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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 산행일 : 2024.5.19
- 구간 : 수피령~복주산~하오현
- 거리 : 14.6km
- 소요시간 : 6시간 44분
구간시간
09:18 수피령(대성산지구 전적비)
10:00 복계산 갈림길(복계산 400m 지점)
10:14 복계산 갈림길(복계산 700m 지점)
11:36 강성마을 갈림길
12:36 점심식사
14:27 삼각점봉
14:50 복주산
15:41 하오현
16:02 하오터널 입구
산행후기
대성산 아래에 있는 수피령에 도착했다. 버스는 고개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있는 대성산지구 전적비 아래 공터에 세웠다. 오는 도중에 휴게소가 없어서 쉬지 못하고 와서인지 산행시작 예정시간 보다 30분 일찍은 9시경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에 주어진 시간이 7시간인데 하오터널 입구에서 당초 예정한 출발시간인 16시 30분에 그대로 출발하겠다고 산행대장이 선심을 섰다.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들을 했는지 수피령 인증을 하는 사람들과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 다양한 볼 일들을 보고 있었다. 나도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화장실까지 다녀왔더니 9시 18분에서야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목재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갔더니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났다. 아마도 수피령 정상에서 올라오는 길이지 싶었다. 가파른 길을 어느 정도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으로 가는 리본이 붙어 있는 좁은 길과 오른쪽의 임도길로 나뉘었다. 램블러 지도를 보니 임도길이 정상 등로인 모양이었다. 좋은 길이 계속되나 했는데. 아니었다. 부러진 나뭇가지가 길을 막고 있었다. 나뭇가지 장애물을 피하는 게 성가셨다. 그러나. 지금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늘 걷는 내내 부러진 나뭇가지와 어떤 때는 통째로 넘어진 나무들 때문에 피해 다니느라고 속도가 나지 않았다. 날씨도 더운데 나무들 피하느라고 신경을 썼더니 몸이 빠르게 지쳐갔다. 임도길을 따라가다가 산길을 따라가다가 하다가 보니 복계산 갈림길이 나왔다. 복계산까지 400m이고 가는데 2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면 왕복을 하면 30분쯤 걸리겠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복계산 다녀오는 것을 포기했다. 오늘 걸을 거리가 만만치 않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종주길이라서 체력을 아끼기로 했다. 헬기장에서 복계산 700m 이정표가 있는 능선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급경사, 급오르막이 계속되었다. 밧줄과 쇠파이프 발판이 설치된 곳을 몇 군데나 지나갔다. 300m 거리가 1킬로미터는 되는 줄 알았다. 복계산 700m 이정목이 있는 능선에 도착했다. 아까 전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갔으면 산봉우리를 넘어서 이리로 올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였다.
복계산/복주산/수피령 이정목이 있는 곳에서 조금 더 진행했더니 길은 9부 능선 사면으로 이어져 있었다. 능선이 바위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사면길을 만든 모양이었다. 산길이 참 좋았다. 도피 및 탈출은 8 내지 9부 능선으로 해야 한다는 걸 40여 년 전 군대에서 배웠던 기억이 났다. 길섶에는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지천이었다. 풀들도 싱싱하고. 단풍나무들이 꽤 많이 보였다. 가을에 오면 온통 노랗고 붉은색으로 덮일 것이다. 좋은 길을 룰루랄라 걸으면서 이런 길이 계속 나왔으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세 내리막길이 끝이 나고 오름길이 시작되면서 등로는 아작이 나있었다. 나무들이 폭격을 맞은 듯이 다 꺾여서 길을 막았다. 이리저리 장애물을 피하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자빠지기도 하고, 찔리기도 했다. 쓰러진 나무들을 피해서 올라가는 봉우리는 죽을 만큼이나 힘이 들었다. 햇빛이 내려 쪼여서 직사열도 더웠지만 땅에서 올라오는 복사열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나무가 숲을 이루는 곳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좋았지만. 어렵사리 작은 봉우리에 올라갔다. 허기를 달래려고 뭔가 먹고 싶었지만 날파리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간을 보니 12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길가에 퍼질러 앉았다. 도시락을 꺼내서 먹는데 돌을 씹는 것 같아서 반쯤만 먹었다. 쉬는 김에 커피도 한 모금하고 일어섰다.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는 대세 오름길이었다. 긴 오름길을 끝내고 나니 임도가 나왔다. 임도길을 만나서 처음에는 좋았지만. 조금 더 진행을 하다가 보니 강제로 나무들을 키 맞추기 시켰는지 나무란 나무는 다 부러져서 임도를 막아놨다. 임도인지 군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닦인 길인데.. 요즘은 임도를 관리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부러진 나뭇가지한테 화풀이를 하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나무의 잘 못이 아닌 거다. 자기들도 생살이 뜯기는데 아프지 않았겠는가. 살아간다는 게 뭔지.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는 자연의 행위가 어쩌면 더 무서운 건지도 모르겠다.
길바닥을 점령한 부러진 나뭇가지를 피해서 걷느라고 생쑈를 하고 났더니 복주산이 가까워졌나 보다. 조그만 봉우리들이 자주 나왔다. 앵초꽃 군락지도 있었다, 앵초는 색깔이 선홍빛이라서 서럽도록 예뻤다. 몇 개의 밧줄지대를 올라가니 전망봉이 나왔다. 배도 고프고 해서 바나나를 꺼내 먹고 기운을 차렸다. 봉우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조망이 매우 좋았다. 오늘 산행을 시작한 수피령 뒤쪽 대성산이 시설물을 이고 있었고, 오늘 들리지 않은 복계산도 한쪽에서 수줍게 서있었다. 복주산 정상에 올라갔다. 작은 봉우리에 정상석이 서있었다. 정상에서 내려서다가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장쾌하게 이어지는 한북정맥을 볼 수가 있었다. 시계를 보니 마감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같이 산행을 시작한 산객들은 다들 먼저 가버렸는지 산에는 나 혼자만이 남아 있었다. 다들 준족들이다. 시간도 많이 남고 해서 하오현 내려가는 가파른 길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걸었다. 하오현에 도착했다. 시멘트로 포장된 좁은 길이 고개를 넘나들고 있었다. 옛길이다. 지금은 하오터널이 생겨서 저 아래 땅 밑으로 차들이 다닌다. 포장길을 따라서 털래털래 걸어서 내려갔더니 터널입구 너른 공터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감시간이 약 30분이나 남았는데. 가게도 없고 씻을 곳도 없었다. 물병의 물로 수건을 적셔서 수건 샤워를 하고 옷과 양말을 갈아입고 신었다. 오늘 산행은 부러진 나무들 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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