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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눈이 많이 내라는 날 강아지처럼 가슴이 뛴 나는 간단한 배낭을 꾸려서 집을 나섰다. 일단은 한옥마을 편의점에 들려서 지평막걸리 한 병과 빵 두개(보름달,팥빵)을 사서 배낭에 넣고 진관사 방향으로 걸었다. 진관사 계곡은 바위들이 많아서 미끄러울 것 같아서 삼천사로 방향을 틀었다. 삼천사 마당에서 삼배를 올리고 마애석불앞에서 또 삼배를 드린 후 삼천리골로 들어섰다. 삼천리골은 골짜기가 세개라서 삼천리골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는 설과 삼천명의 스님이 기거했다고해서 삼천사 삼천리골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는 설이 있지만 내가 알바는 아니고.
삼천사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걷는 내내 싸락눈이 날려서 얼굴이 따가웠다. 비봉 가는 계곡길과 갈림길에서 그냥 직진을 하면 문수봉과 부왕동암문으로 나뉘어지는 갈림길이 또 나온다. 뒤 따르던 아주머니는 문수봉 가는 계곡으로 올라가고 나는 부왕동 암문으로 가는 계곡길로 방향을 잡았다. 북한산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이 부왕동암문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별로 힘들지도 않고 경치는 경치대로 좋은 길이다. 봄이면 진달래가 반기고 여름이면 숨어 있던 산머루가 얼굴을 내밀기도 하는 길이다. 겨울에는 얼음이 계곡을 덮는 운치가 있는 길이다.
부왕동암문에 도착하니 기온이 급격하게 하강한다. 눈발도 거세어지고 바람도 차다. 어디 쉴만한 곳이 없다. 나월봉이나 증취봉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바위 아래 쉴만한 곳이 나오긴 하는데 양쪽 다 사람 소리가 시끄럽다. 자리 잡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절터쪽 공터 한 귀퉁이에다 판쵸우의로 간단한 집을 짓고 막걸리 한 잔을 했다. 반 병쯤 마시고 일어섰다. 추워서 사람이 할 일이 아닌 듯 해서다. 내친김에 청하동으로 내려갔다. 눈이 많이 내린다. 배낭에 있는 바람막이를 꺼내서 입었는데도 춥다. 북한동으로 내려가니 공단직원이 산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모처럼 내리는 눈이라서 다들 들떠 있는데 통제라니~ 나야 지나온 길이니 상관없지만서도.
산성입구에서 잠깐 가게를 들렸다 나오는 사이에 눈은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둘레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북한산쪽을 바라보니 온통 하얗다. 눈 내리는 둘레길을 걷은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끼지 친구끼리. 한옥마을에 들어서니 마실길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모처럼 보는 눈 쌓인 걸을 걸으려는 사람들이다.
굿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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