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산행 이야기

지리산(백무동~중산리)

정바우 2023. 5. 14. 12:18

연하선경을 기대하며 연화봉쪽으로 걷다가

 

연하선경

 

 

 

산행 개요

 

- 산행일 : 2023.5.13

- 산행구간 : 백무동~연하천대피소~천왕봉~중산리

- 거리 : 19.5km

- 소요시간 : 11시간 25분

 

 

구간 시간

 

03:45   백무동(주차장)

07:25   세석대피소   

10:05   장터목대피소  

11:11   천왕봉

12:54   로터리대피소

15:10   중산리(주차장)

 

 

 

산행 후기

 

지리산 성중종주하는 산악회를 따라서 지리산으로 갔다. 산악회 버스는 양재역을 23시에 떠나서 지리산 성삼재에 오전 3시가 되기 전에 도착했다. 잠이 덜 깬 성중종주팀이 부산하게 하차한 후 버스는 다시 백무동으로 갔다. 잠은 벌써 깨어서 깜깜한 창밖을 내다봤다. 그래, 지리산에 와본지도 오래됐구나.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올라갔던 것이 옛날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때가 아마도 내 나이 60쯤이었던 것 같다. 차에 탄 사람들 대부분이 성중종주를 하는 줄 알았는데 백무동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하기사. 버스가 3대였으니. 성중종주팀에게 주어진 시간이 15시간이므로 백무동에서 출발하는 나는 서울로 가는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느림보 걸음을 걸어야 하겠다. 랜턴에 불을 밝히고 백무동 상가지역을 지나갔다. 예전에 이 길을 걸을 때에는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가로등을 밝혀놔서 주변 경치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장터목과 세석으로 나뉘는 길에서 세석길로 들어섰다. 그제사 어둠이 몰려와서 흐릿한 랜턴불에 의지해서 걸었다. 아까 백무동주차장에서 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가 잠시 어정거리는 동안에 먼저 갔나?  온전히 홀로 걷는 산행이었다. 오늘 세석까지 가는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사람들은 댓 명 정도밖에 안 된다. 

 

지리산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갈림길. 여기서 나는 오른쪽 세석대피소 가는 길을 선택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세석길

 

 

한신계곡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들리는 물소리에 넋 놓았던 상념에서 깨어났다. 깜깜해서 계곡은 랜턴으로 비춰보아야 간신히 볼 수 있었는데, 작은 폭포를 흘러내리는 물이 바위를 때리는 소리가 우렁찼다. 한참을 걸었더니 몸에 열이 나서 바람막이를 벗고 얇은 티 차림으로 걸었다. 어버이날 선물로 아들이 사준 새배낭이 마음에 들었다. 등에 딱 붙으면서도 땀이 나지 않았다. 가볍기도 하고. 한신계곡은 영신봉 아래에 있는 한신바위에서 부터 유래하는 것 같았다. 왜 중국의 한신장군과 관우장군이 한신바위와 관우바위로 지리산 영신봉에 납시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소리가 조금씩 약해지면서 산길은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다섯 시가 조금 넘으면서 날은 완전히 밝아져 왔다. 랜턴을 끄고 가파른 산길을 걸었다. 시간이 충분하니 서두를 필요가 없어서 쉬엄쉬엄 걸었다. 올라가는 중간에 물가에 앉아서 간식을 하는 여유도 즐기면서. 날이 밝으니 주변 풍광이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뿌연 안개가 있어서 조망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고도를 느낄 수가 있었다. 등로 주변에는 간간히 얼레지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꽃잎이 벌어지지 않고 길쭉해서 처음에는 무슨 꽃인지 몰랐다. 나중에 주능선에서 활짝 핀 꽃을 보고는 얼레지꽃이었던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작은 폭포들이 쉴새없이 나타났다.

 

지리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주목나무

 

입을 다물고 있는 얼레지꽃

 

 

세석고개에 올라섰다.

 

 

네 시간 가까이 걸려서 세석고개에 도착했다. 세석고개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구름 때문에 주변의 산봉우리가 보였다가 말았다가 했다. 세석대피소로 내려갔다. 대피소 앞마당에 있는 탁자에는 산객들이 아침식사를 하느라고 분주했고 남은 자리도 없었다. 취사장으로 들어갔더니 춥지도 않고 따뜻했다.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가지고 간 도시락을 꺼냈다. 시장이 반찬이라서 차가운 밥도 맛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침부터 삼겹살을 굽고 라면을 끓이는 단체산객들이 많았다. 홀로 하는 산행이라서 코펠과 버너를 준비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하기사 이제는 배낭이 무거우면 힘이 들어서 못 걸으니 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만. 그래도 맛있게 아침을 먹고, 과일도 몇 조각 먹고 취사장을 나섰다. 촛대봉으로 올라가면서 뒤돌아보니 영신봉은 구름에 덮였다가 나타났다가 했다. 저 아래 산청 쪽은 중간까지만 보이고 마을 쪽은 보이지 않았다. 촛대봉에 올라가니 주변은 온통 구름으로 덮이고 말았다. 촛대봉 정상에 올라가는 걸 포기하고 길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길 한쪽에서 서로 반대편에서 오가는 사람들 중에 아는 사람을 만났는지 반갑게 인사를 하는 말을 엿들으니 성삼재에서 3시에 출발한 사람이 벌써 여기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산을 날아다니나? 나는 백무동에서 출발해서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영신봉 아래에 자리잡은 세석대피소

 

세석평전에 자리잡은 처녀치마

 

촛대봉 정상인데 하계는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장터목대피소로 가는 길에

 

 

 

촛대봉에서 장터목대피소로 가는 길섶에는 얼레지꽃 바다였다. 내가 이제까지 본 얼레지꽃을 전부 합해도 오늘 본 것의 수천 분의 일에도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한 길을 걷다가 보니 연하선경을 조망할 수 있는 조망처에 도착했다. 시시때때로 움직이는 구름에 따라서 변하는 연하선경의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머뭇거렸다. 갈현동 아들집 방수 때문에 방수업체 사장님과 입주자와 전화통화를 한참이나 하고 연하선경으로 들어섰다. 연하선경은 조금 떨어져서 보아야 멋있다. 아니면 가을꽃이 필 때나 겨울에 눈이 왔을 때 연하선경으로 들어서면은 한 풍경한다. 연하봉을 지나면서 오늘의 목적지 천왕봉쪽을 바라보니 아직도 구름에 싸여 있어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제석봉만 가끔씩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그냥 지나가다가 중산리 쪽을 내려다보았다. 구름이  엷어지면서 조금 멀리까지 보였다. 상당한 고도감을 느끼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제석봉으로 올라갔다. 제석봉 올라가는 길은 잘 포장된 돌길이었다. 황량했던 봉우리 풍경은 그동안 공들인 노력 때문인지 예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복원된 모습이었다. 곳곳에 불타 버린 구상나무 흔적을 없애고, 그 자리에 어린 구상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활짝 피기전 반개한 얼레지

 

이제사 피는 진달래는 피처럼 붉었다.

 

오락가락하는 구름

 

멀리서 바라본 연화봉의 모습

 

얼레지꽃밭

 

 

요상하게 생긴 돌삐가 길옆에 있길래

 

연하선경

 

활짝 핀 얼레지꽃

 

등로는 온통 꽃밭이었다.

 

장터목 대피소가 제석봉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도 구름이 벗겨지지 않았다.

 

장터목에서 내려다 본 중산리 방향

 

제석봉 올라가는 길은 이렇게 잘 포장된 돌길이었지만 급속하게 올리는 고도 때문에 몇 번이나 쉬었다가 올라갔다.

 

제석봉 올라가다가 뒤돌아 본 연하봉

 

 

 

제석봉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길에는 고사목이 많았다. 어떤 곳에는 구상나무가 떼거지로 죽어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제석봉을 지나서 천왕봉 올라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고도를 높이기 때문에 숨이 좀 차기는 했지만 주변 경치가 좋아서 힘든 줄 몰랐다. 통천문을 지나고 천왕봉이 보이는 곳에 올라갔다. 천왕봉 정상에는 인증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천왕봉 정상은 구름이 갑자기 올라와서 보였다가 말았다 했지만서도. 중봉과 써리봉 하봉이 멋들어지게 서있었다. 경치를 구경하느라고 천왕봉 아래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정상에 올라가 보니 사진을 찍으려고 줄 서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상석 인증을 포기했다. 정상석 맨돌이라도 찍으려고 해 보았지만 너무 붐벼서 그것도 포기하고 바위에 '천왕'이라고 쓰여 있는 글자를 정상석을 대신해서 사진을 찍었다. 시계를 봤더니 아직 열두 시도 안 됐다. 중산리에서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은 오후 여섯 신데. 어디서 뭘 하면서 시간을 때우나 고민이 되었다. 날도 서늘하고 해서 정상에서는 시간을 때울 수가 없으니 로터리대피소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다가 왼쪽을 보니 웅석봉능선이 거대한 산맥으로 누워있었다. 달뜨기능선이다. 그 앞에는 중봉에서 내려가는 황금능선도 있었고. 남해 방향에 있는 높고 낮은 산들이 저 아래에 있었다. 개선문을 지나고 조금 더 내려갔더니 평상이 놓여 있었다. 떡을 꺼내서 먹는데 목이 메었다. 그 뒤로 계속 속이 더부럭했는데 떡 먹다가 체한 모양이었다.

 

고사목이 천지삐까리다.

 

통천문

 

칠선계곡. 아직도 못가본 곳이다.

 

지나온 제석봉에는 구름이 오락가락

 

천왕봉 올라가는 길에 핀 진달래. 왜 그리 서럽게 붉은가?

 

까마귀들이 한가한 모양이었다.

 

구름이 살짝 벗겨진 천왕봉의 모습. 사진 찍으려는 줄로 매우 복잡했다.

 

중봉 써리봉 하봉의 라인

 

나는 이 사진으로 정상석 인증을 대신 하련다.

 

중산리 방향

 

데크를 놓기 전에는 험준한 길이었는데, 지금은 매우 쉬운 하산길이 되었다.

 

법계사 지나서 중산리까지의 모습

 

천왕샘

 

로타리대피소

 

로타리대피소 헬기장에서 바라본 천왕봉은 구름속을 벗어나서 반듯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망바위

 

 

로타리대피소에서 시간을 때우려고 하다가 그냥 하산하기로 했다. 순두류 방향으로 하산할 생각도 해보고. 칼바위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대피소에서 조금만 진행하면 나오는 헬기장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면서 노닥거리다가 생각한 건데. 법계사 구경이나 하고 올걸. 천천히 하산했다. 무릎도 아프고 다리도 무겁고. 아까 법계사 위에서 먹은 떡이 체한 것 같기도 하고. 힘없이 어기적 어기적 걸었더니 칼바위 갈림길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걷다가 보니 칼바위가 어디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평상에서 한참을 쉬었다가 내려가면서 핸드폰을 꺼내보니 배터리가 다 나갔다. 얼른 산길샘앱을 껐다. 중산리에 도착했다. 화장실 앞에 음수대가 있었는데, 음용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면 세수를 해도 되겠다?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았다. 수건을 적셔서 화장실로 들어가서 상의 사이로 수건을 집어넣어서 몸도 닦았다. 상의와 양말을 갈아 신고 기분 좋은 상태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이곳에는 음식점으로는 한 집 밖에 없는 거북이산장식당으로 들어가서 우거지국밥과 막걸리 반 통을 시켜서 식사를 하고 나왔는데도 버스가 출발하려면 아직도 두 시간이나 남았다.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가 버스 출발 30분 전에 버스에 올라가서 눈을 붙였다. 지리산은 너무 멀어. 집에 도착했더니 시간은 밤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