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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남덕유산의 겨울

정바우 2023. 12. 23. 16:42




 



산행개요
 
- 산행일 : 2023.12.23
- 산행구간 : 영각사~남덕유산~황점마을
- 거리 : 8.6km
- 소요시간 : 5시간 27분
 
 
구간시간
 
10:28   영각사주차장
12:12   영각재   
13:01   남덕유산 
14:08   월성재
15:55   황점마을
 
 
산행후기
 
육십령에서 A코스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내려주고 버스는 영각사주차장으로 갔다. 계획된 시간보다 30분 정도 빨리 영각사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마감시간은 17시 그대로 주어졌다.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단디 준비하고 출발했다. 날씨는 영하였지만 해가 나고 바람이 없어서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두꺼운 우모복은 배낭으로 들어가고 얇은 바람막이 겉옷만 남았다. 바람이 불면서 조금 춥긴 했지만 땀이 나는 것보다 좋으니 영각재까지 그대로 진행했다. 영각재 올라가는 초입의 계곡길은 적당히 덮인 눈과 계곡의 돌, 산죽이 어울려서 정신이 맑아지게 했다.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앞서 출발했던 사람들과 만나고 추월하기 시작했다. 기다란 철계단을 올라가면 영각재가 나오는데, 하늘을 쳐다보니 키 큰 나뭇가지에 달린 얼음꽃이 영롱했다. 영하의 날씨에 나무에 달린 상고대가 녹으면서 고드름으로 변한 게 빙화. 즉 얼음꽃이다. 영각재에 도착했더니 한 무리 젊은이들 팀이 모여서 점심식사 준비를 하면서 떠들썩했다. 하봉으로 올라가는 철계단이 나오면서부터 서리꽃(상고대)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는 삿갓봉과 무룡산이 눈을 덮어쓰고 북덕유산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영각사주차장에서 바라본 남덕유산 비알

 

고요한 적막이 묻어나는 계곡길

 

영각재 철계단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키 큰 나무에 빙화가 열려 있었다.

 

 

 

영각재에서 하봉으로 올라가면서는 바람이 조금씩 불어서 추워졌다. 배낭에 들어갔던 얇은 우모복을 꺼내서 덧입었다. 체감 기온은 영하 10도쯤 된다고 했는데 그렇게 추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봉에서 중봉까지 가는 길에서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눈꽃과 상고대가 겹친 풍경이 비현실적이었다. 눈 구경, 사람 구경, 하계 구경을 하느라고 발걸음이 느려지기만 했다. 그래도 시간은 많이 남아 있으니까. 북덕유 쪽으로 달려가는 대간길 능선에는 온통 하얀 물감이 뿌려져 있었다. 중봉 올라가는 험로에 놓여 있는 철계단과 사람, 그리고 그 옆을 수놓은 눈꽃이 어울려 화려한 풍경을 연출했다. 그렇게 걸어서 남덕유산 정상에 올라갔다. 정상석 사진을 찍고 다시 조금 백 해서 햇볕이 따뜻한 곳에서 커피와 빵으로 요기를 했다. 주위 풍경이 멋있어서인지 간식이 맛있었다. 따뜻한 곳에서 시간을 죽이면서 올라가고 내려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봉으로 올라가면서부터는 눈의 세상이 펼쳐졌다.

 

영각재에서 저 봉우리를 넘어가면 남령이 나오고, 그 곳에서 올라가면 월성봉이 나온다. 중앙 뒷쪽으로 기백산과 금원산이 가까이 보인다.

 

철계단과 사람이 어울려 또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덕유산 주능선 대간길에는 누군가가 하얀 물감을 뿌려 놓았다.

 

할미봉을 지나서 백운산과 장안산이 보이고, 멀리에는 지리산 능선이 길게 누워 있다.

 

중봉의 위용

 

 

할미봉 오른쪽으로 장계면 일대가 보인다.

 

 

남덕유산 정상이 보인다.

 

이세상이 맞나요?

 

건너편 서봉도 눈에 묻혀 있다.

 

삿갓봉, 무룡산이 늠름하고, 그 뒤로는 북덕유산이 눈속에서 꿈을 꾸고 있다.

 

 

남덕유산 정상의 풍경과 서봉의 모습에 영혼을 뺏겼다가 되찾아서 월성재 방향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나무란 나무는 모두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계단길은 눈 속에 묻혀서 보이지 않고 가파른 내리막길만 남았다. 미끄러져서 하늘을 바라보면 그곳에도 눈꽃이 피어있었다. 비현실적인 세상에 감탄사만 내 뱉었다. 가도 가도 꿈길을 걷는 것만 같았다. 오늘 보이는 녹용의 숫자는 금강경에 나오는 황하사의 모래만큼이나 많았다. 내려가다가 뒤돌아보니 남덕유산이 잘 가라고 손짓을 했다. 월성재에 도착했다. 시간을 가늠해 보니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미끄럽고 가파른 산길을 내려와서 조금 평탄한 곳에 있는 쉼터에서 배낭털이를 했다. 배낭에 숨겨놓은 빼갈을 꺼내서 한 모금했더니 세상이 모두 내 것이 되었다. 황점마을에 도착해서 야영장에 있는 가게로 가서 캔맥주 하나를 사서 홀로 하산주를 했다. 다시 올 일이 있으면 들리라는 주인장의 인사를 들으면서 남덕유산 산행을 마쳤다.

 

남덕유산의 인사를 받으면서 하산하기 시작했다.

 

뭐. 이래?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여기서 작별이다.

 

산행을 마무리한 황점마을

 

 

 

<램블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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