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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대능선에서 점심을 먹고 일어서니 의상능선이 기걸차고 우리 동네가 콧잔등에 걸려 있었다.
산행개요
- 산행일 : 2024.1.27
- 산행구간 : 집~남장대지~집
- 거리 : 13.0(?) km
- 소요시간 : 7시간 07분
구간시간
08:27 집
09:18 산성탐방지원센터
09:54 북한동
10:52 호조창지
11:40 상원봉
11:49 남장대지
12:38 남장대지(점심 후 출발)
12:47 청수동암문
13:45 비봉
15:34 집
산행후기
밤골로 가서 숨은벽 여풀때기에 있는 밤골계곡으로 해서 호랑이굴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행준비를 하긴 했는데 밖을 내다보니 많이 어두웠다. 이마에 불 밝히고 동네길 걷기도 그렇고 해서 여덟 시가 넘어서 집을 나섰다. 산성입구에서 달막거렸다. 밤골로 갈 것인가. 아니면 산성계곡으로 올라갈 것인가. 밤골로 가면 어두워야 집에 도착할 것인데. 잠시 망설이다가 산성계곡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상가지역을 지나서 계곡길로 들어섰다. 내리쬐는 햇살에 날씨는 봄날 같았지만 계곡은 꽝꽝 얼어 있었다. 아직도 영하 6~7도는 될 것이다. 숨구멍으로 내민 계곡물에는 벌써 양(+) 하나가 생겨 있었다. 바쁠 거 없으니 천천히 걸었다. 북한동에 도착했다. 예전의 번잡했던 시절이 그립다. 지짐이 부치는 기름냄새에 회가 동할 시간인데. 토요일인데도 등산객이 많지 않았다. 추울 때에는 무리한 산행을 하지 말라고 하긴 하더라만.
중성문 언저리부터는 길바닥이 얼어 있어서 아이젠을 해야 했다. 용감한 분들은 아이젠을 하지 않고서도 잘도 걷고 있었지만. 이 나이에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면 붙지도 않을 것이라서 안전에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길바닥에는 기존에 온 눈 위로 비가 와서 얼었는데, 어젯밤에 내린 서리로 인해서 더 미끄러운 것 같았다. 얼음이 언 곳을 피해서 데크길을 걸었는데. 데크에 있는 타이어 고무 위로 서리가 내려서 많이 미끄러웠다. 중성문을 지나고 나니 계곡에는 한겨울이 내려와 있었다. 산은 역시 겨울에 본모습을 보인다. 호조창지에서 잠깐 망설였다. 상원봉으로 올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 행궁터 옆구리 길이 녹으면 진흙탕이 되어 있을 것인데. 행궁터로 올라가 보니 아직은 영하라서 그런지 길이 얼어 있었다. 빡쎈 오름길을 올라서니 부황사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잠깐 쉬면서 상원봉 올라갈 힘을 비축했다.
상원봉에 올라섰다.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조망은 없지만 억지로 낭떠러지 쪽으로 나가면 의상능선을 포함한 많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다리를 벌린 요염한 모습의 소나무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점심 때도 되고 했으니 따뜻한 자리를 찾으면서 남장대지로 갔다. 남장대 안내판 여풀때기. 길에서 조금 비킨 곳에 눈이 녹은 곳이 있었다. 자리를 잡고 라면앤밥에 물을 붓고 익기를 기다렸다. 약 한 시간 동안 지나가는 사람은 딱 두 팀이었다. 느긋하게 쉬면서 세월을 낚았다. 점심을 먹고 일어서서 의상능선을 구경하는데. 그 너머에 우리 동네가 보였다. 미세먼지가 있어서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동네 참 이쁘구나. 콧등에 내려앉은 태산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장자처럼 인생의 무게를 느껴보고자 했으나 이미 다 지난 세월인 걸. 이제 와서 새삼.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청수동암문부터는 아이젠을 벗어도 될 줄 알았는데. 천만의 말씀. 하산길이 더 미끄러웠다. 비봉능선에는 등산객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음지는 얼어 있고, 양지는 녹아 있어서 애매한 길이 계속되었다. 통천문과 승가봉을 넘었다. 두 봉우리 다 얼어 있어서 여간 조심해서는 안 되는 길이었다. 사모바위에 도착해서 하산길을 고민했다. 능선길인 응봉 쇠줄 구간이 괜찮을 것인지. 포기하고 비봉으로 갔다. 여기서도 능선길, 계곡길을 고민하다가 계곡길로 내려갔다. 오늘 최고로 잘 못 선택한 길. 이 길은 겨울에 걸을 길이 아니다.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길이다. 공단에서 조금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주계곡을 만나면서 나오는 응봉능선 사면길에는 눈이 다 녹아 있었다. 기온이 올라서 따뜻해졌다. 진관사에 들려서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램블러 기록이 조금 이상함. 약 한 시간 반 이상의 기록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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