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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개요
- 일자 : 2024.11.22
- 구간 : 제각말~송추검문소
- 거리 : 11.7km
- 소요시간 : 3시간 11분
산책후기
오늘은 우리 집 김장하는 날이다. 그제는 밭에서 배추와 무를 뽑았고, 어제는 배추를 소금물에 절였다. 오늘 아침에는. 무거운 것들을 다 부엌으로 옮겨다 주었다.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 김장은 아내와 아내 친구들이 할 것이니. 자리를 피해 주는 게 매너이겠지. 물 한 병, 잘라 놓은 무 몇 조각, 고구마 작은 거 두 개를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갈 것인가. 송추로 짬뽕 먹으러 가자. 마실길, 내시묘역길, 효자길, 충의길, 송추마을길을 걷고 나면 진흥관이 나올 것이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잠바 안에다 오리털 속옷을 입고 올 걸. 잠시 후회를 했으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고. 원효봉 아래 새로 조성한 택지 구간에는 나무를 심어 놓는 등 옛길을 없애려는 노력이 있었다. 지나와서 이정표를 살펴보니 그 구간은 다른 길로 안내가 되어 있었다. 잠깐 국도를 따라가다가 다시 산길로 들어섰다. 방공부대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지금은 방공부대가 없어졌다. 원효봉 옆구리를 도는 한적한 길을 따라서 효자비까지 걸었다.
날마다 머나먼 부친 산소를 오가는 박태성공이 안타까웠는지 무악재에 살던 범이 효자를 등에 업고 다녔다고 한다. 효자비 조금 위쪽에 있는 굿당에서 올라가면 박태성 묘역이 나온다. 묘역은 전처와 후처의 묘가 같이 있고, 호랑이의 묘도 있다. 예전에 가봤기 때문에 안다. 이곳 땅 주인은 한 때 어마어마한 양의 김치를 담그던 시절이 있었다. 김치찌개 한 냄비 만원, 소주 한 병 천 원이었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맞을 것이다. 일행이 많으면 내용물을 더 넣어 주었고. 주인장 남자는 구석진 곳에서 돼지고기를 장작불에 굽고 있었고. 여자는 사실상의 주인이었지. 그 시절이 그립다. 밤이 되면 일반 산객들은 없어지고 찐꾼들만 남아서 돼지숯불고기 안주로 술 한 잔들 했었지. 지금은. 그곳에 집이 세 채나 들어섰는데. 그 옛날의 맛이 나지 않는다.
효자비에서 염초봉 가는 길을 따라서 걸었다. 예전에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을 때. 입구에 있는 김치찌개집에서 항의를 해서 입장료를 받지 못하니 박태성묘가 멀지 않은 곳에서 입장료를 받았다. 주변 땅이 다 김치찌개집 땅이었으니까. 염초봉 올라가는 길에 깃발을 세워놓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산적들이 통행료 받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지. 나라가 산적이라. 밤나무 이파리가 떨어져서 스펀지 같은 밤골로 가는 길은 조용했다. 국사당에서는 굿이 한창이었다. 구경하러 들어갔더니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구경하고 싶었는데. 숨은벽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서 갔다. 나는 숨은벽으로 올라가지 않고 사기막길로 갈 것이지만. 사기막골에 도착했다. 사기막골은 천지개벽했다. 예전에는 무당집들이 있었는데. 북한산에는 뱀이 없다. 원래는. 지금은 간혹 보이기는 한다. 왜냐면. 북한산은 양기가 세서 음기가 센 동물들은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요즘은 뱀이 있나. 우스개 소리가 있다. 북한산에 여성 산객들이 남성 산객들을 넘어서라나. 어쨌든. 사기막야영장이 새로 생겼다. 골짜기는 백마부대 유격장인데. 상장능선을 걷거나, 인수봉에서 인수계곡으로 하산할 때 출구로 이용하던 곳인데.
사기막골 입구에서 정상 둘레길을 걷지 않기로 했다. 배가 고프니까. 39번 국도를 따라서 걷기로 했다. 송추까지 가려면 발바닥에 불이 나겠지. 솔고개로 올라가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노고산 부대들을 보았다. 젊을 때 예비군 훈련 땜시 많이 온 곳인데. 솔고개까지는 은근한 오름길이다. 전에 있었던 굿당이 보이지 않았다. 망했나. 솔고개에 도착했다. 매운탕집이 보였다. 입맛만 다시고. 올림픽 부대 예하 부대를 지나고 교현리 우이동길 입구도 지났다. 계속 국도를 따라서 걸었다. 고속도로에서 나오는 날개길을 지나야 하는데. 차량들 속도가 무서웠다. 여차저차. 우쨌던 길을 건넜다. 가다가 왼쪽을 보니 몇 번 갔던 전주곰탕집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가마골 삼계탕집도 있었다. 나는. 굳건하게 걸었다. 그런데. 송추검문소 앞에 짬뽕집이 있었다. 갈등이 일었다. 진흥관까지는 아직도 한참을 걸어야 하는데. 결국은. 발바닥이 아프다는 핑계로 짬뽕집으로 들어갔다.
송추해물짬뽕집에 들어갔다. 머리와 육체의 싸움에서 육체가 이겼다. 짬뽕은 9천 원이고, 해물짬뽕은 11천 원이라. 해물짬뽕과 이과두주 한 병을 시켰다. 합이 17천 원. 맛있게 먹었다. 그러면 된 거지. 다방커피도 한 잔을 했다. 집으로 돌아갈 길을 생각해 봤다. 걸어서 갈 것인지, 버스를 타고 갈 것인지. 버스 타고 가자. 내 맘은 항상 변하는 것이니까. 내가 최고로 생각하는 유교 제1경전 주역과 불경 제1경전 반야심경을 보더라로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최상이니까. 길 건너 정류장에서 6분을 기다려서 양주 37번 버스를 탔다. 삼천리골 입구에서 하차해서 농협에 들렸다. 일요일 영동 백화산에 갈 때 필요할 것 같은 먹거리 몇 개를 샀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의기양양했다. 왜냐. 진흥관에는 못 갔지만. 나름 맛있는 짬뽕을 이과두주와 같이 먹었으니까.
<램블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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