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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은일자 : 2017.6.16


○ 걸은구간 : 감포항~양포항~구룡포항(12코스,13코스)


○ 걸은거리 : 32.5km




여행후기



    아침 4시40분에 모텔을 나섰다. 어제 보아둔 편의점에 들려서 김치밥과 두유을 먹고 나오니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끼어 있었다. 동해바다 일출 구경은 어렵겠다고 생각하면서 감포항 항구안를 걸었다.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어부들이 가끔 보였지만 대체로 항구는 조용했다. 감포항구를 벗어나니 언덕위에 등대 전망대가 있었다.  싱그러운 아침이다. 아침운동을 나온 부지런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도시나 시골이나 여자들이 건강을 남자들보다 더 챙긴다.  구릉으로 이어지는 일부를 빼고 300도가 바다다. 휘휘 둘러보는데 동쪽에서 구름위로 일출이 시작된다. 지난번 설악산에서 본 눈부신 태양이 아니고 빨간 홍시처럼 생기 동그란 해가 구름을 해치고 나왔다. 이런 갑작스러운 행운이. 기대도 안했는데. 이시간이 5시20분쯤.  다시 길 떠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사람이 툭 나타났다. 깜짝이야. 제빠르게 마을로 내려간다. 나도 갈길을 가늠하고 전망대를 떠났다. 조금 가다가보니 구름을 뚫고 나온 해가 다시 구름을 뚫고 들어간다. 바다에서는 비릿한 해초 냄새가 났다. 물미역 냄새 같기도 하고. 마을에 들어서니 부지런한 개와 고양이가 아침운동을 나왔다. 이리 뛰고 저리 달아나고. 쏴아쏴아 촤아촤아. 내 귀에는 파도소리가 이렇게 들렸다. 평화로운 동해의 아침 바다여!


    동네를 벗어나서 찻길로 나오니 동해안자전거길이 있었다.  지금까지 오면서 본 해파랑길은 대세가 이 자건거길을 따르고 가끔씩 바다로 들어가거나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더해져 있었다.  곳곳에서 해파랑길을 잃어버려서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했지만 이번 코스는 바다만 놓치지 않으면 크게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해안가 시멘트 바닥길과 모래톱에는 우뭇가사리 말리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지금이 한창 우뭇가사리 채취 시즌인가보다. 작업자는 늙은 할배 할매다. 이 분들 이후는 바닷가 마을도 적막강산이 될려나. 말린 우뭇가사리로 만든 묵을 어릴때 여름에 찬 우물물에 말아서 많이 먹었는데, 이렇게 생겼구나. 하늘이 잿빛이다. 구름이 많이 끼었으니 바다도 잿빛이다. 하늘과 바다는 서로 닮는다. 바람이 제법 차갑지만 바람막이를 입지 않고 걸었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부 전화라고 하면서. 뭐 갖고싶은게 없냐고 묻는다. 없다고 했더니, 자기가 이번달에 쓰고 남은 용돈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두번째 다시 전화가 왔길래 그러라고 했다. 고맙다.


     다시 바닷가로 들어서니 몽돌 해변이다. 퍼질러 앉았다.  어제 빨래한 팬티와 양말을 꺼내서 햇빛에 말리면서 마트에서 사가지고 온 막걸리와 비엔나 소세지로 중참을 했다. 아침나절 짙게 드리웠던 구름은 없어지고 태양이 다시 작렬했다.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멍때린다. 여기가 어딘가?  아예 신발도 벗었다. 시간은 잘잘 흐른다. 그렇게 30분을 노닐다가 햇볕에 말리던 빨래를 다시 배낭에 집어넣고 출발했다. 가다가 잠시 길을 놓쳤다. 해파랑길은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길을 놓치면 그 길 찾느라고 한참을 고생해야 한다. 소봉대에 도착하니 늙은 해녀들이 물질 준비에 한창이었다. 다시 바다는 잿빛으로 변하고. 이러다가 비올라나?


    9시30분에 12코스 종료지점인 양포에 도착했다.걷기 시작한지 4시간30분이 지난 시간이다. 여기서 푹 쉬었다가 힘을 조금만 더내면 오늘중으로 13코스 종료지점인 구룡포항에 도착할 수 있겠다. 하여튼 걸어보자. 해변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편은 열심히 낚시를 하고 아내는 텐트에 앉아서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데 남편은 불만없이 따른다. 여우같은 마누라의 종알거림은 잔소리가 아니라 듣기에 즐거운 음악소리일지도...  조금전에 본 풍경은 이번과는 사뭇 달랐다.  할배는 낚싯대를 들고 이리저리 포인트를 잡고 할매는 뒤에서 할배의 이런저런 시중을 들고 있었다. 아저씨와 아줌마, 할배와 할매의 차이?  그럼 청춘들은 어떻게 낚시를 할까? 조금 더 가니 또다른 부부가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줌마가 낚싯대를 만지고 아저씨는 이리저리 분주했다.  부럽다. 이런 삶의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신창리에서 해파랑길을 버리고 신창리 해안둘레길을 따라서 걸었다.  군인들의 초소길을 조금 정비해서 만든길인데 풍치가 있었다. 아름다운 해변에는 군인들이 통신훈련을 하고 있었고, 초소를 점검하고 내려오던 군인이 안녕하세요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도 수고 하신다고 인사를 드리고. 바다 위에 솟은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그림 같다. 절벽 바위에 붙어 있는 소나무도 아름답고. 이 길은 신창리에서 시작해서 영암리에서 끝이났다. 영암리 해파랑가게에 들어가봤더니 장사를 하지않고 있었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픈데. 이 후도 한참동안 가게도 식당도 없었다. 어떡하나? 모포 바닷가에 도착하니 마트가 2개 붙어 있었는데 첫집은 주인장이 없어서 다음집에 들렸더니 할머니가 반갑게 맞이 하신다. 캔맥주 하나를 사서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연세가 80세라시는데 정정해 보였다. 여기서 할머니께 식당정보를 얻어서 조금 더 가니 마을이 나왔는데 몇 군데 식당이 있었다. 회집은 생략하고. 매운탕/추어탕집이 있길래 들어가서 한사람 식사가 되냐고 물었더니 김치찌개 남은게 있다고 했다.  방에 앉아서 밥먹을 준비를 하는데 홀에서 식당 주인과 손님들이 하는 대화가 들렸다. 손님이 한명 오나 많이 오나 준비하는 것은 똑 같으니 한사람 손님은 신통찬타고 했다. 허 참. 그래서 혼자 밥을 먹으려면 도시에서 먹어야한다니까. 


    점심 먹고 모포항을 지나가니 해파랑길 표시는 무조건 바다로 내몬다. 이런땐 언근히 기대감이 든다. 또 무슨 재미있는 퐁경을 볼 수 있을까? 꼭 이럴때 숨겨진 비경이 나오는 법이니까. 바닷길에서 다시 숲으로 난 길을 한참 걸었다. 산길을 내려오다가 턱하니 마주친 풍경. 새파란 바다 저 끝 일찍선 수평선 위에 배 한척. 하늘의 구름도 수평선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위 하늘은 덥겠구나? 구평리 마을에 도착하니 더위가 절정을 이루었다. 마을 쉼터에서 아까 바닷가에서 말리다만 빨래를 다시 꺼내서 햇빛에 늘어놓았다. 30분쯤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비록 햇볕이 강했지만 바닷가라서 가끔 부는 바람이 시원했다. 하정리에 도착하니 이정표가 있었다.

구룡포까지는 5km 남았다고 했다. 포항구간은 경주구간 보다 해파랑길 표시가 허술했다. 그래도 길은 뻔하니까 천천히 걷다보면 가겠지. 선크림을 한번더 덧칠하고 또 걸어보자.


     하정리는 추억이 있는 곳이다. 전에 노조 간부들과 저녁 먹으러 왔던 식당이 있는 곳이다. 이 집은 신용카드가 안된다. 그렇다고 음식 종류를 손님이 결정할수도 없다. 주인장이 그 날 잡아오는 고기가 상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쬐끔 비싼 곳이다. 바닷가 정자도 그대로 있었고 언덕위 소나무도 멋진 모습을 하고 반겼다. 오후 6시에 구룡포시장에 도착했다. 근대화거리를 구경하고 오늘 일정은 마치려고 했지만 지친 심신이 거부한다. 200번 버스를 타고 포항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는 값이 착한 모텔이 많기 때문이다. 모닝 모텔에 3만5천원를 주고 여장을 풀었다.  더위에 지친 위장이 음식을 거부했다. 편의점에서 닭다리 두개와 컵라면을 사가지고 왔다. 닭다리를 먹으면서 꼬박 졸았다. 결국 닭다리 한나만 먹고 빨래도 못하고 겨우 샤워만 하고 잠이 들었다.




여행사진




다시마가 이렇게나 많이?

된장찌개에 넣어 먹으려면 죽을때까지도 안되겠다





감포의 새벽거리




항구는 조용했다





등대전망대




갑작이 시작한 일출



댕겨보니 수평선이 아니고 구름 위다







다시 구름속으로







낚시꾼과 찬란한 아침 바다





할배와 할매










우뭇가사리






집앞 진입로도 마당도 우뭇가사리 천지



해파랑길은 이렇게 바다를 버리기도 한다




무작정 바다로 내몰기도 하고



아예 자갈밭으로 내몰기도


그래서 여기서 멍때렸다

빨래도 널어놓고







여기도 우뭇가사리














조선소





둘이서~

양포항 낚시








일출암

최남선의 조선10경중 하나









이런 고기도 말리고

멸치는 아닌데...




요렇게 조그만 항구도 있었다




신창둘레길에서



휘파람 소리가 나길래 바다를 보니 해녀가 작업중이었다






저기 끝까지 가면 구룡포다




잘 만들어진 신창둘레길




문 닫았더리



뒷집에서 맥주 한캔



모포 해변






매뉴판에 없는 점심








바다로 나간 토끼?













저 곳을 넘어왔다

길을 놓쳤는데 돌아가기 싫어서 아찔한 곡예를 했다 



낚시공원









접시꽃



아름다운 풍경은 여전했다




저 집

추억이 있었다







구룡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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