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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 운탄고도
○ 산행일 : 2012.10.6
○ 산행자 : 석홍,바우
○ 산행일정 및 구간
2012.10.5 21:20 집출발
23:15 청량리역에서 태백행 우등열차 탑승
2012.10.6 02:50 태백역 도착
05:25 택시탑승
05:50 만항재
17:00 새비재
18:00 예미도착
19:21 예미역에서 청량리행 우등열차 탑승
23:30 집도착
○ 산행후기
1. 청량리역
나는 꿈을 꾸었다. 運炭古道 100리길을 걷기로. 10월13일을 D-Day로 잡았다.
일행을 구하니 석홍이가 같이 가자고 한다.
그러나 기다리기에는 내 인내심이 너무 짧았다. 실행일을 일주일 앞당겼다.
청량리역은 동서울터미널, 상봉역, 강남터미널, 남부터미널,의정부터미널,의정부역과 함께
나의 꿈과 청춘이 녹아 있는 곳이다.
10시20분쯤에 청량리역에 도착하였다. 석홍이가 10시40분쯤에 도착하여 우리의 꿈이 시작되었다.
열차에 타자마자 캔맥주 4개와 안주를 사서 자리를 잡았다.
왠냐. 안그러면 시끄러운 열차에서 잠을 잘 수 없으니까.
2. 태백
태백에 도착하니 새벽2시50분이다.
같은 열차를 타고, 배낭을 매고 내린 사람은 여덟명이다.
유유상종이다. 금방 여덟명은 친해진다.
여섯명은 태백산을 가는 사람이고 나와 석홍이는 운탄고도를 걸을 사람이다.
날이 밝는 여섯시 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으로 지루한 일이다.
역에서 온갖 볼일(사실은 필요없는 볼일이 더 많았음)을 다보고 시간을 봐도 네시밖에 안됐다.
아침을 먹으로 갔다.
문 연 밥집이 한집밖에 없으니 자연스럽게 여덟명은 다시 모였다.
해장국에 소주 한병을 깠다.
3. 만항재
다섯시 이십오분쯤에 택시를 탔다.
밤은 야생동물들의 세상이다. 만항재로 오르는 길에 고라니가 한쌍 있다. 멧돼진줄 알았는데 아니다.
택시 불빛에 비치는 단풍이 환상적이다.
택시기사. 이분 정말 재미있는 분이다. 택시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준다.
태백에서 만항재 까지 택시비는 만칠천 몇백원이 나왔는데 만칠천원만 받는다.
운탄길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택시가 가다가 다시돌아온다. 사진 찍어 주러.
4. 만항재~화절령(꽃꺽기재)
만항재에서 랜턴을 켜고 한 십분쯤 가니 날이 밝아 온다.
단풍이 절정이다. 이 길 너무 아름답다. 꿈을 꾸는 것 같다.
만항재는 야생화 천국이다. 두문동재 좌우의 은대봉,금대봉과 함께.
가을 새벽 만항재는 들국화가 반긴다.
서로 말을 안해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걷는 이 길. 이 가을. 좋다.
세시간쯤 걷고 난 아침 아홉시쯤에 입산주를 한다.
송이버섯 안주에 대추주. 쥑인다.
화절령에는 도롱이 연못이 있다. 땅밑 탄굴이 무너지면서 만들어진 연못이다.
탄광에 남편을 보낸 아낙들의 비원이 담긴 연못.
나그네 눈에는 연못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광부 가족들의 울음을 모르고.
5. 화절령~새비재
운탄고도는 함백산,백운산,두위봉,질운산의 팔구부능선을 석탄을 싣고 지에무시가 다니던 길이다.
요즘에 이런 길을 만들려면 환경단체들이 난리부르스를 칠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길은 그냥 자연이 되었다. 아름다움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 길은 해발 1300~1100미터.
꿈길을 걸었다. 모든 산이 발 아래다.
한시쯤에 점심을 먹었다.
길이 많이 남았다. MP3에 귀를 맡기고 속보다. 달리자.
다섯시에 새비재 고개에 닿았다. 예미역발 일곱시 이십일분 열차는 물 건너 갔다.
내일 새벽 두시 열차를 타려면 얼마나 많은 소주를 마셔야 하나.
걱정반 기대반.
예미 삼겹살 맛있다는데.
6.새비재
새비재는 고냉지 채소밭이다. 배추,무우밭이다.
함백역 까지는두시간 걸릴 것 같다.
승용차가 지나간다. 석홍이가 세운다.
사북에 사시는 분인데 새비재 구경하러 오셨단다.
차를 얻어 탔다. 사북으로 가시는 줄 알았는데 일부러 예미역까지 태워주신다.
고마우신분.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모두 모두 성취하시길.
길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복인 것을.
새비재 마을의 배추는 이미 다 수확 했고 무우만 남아 있다.
차를 타고 하산하는 바람에 전지현 나무도 못 보고 타임캡슐도 못 봤다.
전지현은 이미 시집 갔으니 전지현 나무를 안으면 돼니 안돼니 티격태격 했었는데.
7. 예미
예미는 보통의 면소재지 보다 작은 마을인데 무궁화 열차가 선다.
예미역앞 식육식당의 삼겹살이 맛있다는 걸 인터넷에서 알았다.
기차를 놓치는 한이 있어도 삼겹살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사북에 사시는 고마우신 분 덕에 시간을 한시간 이십분이나 벌었다.
꿈같은 백리길을 걷고 먹는 삼겹살과 쇠주. 쥑인다.
8. 그 후
돌아오는 토요일.
운탄고도를 한 번 더 갈까? 귀때기청봉을 갈까 고민이다. 자자. 끝.
○ 사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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