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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은일자 : 2016.6.23
○ 걸은구간 : 오륙도해맞이공원~송정해변(1구간 1코스~2코스 절반)
○ 걸은거리 : 24.5 km
여행후기
1. 해파랑길을 걷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겼으니 이 때까지 해보지 못햇던 뭔가를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슬그머니 머리를 아프게 했다. 해외 여행을 할까도 생각해 보았고 주변에서 많이들 추천도 했지만, 오래동안 생각해왔던 백두대간을 시작하기로 했다. 과감하게 배낭을 꾸려서
1,2구간인 지리산 천왕봉에서 성삼재 까지 단독 산행을 하고 나니 지인들이 나이 들어서 혼자서 하면 위험하다고 만류를 했다.
일단 3구간 부터는 그렇게 진행하기로 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해파랑길 몇 코스를 다녀오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시골친구
딸 결혼식이 부산에서 있다고 청첩장이 왔다.
핑계삼아서 배낭을 거하게 꾸려서 6월22일 오후10시 55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역을 출발했다. 까만 어둠을 헤치고
달리는 무궁화열차가 옛 추억을 더듬게 했다. 영등포역 천안역 조치원역 영동역 황간역 등등. KTX가 생기기전에 정차하던 역 이름이
새삼 생각나게 했다. 잠을 자기도 하고 까만 밖을 내다보기도 하다가보니 부산역에 도착했다. 오륙도 SK VIEW 가는 버스는 5시 33분
에 첫차가 있었다. 시간도 보낼겸 아침을 해결하려고 역 앞 길을 건너서 보리밥집에서 소고기국밥을 시켰는데 맛이 정말 없었다.
내가 왠만하면 음식 타박을 하지 않는데, 내가 맛이 없다고 했으면 오죽 할까. 밥을 먹고나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하기사 부산역
도착을 4시7분에 했으니까 1시간26분을 기다린 셈이다.
2. 해파랑길 1구간 1코스 걷기
부산역에서 27번 버스를 타고 오륙도 SK VIEW 후문에 도착한 시간이 6시 5분이었다. 전망대 아래에 있는 선착장에 내려가보니
낚시꾼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배를 타는 사람들을 포인트가 좋은 갯바위에다가 내려주는 모양이었다. 오륙도 스카이
워크에서 오륙도를 바라보니 섬이 두개 밖에 안보였다. 안내판을 보니 섬이 일직선으로 나열돼서 그렇다고 했다. 오륙도는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 여섯개로 이루어져있는데 바닷물의 높이에 따라 방패섬과 솔섬이 연결됐다가 떨어졌다가 해서
섬이 다섯개도 되고 여섯개도 되어 보여서 그렇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6시 45분에 오륙도스카이워크를 떠남으로써 해파랑길 1코스를 시작하게 됐다. 1코스는 미포까지라고 한다. 지금 걷고 있는 이기대
길은 작년에 회사 노조간부들과 함께 걸었던 길이라서 그 때의 감흥이 소록소록 되살아났다.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함께 경치를 구경
하면서 각자 편의 아쉬운점을 서로 얘기하면서 의견들을 좁히는 노력도 했는데, 지금은 후선으로 물러나서 혼자 이 길을 걸으니 인생지사 새옹지마인데 그렇게 아옹다옹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 당시는 그게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으니. 용호동 동생말에서
이기대길이 종료되고 바닷가로 가서 조개구이에 심취했던 생각이 났지만 오늘은 계속 걸어서 광안리해수욕장과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나서 미포마을까지 가야한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고성 통일
전망대까지 770 km를 걷는 동해안 탐방로이며 1구간 1코스의 핵심길인 "이기대길"이 갈맷길의 일부이기도 한 것과 같이 각 지방자치
단체에서 명명한 길들을 연결하고 짜집기한 길이라고 보면 된다. 하기사 부산권역이 끝날때까지 해파랑길 표식을 찾기 보다는
갈맷길을 찾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알게된다. 갓맷길은 "갈매기가 노는 길"이라는 뜻이고 이기대길은 해안의 이기대(二妓臺)에서
따온 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기대란 수영성을 함락시킨 왜장을 두 기녀가 술을 먹여서 술 취한 왜장과 함께 바다에 빠져 죽은
넓은 바위를 말하는 것이다. 해파랑길을 지나다보니 해파랑길 표식을 더 많이 자세하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 남았다.
해안가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길은 흙길도 있었고 돌길도 있었고 데크길도 있었다. 계속 들리는 파도소리에 곳곳에 있는 비경을
보노라면 언제 길을 통과했는지 모르겠다. 슾에서 내뿜는 공기도 달았고 곳곳에 피어 있는 꽃과 나무는 해안가 특유의 것이었다.
간간히 내려다보이는 쪽 빛 바다의 갯바위에는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고 있었다. 나도 걸으면서 세월을 낚기는 마찬가지이만서도.
특히 절벽 한쪽을 장식하고 있었던 농바위가 멋있었다. 길을 걷는 중 광안리해수욕장 너머 해운대의 마린시티가 인상적이었다.
광안리 해수욕장 데크에 앉아서 가지고 간 빵을 먹으면서 바라보는 바다와 해변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노랑머리의 늘씬한
외국 처녀가 바닷가 따가운 햇볕에 온몸을 맡기고 있었고, 해녀는 끊임 없이 물질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 타는 사람, 달리기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방인 여행자는 쓸쓸하고 외로운 이 달콤한 기분을 만끽했다.
11시 20분에 부산 최고의 지역인 해운대로 넘어가기전 민락교 아래에 있는 장금이 열무국수 집에서 6,000원 짜리 콩국수를 먹었다.
옆집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캔맥주를 한캔 사와서 콩국수와 같이 먹으면서 더운 한낮의 열기를 식히고 난 후 민락교를 넘어갔다.
동해안자전거길과 헤어진 후 영화거리를 따라 마린시티를 지나가니 APEC정상회담이 있었던 동백섬 누리마루를 가는 길이 있었다.
누리마루 구경을 하고 해안길을 따라 가니 해파랑길은 해안가길로 내려서게 되어 있었다. 해운대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사람은 별로
없었고 유치원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여러팀이 와 있었다. 선생님 말씀을 참 잘 듣고 있어서 왠진 입가에 빙그래 미소가 떠 올랐다.
여기도 외국 여성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부끄럼 없이 몸매를 과시하고 있었다. 참 부러운 일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나서 끝어머리쯤에 미포마을이 있었다. 길이 하 수상해서 작은 마트에 들려 송정해수욕장 가는 길을 물으니
폐선된 동해남부선 철길을 쭉 따라가면된다고 한다. 안내 책자나 지도를 보니 그런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도 철길을 따라 갔다.
참 운치 있는 길이었다. 연인들이 쌍쌍이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철길옆은 바로 바다였고, 출렁거리는 파도소리가 음악처럼 들렸다.
한참을 가는데 왼쪽 산쪽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올커니, 저기가 해파랑길인가 싶었다. 올라가는 길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신통치가
않았다. 굴 가까이에서 그냥 냅다 산으로 치고 올라갔다. 갈맷길이 나왔다. 여기서가 문제였다. 안내표식을 보니 갈맷길 문탠로드
달빛고개 해파랑길 길도 많았다. 우째우째 이길 저길 넘나들다가 구덕포 마을로 내려왔다.
송정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젊은이들이 보드를 타느라고 날리도아나었다. 참 인생 멋있게 사는구만. 내가 저 나이때는 뭐했을까 생각
해보니 상업학교 갓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모르는 일 배우랴 윗사람 눈치보랴 정신 없었는데... 송정해수욕장에서 묵기는 시간이
너무 일러서 더 진행하고 싶었지만 마트에서 물어보니 숙박할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여관비가 비쌀까봐서 조금 안으로 들어가서
일레븐이라는 모텔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숙박비가 4만원이라고 했다. 3만원에 안되냐고 물었더니 요지부동. 요금을 내고 들어가서
하루동안 찌들었던 몸을 정갈하게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저녁 먹을 곳을 찾다가 이층돼지국밥이라는 집에 들어 갔더니 한 그릇
6천원짜리가 맛있었다. 돼지 냄새도 안나고. 역시 돼지국밥은 부산쪽에서 먹어야한다는 내 신념을 두텁게 했다.
여행사진
서울역을 출발하면서(10시55분발 부산행 무궁화로)
부산역에 도착했다. 새벽 04:07
낙씨꾼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륙도... 섬이 두개로 보이지만 여섯개다
오륙도 SK뷰
스카이워크
농바위
세월을 낚고 있는 사람... 당신도 나도 세월을 낚는 것은 같군요
해녀굴
저 건너편이 마린시티
광안리해수욕장
마린시티
센텀시티
영화거리
누리마루
화려하고 웅장한 도시 아래(오른쪽 끝 해안가) 아담한 미포마을이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의 낭만
미포마을
동해남부선 폐선구간
송정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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