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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데크길에서 기자능선을 따라 올라가다가 진관사 텃밭을 빙 둘러 올라가는 진관능선으로 붙었다. 지난번에 이 길을 지날 때에는 철쭉이 한창이었는데, 지금은 송화가 한창이었다. 왼쪽은 의상능선과 북한산 사령부의 기걸찬 모습이었고, 오른쪽은 기자 능선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계속 따라 오르고 있었다. 진관봉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았다. 요리조리 사람들을 피해서 걷는 산길이 예전과 같지 않게 피곤 하게 느껴졌다. 쉼 없이 걸어서 승가봉에 도착했다.
승가봉에서 삼천리골로 하산하는 길에 삼각김밥 두 개로 점심을 때웠다. 승가능선은 옆의 응봉능선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능선이지만, 굵고 짧은 능선답게 산길은 몹시 험했다. 그래서 더 재미가 있는 등로이기도 하다. 점심을 먹고 일어서다가 뒤통수가 가려워서 돌아보니 산 고양이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먹을걸 보시하라는 뜻인 듯한데, 가진 게 있어야지. 미안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삼천리골에 도착해서 삼천사지로 올라갔다. 가다가 두 명의 산객을 만나서 삼천리골의 숨은 비경에 대해서 論하다가 헤어져서 증취능선을 올라갔다. 강아지 바위까지 올라가면서 왼쪽으로 난 길이나 트레버스 할 길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찾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다가 아까 두 명의 산객들과 담화를 나눈 곳 근처에서 옆으로 나 있는 길을 찾아서 따라 가니 용출봉 올라가는 등로와 연결되었다. 지난주에 내린 비로 인해서 산길이 많이 희미해져 있었다. 그래도 아는 길이라서 비밀의 정원으로 올라갔다. 비밀의 정원 암벽 바로 아래로 트레버스 하는 길을 따라서 진문봉으로 갔다.
역시나 진문봉에서 보는 경치는 대단했다. 용출봉을 중심으로 한 의상능선과 저 멀리 비봉능선에 둘러싸인 삼천리골은 깊고도 깊었다. 응봉능선 너머에 있는 진관계곡과 합쳐서 보이는 너른 골이 가슴에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테라스봉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서 아름다운 풍광을 눈과 가슴에 담았다. 하산은 백화사로 했다. 주말농장에 들려서 심어 놓은 작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대견스레 바라보다가 둘레길을 따라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전 열 시쯤에 집을 나서서 다시 집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7시였다. 산에서 아홉 시간을 보낸 셈이다.
깊고도 깊은 산천리골과 진관사계곡... 오늘 저 곳을 빙둘러서 이 곳 진문봉으로 왔다. 오늘 코스는 1.진관능선 오르기 2.승가능선 내려가기 3.증취능선과 용출봉 올라가는 길 걷기 4.용출능선 내려가기 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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