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봉을 올라서니 9시20분이다. 의상능선을 걸어서 문수봉 까지 가서 비봉능선을 또 걸어서 집으로 갈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의상봉에서 가사당암문으로 내려가다가 까칠한 바위지대에서 미끄러졌다. 아차하는 순간이었다. 다행이 신발을 믿고 버텼더니 많이 미끄러지지 않았다. 십년감수한 듯 싶었다. 일진이 안좋은 걸로 생각해서 가사당암문에서 진문봉을 거쳐서 백화사로 하산했다. 백화사로 내려와서 여기소마을길을 걷는데 헬기소리가 들렸다. 왠일인가 하고 돌아봤더니 용출봉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용출봉으로 잘안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 좋은 날 대머리봉을 오르니 정말로 정말로 경치가 좋았다. 월화수 나름대로 할 일을 하고 목금 쉬는 날이 참 좋다. 코로나 때문에 멀리 있는 산은 못 가지만, 느지막하게 여섯시쯤 일어나서 오전에 이런저런 볼일을 보고나서 점심 먹고 동네산(북한산) 이곳 저곳을 오르는게 일상이다. 평일이라서 사람도 적고, 남들이 가지 않는 숨어있는 길을 혼자서 몰래 즐기는 기분을 남들은 알기는 하려나?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기자촌으로 하산했다. 해는 서산(김포쪽)으로 넘어가는데 이제사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야경을 보려고 올라오는 모양이다. 나도? 추워서 그냥 내려왔다. 롯데슈퍼에 들려서 찌개용 돼지고기 4천원어치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마나님은 트바로티 공연영화 보고친구들과 저녁먹고 온다고 했으니, 홀로 찌..
둘레길에는 사람이 많아서 인도를 따라서 효자비 직전까지 걸었다. 원효봉 올라가는 길을 걷다가 또랑 건너는 곳에서 한 눈 팔다가 제대로된 길을 놓치고 새로 난 길로 접어들었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길에다가 텐트를 치고 인적이 없다. 어라? 자세히 살펴보니 등산화 두개가 텐트 반대편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신발은 남여 신발이다. 텐트속에서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원효봉 바로 아래에 있는 바위 전망대에서 염초봉과 백운대 위용을 바라보면서 쉬는데, 원효봉 정상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그냥 하산하기로 했다. 예전에 자주 걸었던 길로 내려갔는데 마지막 집에서 울타리를 쳐놓아서 나갈 수가 앖었다. 할 수 없이 다시 갈림길로 올라가서 다른 길로 하산했다.
아침에 일찍이 일어났다. 추석 담날이라서 여유가 있었지만 상장봉을 가고 싶어서였다. 아내는 주말농장에 갈 모양이었다. 아내가 집을 나가고난 뒤에도 한 참을 어정거리다가 아침을 먹기로했다. 탕국과 미역국이 있었는데... 미역국을 데워서 밥을 말아먹었다. 둘레길을 걷다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의상봉으로 올라갔다. 나이를 속일 수가 없는지 의상봉 오름길이 힘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의상봉을 오르리라고 다짐했다. 가을이 오긴했는 모양이다. 성벽에는 흰색 노란색 파란색 국화 천지였다. 각자 이름들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내 눈에는 모두가 다 산국이다. 바람이 불어서 추웠다. 바람막이 점퍼를 입었다 벗었다 했다. 부왕동암문에서 삼천사로 하산했다. 등로개선작업을 한 모양인데, 위험한 곳은 놔두고 흙이 파인 곳만 돌과..
점심을 느지막하게 먹고 배낭에 물 한 병 넣고 집을 나섰다. 백화사 입구에 있는 주말농장에 오랜만에 들려보았다. 요즘 아내는 친구들과 새벽에 주말농장에 갔다가 밤 줏는 재미에 푹 빠진 모양이어서 나는 가능하면 주말농장에는 들리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지나가는 길이라서 잠깐 들렸다. 배추가 자라는 모습이 신통찮았지만 그러려니해야 한다. 간섭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지지 않으려면. 아내가 싫어하면 내가 힘드니까. 백화사에서 의상능선으로 올라갔다. 빡센 길은 여전했지만 경치가 좋아서 힘들지 않았다. 가사당암문에서 진문봉으로 가는데 뒤 따라오는 산객이 계속 기침을 해댄다. 잠시 다른 길로 들어가서 대피했다가 갈 길을 갔다. 무서운 세상이다. 사람이 사람을 피하는 세상. 삼천사로 내려가는 거친 길에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볕..
오늘은 목요일. 언제나 그렇듯이 여덟시쯤에 집을 나섰다. 월수금 3일 출근이라서 시간은 여유롭다. 아내가 주말농장에 새벽같이 나가면서 자기가 집에 올 때 까지는 산에 가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둘레길을 걸어서 가다가 아내를 만나길 바랬다. 생각한 것처럼 둘레길 중간에서 만났다. 아내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길을 가려는데 아내는 절대 바윗길을 가지말라고 신신 당부를 또 했다. 오늘 목적한 산행은 상장능선을 걷고, 연인의 길과 사색의 길을 걸은 후 숨은벽을 지나서 바람골로 올라서서 염초능선 안부에서 하산길을 정하기로 했는데... 내시묘역길을 걷다가 찜찜해서 산성입구에서 대남문으로 길을 잡았다. 바윗길을 걷지 않기 위해서. 오늘 걸은 산행길은 산성입구 북한동 중흥사 북한산대피소 동장대 대동문 보국문..
여덟시쯤에 집을 나섰다. 휴일날 북한산 산행은 매너없는 산객들 때문에 지쳐서 인적이 적은 곳으로 산행코스를 만들었다. 진관사에서 기자능선으로 올라가는데 7부 능선쯤에서 큰 개 한마리와 새끼 두마리가 나타나서 쏜살같이 지나갔다. 새끼 한마리가 그냥 가지않고 깽 짖으면서 지나가다가 지 힘에 못 이겨서 넘어진다. 목줄이 없는 걸 보니 늑대개다. 살이 토실한 걸 보니 산짐승이라도 잡아먹은 뽄새다. 조금 더 올라가는데 등로 왼쪽 수풀에서 부시러거리더니 깽하고 짖는 새끼 개가 또 나타났다. 다람쥐도 있던데. 사냥이라도 했으려나. 진관봉에서 작은노적봉으로 희미한 길을 따라서 걸었다. 수풀이 많이 자라서 길을 헤쳐나가기가 어려웠다. 거미줄은 왜 그렇게 많은지. 작은노적봉에서 사방을 구경하다가 가든암장으로 내려갔다. 볼..