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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은 기록>
진안에 있는 마이산을 예약했는데, 취소하는 회원들이 많아서 산행을 취소한다고 연락이 왔다. 진안에 비가 온다고 해서 산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발생해서 산행을 취소한 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만, 산행을 취소하지 않은 사람들이 열몇 명은 남았는데도 산행을 취소한 건 많이 아쉬웠다. 꿩 대신 닭이라고 동네산이나 다녀오자 하고 집을 나섰다. 아직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 우리 아파트 뒤쪽에 있는 코스모스다리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구름정원길로 들어섰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기자공원지킴터 가기전에 항상 그 자리에 있던 돌복숭아꽃이 아름다웠다. 기자공원지킴터를 지나서 대머리봉으로 올라갔다. 아래쪽이라서 진달래는 지고 연달래가 피고 있었다. 예년 보다 연달래 개체수가 적어 보였다. 대머리봉에 올라가서 북한산 사령부를 바라보니 아직은 구름도 없고 생생해 보였다. 우리 동네를 내려다본 후 고개를 서남쪽으로 돌리니 여의도의 높은 건물들이 옅은 안갯속에 높다랗게 서있었다. 기자봉에서 잠시 쉬면서 도심 쪽도 살펴보고 카톡도 들여다보았다. 안부로 내려가서 진관봉으로 올라가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신발이 젖지 않도록 각반을 하고 다이소에서 산 3천 원짜리 판초우의를 입었다. 길이가 길어서 올라갈 때 발에 밟혀서 조금 성가셨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했다.
기자능선을 지나고 비봉능선에 들어서니 짧은 팬츠와 티를 입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외국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건각들이다. 한 노인 양반이 힘든다면서 반환점이 어디 있더냐고 물어왔다. 내가 알 수가 있나? 뭐 하시는 중이냐고 물으니, 울트라마라톤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시청에서 출발해서 비봉능선 지난 어딘가에 반환점이 있어서 반환점을 찍고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 옆에 있던 한 분은 5 산 종주 중이라고 했다. 다들 바지른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나는 비 오는 날 동네산이나 슬금슬금 다닐 뿐인데. 청수동암문 올라가는 깔딱 고개에 도착할 즈음부터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배는 고픈데 배낭을 내릴 수가 있어야지. 대남문까지 물도 못 마시고 하염없이 걸었다. 대남문 문루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 여풀때기에는 개 세 마리가 산객들에게 애잔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먹을 거 좀 나누어 달라고. 고양이와 개에게 음식을 주지 말라고 공단에서 플래카드를 붙였던데. 빵 하나를 꺼내서 개가 보지 못하도록 돌아서서 먹었다.
대남문에서 산성입구로 하산하기로 했다. 비는 그칠 줄 몰랐다. 판초우의 안에 얇은 티 하나만 입어서 인지 추웠다. 장갑을 꺼내서 끼고 났더니 조금 나아졌다. 비 맞고 새초롬하게 고개를 드는 꽃들이 예뻐서 발걸음이 늦어졌다. 시간 많은데 뭐. 천천히 내려가야지. 중흥사를 지나면서부터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산성입구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중성문 즈음애서 부터는 단체 산객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북한동에서 계곡길을 버리고 차도를 따라서 걸어내려 갔다. 옛 동네가 있던 지역이라서 울타리 삼아 심어놓은 꽃들이 주인은 떠나고 없어졌는데도 홀로 잘도 피고 있었다.
백화사를 지나고 여기소마을로 들어서니 잘 가꾸어 놓은 꽃들이 지나가는 사람들 눈길을 끌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꽃을 참으로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담장 울타리에 심어놓은 꽃들이 주인들의 심성을 나타내는 듯했다. 둘레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니 집 나선 지 여섯 시간이나 지났더라.
<램블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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