가는 중이다.
배실재에 다시 왔다.
꽃밭은 진달래에서 철쭉(연달래)로 주연이 바뀌었다.
철쭉 사이에서 진달래도 같이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지금 걷고 있는 길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게 아름다운데...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막실재라? 뭔가 사연이 있는 지명일텐데...
이렇게 머리를 내민다.
귀한 바윗돌
여기서 길을 잃으면 안된다.
산길은 동료가 있어야 심심하지 않다. 안동을 고향으로 두신 분이라는데...
작은 봉우리이지만 둘러가는 사면길이 나오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단순히 정맥길이 왼쪽으로 있다는 뜻인데도.
대단한 철탑
서당골재. 갈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저 곳을 오르면 태화산인데... 이래 보여도 발딱 섰다.
태화산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었다. 초소지기도 있고... 대간, 정맥을 하는 사람들은 불을 가지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ㅎㅎ
초소지기는 저 마을에서 올라왔을 것이다.
가야할 길이 저긴가?
천도복숭아... 돌복숭이 열리면 관절에 좋다는 소문에 금방 없어질텐데...
저 쪽이 아마도 먹재에서 내려가는 마을일 거야.
먹재에서
발딱 선 삼각봉을 올랐더니 이런 삼각점만 있더라
한티재 터널을 이렇게 험한 모습으로 뚫었더라.
한티재
뒤 돌아 보았더니 태화산이 저렇게 보이더라.
꽃길만 걷자!!!
저게 오늘 오를 마자막 봉우리인 문수봉인데... 정말로 까칠하더라.
여기서 나보다 앞선 일행들이 오른쪽으로 가서 알바를 하고... 난 여기서 한참을 놀다 간다.
저기도 마을이 있다. 아마도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도일리 어디쯤일거야.
블랫재
왼쪽은 상도일, 오른쪽은 중도일
문수봉에서 알바를 한 분들
갈림길에는 이렇게 쉬어가라고 정자도 있었다.
증도일. 도화꽃이다. 여기가 선경이지.
느티나무
아름다운 마을이다. 서울 갈 버스는 여기서도 한참을 더 가서야 기다리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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